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2000) by 멧가비


새미, 일상과 가정이 부서지지 않게 붙드는 데에 열심인 엄마이자 누나이자 가장. 한 편으로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좋은 점만 취하고 불편한 부분은 회피하는 습성도 갖고 있다. 테리, 돈도 없고 거처도 없는 떠돌이, 삼촌이고 새미의 남동생. 이미 부서져있는 인생이지만 닥쳐오는 것들을 피하지 않고 본질 그대로 바라보는 성향은 오히려 새미보다 어른스럽다. 어린 시절 일찌기 조실부모한 갑작스러운 경험이 달라도 너무 다른 남매에게 끼친 영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살고 있는 마을 만큼이나 변화없이 그럭저럭 흘러갔을 삶에 동생 테리와 지점장 브라이언, 두 남자가 찾아오면서 새미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까다롭게 구는 지점장 브라이언은 개인적인 용무로의 근무지 이탈을 제지해 새미의 반복되는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덕분에 생긴 아들 하교 픽업의 공백을 맡기려 했던 동생은 자꾸 그의 조카를 데리고 불안한 행동들을 한다. 브라이언과는 남자친구에게서 얻지 못할 아슬아슬한 자극을, 동생 테리로부터는 아들에게 필요한 남자어른 역할을 기대했고, 그것들이 어느 정도 새미의 사소한 불편함들을 채워주는 듯 했으나 결국 돌아오는 건 실망감. 가까스로 통제해 나가던 새미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새미 역시 일탈에 휩쓸린다.


여기서 전통적인 가족의 상이 해체된다. 새미의 아들인 소년 루디와 친부는 단 한 번의 만남을 통해 서로를 부정하고, 사고뭉치 동생을 어떻게든 옆구리에 끼고 가려던 새미는 결국 GG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애증으로 뭉쳐있는 가족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가족이기에 오히려) 견딜 수 없는 차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체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리고 그에 이르는 과정 그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그러나 직관적으로 케네스 로너건은 장편 연출 데뷔작부터 근사하게 조율해보이고 있다. 아니 물론 로라 리니 연기 지분도 크고.






연출 각본 케네스 로너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