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레이스 The Great Race (1965) by 멧가비


[매드 매드 대소동] 같은 빅 레이스 플롯에 007 본드카의 특수 자동차 기믹 거기에 블레이크 에드워즈 특유의 스크루볼 코미디까지 결합 된, 좋게 말하면 버라이어티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이 기묘한 혼종이 훗날 다른 서브컬처 혹은 다른 문화권에 까지 끼친 영향력은 또 아이러니하게도 대단하다.


우선적으로 '핸나 바버라'의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인 [Wacky Races]가 이 영화의 영향을 정통으로 받은 거의 직계 쯤 된다고 하고, 거기에서 또한 파생된 것이 아직까지도 그 상품성이 남아있는 일본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타임 보칸]이질 않겠는가. 알려진 것은 거기 까지이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닥터 슬럼프]의 펭귄 마을 레이스 역시 이 영향력 계보에 포함된다고 보는 쪽이다. 정작 원본인 이 영화는 제목과 달리 레이스 자체에는 크게 비중을 두지 않지만 말이다.


영화의 장르적 파급력만으로 높게 평가하자는 건 아니고, 그냥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코미디다. 서부극식 주점 난투, 텐트 코미디, 미친 과학자 등 당대 오락 영화의 시도 가능한 거의 모든 요소는 다 때려붓고 있는 듯 하다. 이 영화를 논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헐리웃 영화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파이 던지기 싸움'이 시도 되었다는 점이다. 1909년 단편 [Mr. Flip]부터 세는 파이 던지기에 대한 계보 같은 것이 있는데 이 영화에서 규모적으로 만개했다는 것이 중론. 그렇게 무성 영화 시대의 코미디를 계승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악당 콤비의 바보같은 슬랩스틱은 기본적으로 채플린이요, 영화 전체적으로 틈만 나면 시도되는 맨몸 스턴트는 버스터 키튼이고, [풍운의 젠다 성]을 그대로 카피한 후반 플롯에서는 더글라스 페어뱅크스식 일대일 검투도 흉내낸다. 지금 시각으로 보면 영 시원찮은 수준이지만 60년대 영화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 정도는 하고 있다. 큰 웃음이 터지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웃음 밀도가 높다. 나룻배 부서지는 장면에서는 뭐 먹고 있으면 안된다.


영화에서 눈 여겨 보면 재미있는 지점, 베트남에서의 패전 이전의 미국식 영웅상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서 활용 가능한 부분이다. 토니 커티스가 연기한 '그레이트 레슬리'는 요즘 영화에서라면 무조건 속 검은 악역으로나 나올 캐릭터다. 잘 생기고 용감하고 늘 세간의 환호를 받는 완벽한 남자. 거만하고 느끼하고 언제나 자신만만한 백의의 모험가, 요즘 영화에서는 무조건 악역씩 웃을 때 하얀 치아에 "띵!"하고 빛이 반사되는 그 연출, 요새 어떤 영화나 만화에서 주인공한테 이걸 하냐고. 심지어 여성 참정권 반대자에 남성우월주의자다. [닥 새비지]식 초인적으로 완벽한 영웅상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소비되고 있던 시절 막바지의 가장 극단적인 구식 영웅상이었을 것이다.





연출 블레이크 에드워즈
각본 블레이크 에드워즈, 아서 A. 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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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편의 코미디 걸작이 있었다. [매드 매드 대소동]은 노상에서 별안간 개최된 논 오피셜 레이싱이라 그들만의 리그일 뿐 세계관과의 상호작용은 없었다. 반대로 [그레이트 레이스]는 작중 전 세계가 주목하는 레이스가 소재이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나 느긋하다. [죽음의 경주]는 아예 결이 다른 영화니 논외. 이 영화의 "캐논볼 레이스"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