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Parade (1974) by 멧가비


가상의 도시 하나를 세트로 지어 영화를 찍을 정도였던 자크 타티의 위상은, 바로 그 영화 [플레이타임]의 절망적인 흥행 실패 이후 가히 몰락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추락했고, 노년에 들어선 코미디 예술가의 마지막 장편 영화는 제대로 된 극 영화도 아닌, 스톡홀름 서커스의 공연 영상을 여러가지 사양의 비디오 카메라로 혼합 촬영한 것. 즉 일종의 소극장 라이브 실황이 마지막 필모인 것이다. 초라하다면 일견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마지막이나, 완벽히 노년에 들어선 자크 타티가 주눅들지 않고 여전히 날렵한 몸으로 관객들 앞에서 라이브로 주특기 마임을 선보이고 있는 그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감히 초라함을 생각한 관객이 머쓱해진다.


타티 본인이 서커스 공연 중간 중간 마임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젊은 보드빌 광대들의 다양한 쇼가 메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커스 특유의 위험천만한 재주부터 시작해, 노새 로데오, 알프스 밴드 연주, 히피들의 사이키델릭 연주 등 끝도 없이 다양한 볼거리들이 쏟아진다. 화가들이 무대에서 그림을 그리고 그 앞에서 광대들은 재주 부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타티가 말년에 들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던 모든 광대적 요소들을(후배들의 몸을 빌어)라이브 무대에서 쏟아내고 있는 느낌이다. 그 중에서 노신사들의 점잖은 오케스트라 공연도 있는데, 사실은 타티의 아이덴티티인 "불청객(fish out of water)" 캐릭터 개그를 곁들인 스케치이기도 하다.


자크 타티는 각본만 써 놓고 완성본을 보지 못한 실벵 쇼메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일루셔니스트]를 통해, 광대들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시대의 흐름에 대해 슬픔을 내비쳤다. 어쩌면 이 서커스 실황 영상은, 자신의 이름값을 미끼로 관객을 불러 후배들에게 제공한 자리이진 않았을까.




연출 각본 자크 타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