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날 Jour De Fête (1949) by 멧가비





프랑스의 전설적 코미디 예술가 자크 타티의 장편 극영화 중 유일하게 윌로 씨가 주인공이 아닌 작품. 목가적인 생활을 사랑하고 현대 기계 문명을 낯설어 하지만 늘 따뜻한 태도로 일관하는 윌로 씨와는 달리, 프랑수아는 오히려 빠르고 현대적인 시스템을 따라하려다가 낭패 보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본인의 자의식이 담긴 캐릭터 대신 전혀 다른 타자적 캐릭터를 내세웠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때 부터 일관적이었던 셈이다. 그의 세계관은 영화에서 두 파트로 크게 나뉜다.


전반부는 어느 시골 마을에 축제 업자가 방문하며 시작한다. 아마도 그 마을에서는 업자의 방문과 함께 열리는 카니발이 중요한 행사일 것이다. 모두가 들뜬다. 조용하던 광장에는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이 북적이고 아이들도 신나서 이리저리 방방 뛴다. 자크 타티는 이후의 영화들에서 조용한 시골 마을에 들어서는 현대 문명을 일관되게 경계하는데, 그가 그렇게도 지키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던 목가적인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 이 전반부에서 고스란히 묘사된다.


이윽고 자크 타티가 분한 주인공 우체부 프랑수아도 마을에 당도하고, 프랑수아는 카니발 중 미국 영상을 틀어주는 부스에서 본 미국식 우편 시스템에 고무된다. 술에 흥청망청 취한 프랑수아가 미국식 우편 시스템을 흉내내려다가 벌이는 슬랩스틱 원맨쇼가 영화의 후반부를 채운다. 이 파트는 타티의 전작이자 단편인 47년작 [우체부 학교 (L'École Des Facteurs)]의 재촬영인데, 단지 맥 세니트 식 슬랩스틱의 재현에 불과했던 그 단편은 이 영화에 재사용 됨으로써 그럴듯한 내러티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전후 전세계에 미국적 가치가 전파, 크고 강한 나라의 빠르고 정확한 시스템에 대한 경외와 선망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게다가 영화의 배경이 되는 마을은 자크 타티 본인이 2차대전 시절 복무했던 곳, 즉 초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입지가 공고히 다져지는 시발점을 목도한 곳이라는 영화 외적인 상징성도 있다.


타티는 우체부 프랑수아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가면 족하다는 느긋한 메세지를 전한다. 아직 젊던 시절의 타티가 자전거와 함께 벌이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가히 일품이다. 전문 코미디언이 자전거 분장을 하고 날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들 정도다.





연출 자크 타티
각본 자크 타티, 앙리 마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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