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Trafic (1971) by 멧가비


공연 기록 영상인 TV 영화 [퍼레이드]를 제외하면 극장용으로 촬영된 자크 타티의 마지막 장편 영화이자, 타티 영화 중 유일하게 플롯 상의 목적지가 제시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개조한 캠핑카를 싣고 암스테르담 오토쇼에 시간 맞춰 도착해야 하는 자동차 디자이너 윌로 씨의 역시나 윌로 씨 다운 해프닝이다.


자크 타티는 언젠가 주말에 고속도로의 작은 다리에서 두 시간 쯤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두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웃고 있는 운전자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일화를 술회한 적이 있다. 슬랩스틱 외길의 예술가에게 이 경험은 이 영화의 기초적인 아이디어가 됐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사람 대신 자동차가 고속도로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한다.


[플레이타임]의 처절한 상업적 실패 이후, 미술품 딜러인 알렉 N. 와일든스틴의 투자를 받고 그의 지인인 마리아 킴벌리에게 공동 주연 자리를 주면서, 그러니까 꾸역꾸역 어찌어찌 겨우겨우 만들어진 감이 있다. 그래서인가, 윌로 씨가 나오는 다른 영화들과 이 영화와 비교하면 뭔가 많이 다르다. 우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플롯의 목적지가 처음으로 제시된다. 게다가 윌로 씨가 번듯한 직업을 턱하니 갖고 나타난 것도 처음, 그리고 여배우와 함께 일종의 공동 주연을 맡은 것 또한 처음이다. 타티의 장편 필모 전체를 훑어보면 윌로 씨가 조금씩 기계 문명과 가까워지거나 혹은 화해해가는 과정처럼 보이곤 하는데, 회색 도시 한복판에 성큼 들어섰던 [플레이타임]에 이어서 이 영화에서는 숫제 윌로 씨가 그 기계 문명으로 돌아가는 산업 역군으로 환골탈태한 게 아닌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불시착한 어느 시골마을에서다. 그리고 오토쇼에는 시간 맞춰 도착하지 못한다. 오토쇼로 가는 길 옆으로 보이는 폐차장의 아이러니함은 [나의 아저씨]에서의 무너진 담벼락을 떠올리게 하고, 윌로 씨가 퇴장한 후 나오는 일종의 outro랄까, 꽉 막힌 도로의 운전자들을 하나 하나 비춰주는 짧은 군상극 시퀀스는 [플레이타임]의 연장선상과도 같다. 윌로 씨가 마지막으로 등장한 영화는, 전작의 실패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역시나 너무나 윌로 씨 영화 그대로다.





연출 각본 자크 타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