툭툭남 Mr. Flip (1909) by 멧가비


아주 간단한 플롯. 주인공 미스터 플립(툭! 치는 의성어)은 식료품점, 미용실 등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여직원들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장난을 친다. 요즘 식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진상이요 성추행범인 셈이다. 매번 성추행을 일삼다가 매번 혼쭐 나고 쫓겨나는데도 도무지 그 짓을 멈추질 않는다. 결국 마지막 술집 여직원에 의해 얼굴에 파이를 맞고 끝.


시나리오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은 시절의 시시한 개그만이 반복되는 이 짧은 영화가 중요한 이유. 남성성에 순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여성상들을 묘사했다는 점. 그리고 'Pie in the Face'라고 하는, 서구 코미디 장르에서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소재를 처음으로 사용한 영화라는 점이다. 간단하게 Pieing이라고도 하는 이 행위, 주로 둥근 종이 접시에 담긴 생크림 파이를 사람 얼굴에 뭉개거나 던지는 코미디는, 단순히 코미디 액팅을 넘어 특히 북미에서는 정치적으로도 이용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예를 들면 2010년에 미시간 상원 의원 칼 레빈이 얼굴에 파이를 맞았고, 2016년에는 세크라멘토 시장 케빈 존슨도 얼굴에 파이를 맞았다. 이 Pieing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주장이나 정책에 반대함을 표시하는 유머러스한 폭행이요 굴욕을 주는 과격한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로 치면 계란 던지는 게 비슷하려나. 오죽하면 얼굴에 파이 던지는 영화의 계보를 따로 정리하기도 하고, 던져진 파이 수의 기록을 깨기 위해 더 많은 파이를 던지게 만드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등의 후대 감독도 나타나게 된다.


감독을 맡은 길버트 앤더슨은 웨스턴 장르 최초의 스타 배우로서, 최초의 영화 중 하나로도 잘 알려진 [대열차강도]의 세 명의 주연 중 하나였다. 1958년에 미국 영화 산업의 공로자로서 아카데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출 길버트 M. 앤더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