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 Limelight (1952) by 멧가비


무성영화 시대의 빅 스타, 어쩌면 영화 역사에서 가장 최초의 월드 스타였을 채플린 본인의 유언과도 같은 영화. 이미 그것이 중론이고 나도 그에 동의하지만, 아니 참 아름다우면서도 너무 쓸쓸한 평가다. 조금 부드럽게 말하자면, 완전히 소멸되어버린 무성영화에 대한, 그리고 같이 사라져가는 옛 동료들의 뒤안길에 바치는 위로 쯤으로 해두고 싶다.


전작에서 쌓인 독기를 모두 뿜어낸 듯한 채플린은 다시금 페이소스 짙은 로맨티스트를 연기한다. 이전의 캐릭터들과 차이가 있다면, 여기서의 늙은 광대에게는 더 이상 굶주림과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억을 가진 늙은 광대 킬베로, 모진 삶을 견뎌내고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를 깨달은 노인에게는 이제 다음 세대에게 남길 따뜻한 조언과 양보만이 남은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티라이트]의 리바이벌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훨씬 성숙한 후일담으로도 읽힌다.


마지막 아내 우나 채플린과의 결혼 생활 약 10년, 조강지처 사이에서 자녀도 이미 서넛을 낳고 가정이라는 테두리에 완전히 정착한 노년기의 유연함이 반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에는 마지막 아내 우나 오닐은 물론 그 자녀들과 전처와 둔 아들들도 출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스컴이 만든 라이벌이자 사적으로는 친구였던 버스터 키튼에게도 출연분을 기꺼이 나눠주고 있다. 세계 최초로 개봉하기로 결정한 곳은 고향인 런던, 여러모로 채플린의 광대 인생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연출 각본 찰리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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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2021-12-02 04:09:16 #

    ... 린으로부터의 영향을 감춘 적이 없으며 때로는 자신만의 채플린 영화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실벵 쇼메가 만든 자그 타티의 [라임라이트]라고 여긴다. 쇼메는 타티가 그의 딸 소피 타티셰프에게 부쳤던 편지에서 맨 처음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에 치여 가족에게 그리고 딸에게 소홀했던 미안함이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