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타임즈 Modern Times (1936) by 멧가비


유성영화 시대의 도래와 함께 슬슬 채플린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떠돌이(The Tramp)"캐릭터. 이 영화도 시작은 떠돌이가 아닌 나름대로 성실한 공장 노동자로 시작한다. [자유를 우리에게]에서 그대로 옮겨온 끔찍한 노동 현장. 그리고 이내 다시 떠돌이로, 시대는 노동자 채플린에게 다시 떠돌이가 될 것을 종용한다.


발작에 가까운 직업병에 시달리고 기계에 집어삼켜지는 끔찍한 일을 겪고 나서도 일자리가 생기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렇게 웃지 못할 코미디로 채플린은 대공황을 스크린 위에 함축적으로 재현한다. 기괴하게 위엄있는 공장, 그렇게 으리으리한 기계 장치들이 있는데도 그 옆에 나사 조이는 노동자들이 줄 지어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노동자와 기계 장치 사이에 구분이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장 뤽 고다르의 [알파빌],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조너선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 같은 영화들이 세상에 나온다. 예술가 자의식을 가진 작가주의 감독들의 기묘한 SF 필모, 그런 계보 같은 것이 있다면 그 최상단에 이 영화가 있을 것이다. 톱니바퀴 장치가 사람을 집어삼키고, 노동자를 조금 더 도구처럼 소모하기 위해 고안된 식사 자동화 장치에 주인공이 모르모트로 선택되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SF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심지어 채플린 본인의 자의식이 진득하게 묻은 디스토피아 SF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의 디스토피아라 함은, 기계 장치로 대체되는 산업 시장의 미래에 대한 비관이기도 하지만 유성영화가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가버릴 영화의 미래이기도 하다. 유성영화의 촬영방식으로 무성영화인 척 만든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는 건 악덕 공장주 뿐이다. 후반부, 노동의 가치보다 연예인으로서의 흥행성을 더 인정받게 되는 채플린이 레스토랑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건 사실상 멈블링에 가까운 엉터리 외국어 샹송이다. 채플린에게 유성영화의 도래는 인간성을 삼키는 산업화와 사실상 동일한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연출 각본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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