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삼촌 (aka 나의 아저씨) Mon Oncle (1958) by 멧가비


전작에서 타티는 목가적인 해변을 점령한 도시 사람들에게 어수룩한 척 골탕을 먹임으로써 두 세계관 사이에 느슨한 경계선을 그었다. 그러나 본작에 와서는 그 두 세계관 사이에 윌로 씨가 교집합으로 배치되어 버린다. 헐렁한 마을에서 헐렁한 삶을 즐기는 윌로 씨를, (졸부로 추측되는) 누이와 매부는 자신들의 "세련된" 세계에 편입시키려 애쓴다. 픽션 속 특정한 타입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현대 은어 중에 "물 밖의 물고기(fish out of water)"라는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유형이기도 한데,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장소에 놓여 멀쩡한 상황을 망쳐놓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말이다. 전작 [윌로 씨의 휴가]에서 시작된 자크 타티의 이 고유한 캐릭터는 이 영화에서 만개해 코미디 역사에 중요한 흐름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


윌로 씨가 누나 부부의 고집스런 강압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오로지 귀여운 조카 때문이다. 조카 역시 부모보다 좋은 윌로 삼춘처럼 두 세계관에 끼어있다. 소년은 기계가 만들어 준 집밥 대신 상인이 더러운 손으로 만들어 주는 길거리 간식을 더 좋아한다. 매형 아르펠 씨가 윌로를 못마땅해하는 그 아들이 바로 윌로 삼춘만을 따르고 닮으려 하기 때문인데, 끝에 가서 윌로 씨는 결국 매부의 손에 의해 도시로 이주하게 되고 조카는 뒤에 남는다. 결국 윌로 씨가 추구하는 목가적 세계관의 뒤를 이을 세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윌로 씨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인물은 매형이지만 누나인 마담 아르펠은 사실 자크 타티 본인의 강압적인 친 누나 나탈리를 반영한 캐리커처라는 비하인드도 숨어있다.


시골 마을의 상기된 분위기를 관조하는 [축제날]과 목가적인 휴양지의 사소한 해프닝을 그린 [윌로 씨의 휴가] 등 타티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관에 대해 찬미했던 전작들에서 벗어나, 그 세계관에 충돌하는 '싫은 것'에 대해 조금 더 주목하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이르러 타티는 무기질적인 현대 기계 문명에 대한 불호를 적극적으로(그러나 여전히 그의 톤 그대로 따뜻하고 해학적으로) 드러낸다. 이 다음 작품인 [플레이타임]에 앞서 타티가 건축학에 대한 관심을 제대로 보여준 일종의 전신이기도 한데, 사람을 위해 집이 지어지는 것이 아닌, 집을 과시하기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 듯한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대한 묘사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윌로 씨가 밤에 몰래 침입했을 때 아르펠 부부가 창밖으로 마당을 내다보는 쇼트는, 단지 만화적인 연출의 재미를 넘어 사람이 이미 집의 일부 쯤으로 기능하고 있는, 주객전도 물신숭배의 세상을 통렬히 풍자하는 장면.


무성영화와 관련한 타티 본인의 아이덴티티도 여전한데, 이 영화는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묘하게 닮아있음과 동시에 최초의 코미디 영화인 루이 뤼미에르의 1895년작 단편 [물 뿌리는 정원사 (L'Arroseur Arrosé)]를 오마주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작에 이어서 사운드에 대한 실험 역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전작에서 프레임에 담긴 모든 사물의 사운드를 담아냈다면 이 영화에 와서는 프레임 바깥의 소리 모두를 집요하게 놓치지 않고 있다. 배우들은 말이 없는데 사물과 배경은 떠든다. 아르펠 씨의 저택에서 정체 모를 기계 장치가 주기적으로 내는 전자 신호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딱딱한 구두발이 닿으며 내는 모든 소리, 옆집 여자가 잔디 깎는 소리 까지 뒤엉키고 있노라면 이미 윌로 씨가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세계가 타티의 신경을 얼마나 긁고 있는지, 얼마나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할지 미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타티 식 디스토피아 SF라고 정의내려도 무리다.


앞서 언급한 물 밖의 물고기(fish out of water), 쉽게 말해 "불청객" 캐릭터 역시 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윌로 씨 캐릭터의 불청객 이미지는,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더 파티]에서 피터 셀러가 분한 인도 남자를 거쳐 로완 앳킨슨의 [미스터 빈] 캐릭터로 계승된다. 물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원형은 잊히고 풍자성은 희석된 채 미스터 빈 졸라 웃기다는 대중평만 남게 되지만 말이다.





연출 각본 자크 타티

핑백

  • 멧가비 : 플레이타임 Playtime (1967) 2021-11-27 02:24:19 #

    ... 을만이 배경이었던 [축제날], 시골 해변가 마을에 도시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윌로 씨의 휴가] 그리고 윌로 씨가 변두리 마을과 세련된 기계 저택 사이에 끼어있던 [나의 아저씨]. 그리고 마침내 이 영화에 이르러서 이제 타티의 목가적 세계관은 완전히 사라지고, 타티의 페르소나 캐릭터인 윌로 씨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했던 기하학적 석 ... more

  • 멧가비 :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2021-12-02 04:11:15 #

    ... 술사의 동행. 타티의 영원한 메시지, 새로운 것에 밀려나는 것들의 뒤안길이라는 테마의 리바이벌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저씨]의 못다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의 아저씨]의 윌로 씨가 부모보다 자신을 더 따르는 조카를 위해 헌신했듯이, 늙은 마술사는 자신을 따라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 락스 ... more

  • 멧가비 : 파티 The Party (1968) 2022-09-20 12:05:56 #

    ... 하게 작용한다. 상기했다시피 주인공인 '박시'부터가 타티의 '윌로 씨'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따라한 캐릭터이며 무대가 되는 기계 장치 저택은 마찬가지로 자크 타티의 [우리 삼촌]과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의 퓨전이다. 자신의 색이 나름대로 뚜렷했던 블레이크 에드워즈가 한 수 접고 오로지 패러디와 오마주에만 결과물일 것이다.&nb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