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 (1997) by 멧가비


유명한 드라마 PD 출신 이진석의 첫 영화 연출작이라는 점과 유명 배우들의 까메오 등으로 당시에 화제였으며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알고보니(나중에 어영부영 판권을 사긴 했다지만) 유명한 일본 영화의 표절이더라, 로 더 언급이 많이 된 시대의 문제작.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문제가 많다. 시나리오 표절부터 시작해서, 드라마 PD 출신의 인맥인지 뭔지 아무튼 아무 맥락없이 까메오들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지하철 치한 소동은 본편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프닝에만 잠깐 삽입된 씬인데 거기에 (아마도 친동생의 캐스팅과 관련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김혜수가 나오고, 박중훈은 당시 맥주 CF로 아도쳤던 코믹한 댄스를 보여주기 위해 역시나 맥락없이 갑자기 나왔다가 갑자기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얄팍한 상술을 제법 부린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러한 여러가지 문제들로 인해 아예 없었던 영화 취급 하기에는 의외로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있다, 아니 아주 없는 편은 아니다. 일본 사회에서 남녀에게 주어지는 성 역할 차이를 테마로 한 성장물인 82년작 일본 영화 [전교생](이하 원작)과 달리, 두 주인공의 설정을 조금씩 바꿔서 스크루볼 코미디 혹은 소동극에 가까운 청춘 장르물로 변주시킨 점 등이 그러하다. 물론 코미디 파트는 원작에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호들갑스러운 오버액팅 때문에 거슬리는 면이 없진 않지만 학교 축제라는 극적인 클라이막스 요소가 추가되고 지역 갱이라는 뚜렷한 안타고니스트도 끼어든다. 원작보다 더 장르적이다. 성별에 따른 사회의 성 역할 강요가 비교적 적은 한국이니 만큼 원작의 테마까지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조금 무리였을 것이다. 애초에 이쪽은 그 정도로 진지한 영화도 아니고.


물론 갱들이래봤자 사실은 또 다른 코미디 캐릭터들이고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학교] 등의 당대 학원물 TV 드라마보다도 깊이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대신 "축제"라는 단기적 목적을 위해 일탈하는 청춘들의 열정이라는 주제는 보다 더 영화적이다. 필연적으로 클라이막스는 화려해지고 좋은 음악이 동원된다. OST 프로듀싱 조장혁에 심지어 노래하는 목소리 대역은 다름아닌 정여진, 이거 은근히 음악 영화다. 그런데 축제 시작시 은비가 부르고 있는 로큰롤 곡은 OST에도 수록되지 않았고 어느 음반으로도 발매된 적이 없는 유령같은 곡이다. 영화의 가장 극적인 전환 순간에 나오는 노래고 노래 자체도 제일 좋은데 왜 그걸...내가 아는 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영화 OST다.


단순 시선몰이용 까메오들과 달리 권해효는 동네 양아치 집단 "동방불파"의 두목 역을 맡아 꽤나 열연한다. 데뷔 이후 낙천적인 조연으로 주로 알려졌는데 이 영화에서 캐릭터 강한 코미디언으로서의 권해효가 발견된다. 이런 캐릭터를 조금 더 많이 연기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요새는 사회운동가로 더 열심이신 것 같아서 아쉽다. 세상 예쁜 얼굴로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사는 김소연의 톰보이 캐릭터는 하이틴 청춘 영화로서 남자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어필한 면이 있다. 이 영화로 김소연 입덕한 사람이 찾아보면 은근히 있더라니까.


입시지옥 대한민국에서 잘 나오기 힘든 고교 청춘영화가 20세기 끝자락에 그래도 하나 세상에 던져졌고 그게 (현재까지) 사실상 마지막이었다는 점에서는 표절 혐의나 영화적인 깊이와는 별개로 분명히 한국 영화사에서 장르적으로 상징적인 흔적 하나는 남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출 이진석
각본 이선미
원작 [전교생 転校生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