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 by 멧가비


당시 떠오르는 독재의 신성, 대학살의 루키였던 히틀러와 이름 없는 유태인 이발사가 얼굴이 아주 닮았는데 둘이 신분까지 바뀐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소설 플롯을 느슨하게 변주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물론 히틀러 그대로는 아니고 힝켈이라는 이름의 쌍십자당 당대표로 풍자된다. 아직 히틀러의 대외적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고 미국 내에도 나찌당 지지자들이 있었던 시대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용감하고 진보적인 풍자극이다.


채플린의 이전 작품들이 로맨스와 페이소스를 주로 기반으로 했었다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정서는 "아이러니"다. 어째서 힝켈은 유대인 이발사와 닮아야 했나. 히틀러의 입으로 자유 수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아이러니한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무성영화를 끝내 포기하고 넘어온 채플린의 본격적인 첫 유성영화, 수십년간 로맨틱한 떠돌이로 살아온 그 채플린의 첫 연설이 어느 여인에 대한 사랑 고백이나 "빵을 달라"는 노동자적 요구가 아닌 자유평화의 사자후, 그리고 전쟁 참여 독려라는 점도 지독한 아이러니다. 그러나 마지막 까지 영국인의 정체성을 놓치 않았던, 즉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요 그의 캐릭터처럼 늘 방랑자였던 배우가 강대국 미국의 참전을 촉구하는 것이 영화의 마지막 아이러니, 높으신 분들의 눈 밖에 날 만도 하다.


'유머1번지' 세대 중에 채플린 영화도 섭렵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심형래의 시대, 즉 바보 캐릭터와 슬랩스틱으로 구가했던 전성기의 모든 레퍼토리가 사실상 찰리 채플린의 것을 베낀 것이고 심형래 본인도 찰리 채플린 얘기를 늘 했지만, 특히나 이 영화에 나오는 개그들은 '변방의 북소리'나 '병사 심틀러' 등 군인을 소재로 한 심형래 스케치들에서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거의 그대로 카피되고야 만다. [모던 타임즈]의 엉터리 샹송에 이은 엉터리 독일어 연기도 훗날 여러 코미디언들에 영향을 주게 되기도 한다.





연출 각본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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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살인광 시대 Monsieur Verdoux (1947) 2021-11-22 14:27:37 #

    ... 그냥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도 아니고 혼빙 연쇄 살인마 역이다. 전작에서 방랑자 캐릭터와의 이별을 선언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정반대로 돌아서야만 했을까. 이미 [위대한 독재자]로 충분히 세상에 밉보인 상태에서, 삶과 죽음마저 냉소하고 종교 회의를 넘어 아나키스트적인 면 까지 갖춘 이런 캐릭터를. 정신적으로 벼랑에 선 예술가의 폭주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