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광 시대 Monsieur Verdoux (1947) by 멧가비


'유나이티드 아티스츠' 설립 후 [모던 타임즈]를 시작으로 한 작가주의적 장편 필모들을 하나씩 쌓는 동안 채플린은, 친구은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의 죽음, 마지막 아내 이외에 유일하게 신뢰했던 폴렛 고다드와의 이혼, 다른 전처들과의 끊임없는 소송, 무성영화 시대가 저물며 이어지는 동료들의 퇴장, 공산주의자 혐의 등을 겪게 된다.  그렇게 쌓인 10년이 로맨틱하고 따뜻했던 광대를 냉소주의자로 만들고야 만 것일까.


주식경제 몰락으로 굶주리고 곤두선 당대 사회상이 반영되고 채플린은 살인마 역을 맡는다. 그냥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도 아니고 혼빙 연쇄 살인마 역이다. 전작에서 방랑자 캐릭터와의 이별을 선언했다고 한들, 이렇게까지 정반대로 돌아서야만 했을까. 이미 [위대한 독재자]로 충분히 세상에 밉보인 상태에서, 삶과 죽음마저 냉소하고 종교 회의를 넘어 아나키스트적인 면 까지 갖춘 이런 캐릭터를. 정신적으로 벼랑에 선 예술가의 폭주가 어떤 것인지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을까. 헨리 폰다의 첫 악당 역할 이전에 채플린의 살인마 역이 주는 쇼크가 어쩌면 더 강하진 않았을까. 물론 살인마라고 해서 제이슨 부히스 같은 도축업자 계열은 아니고 휴머니즘과 경제 활동을 철저히 분리할 줄 아는, 이를테면 젠틀하게 반사회적이고 스마트하기까지 한 소시오패스 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여러가지 영화 외적인 악재, 그리고 당황스러운 스토리 노선과 별개로 영화 속 채플린이 연기하는 살인마 "베르두 씨"는 굉장히 지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젠틀한 미중년이다. 단지 "살인마"라는 설정 때문이 아니라, 영화 속 채플린의 연기 스타일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평생 한 가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닌) 캐릭터만 연기한 코미디언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갑자기 다른 연기를 해버리는데 그게 너무나 근사해버리니, 당시의 관객들의 당황스러움이 충분히 상상이 된다. 게다가 그 품위 있는 소시오패스 캐릭터란, 판에 박힌 요즘 영화 살인마들에 귀감이 될 근사한 무언가이기도 하고.




연출 찰리 채플린
각본 찰리 채플린
원안 오슨 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