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2010) by 멧가비


[비둘기와 할머니], [벨빌의 세 쌍둥이] 등 개성적인 화풍으로 프랑스 아트무비와 애니메이션을 결합시켰던 실벵 쇼메 감독. 자크 타티의 미공개 각본을 세상에 내놓은 간접적 협업이자 쇼메이 타티에 대한 경외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헌정작이라 할 수 있겠다.


공연용 마술 트릭을 마법이라 굳게 믿는 순수한 소녀 앨리스와, 시대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늙은 마술사의 동행. 타티의 영원한 메시지, 새로운 것에 밀려나는 것들의 뒤안길이라는 테마의 리바이벌이기도 하지만, [나의 아저씨]의 못다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의 아저씨]의 윌로 씨가 부모보다 자신을 더 따르는 조카를 위해 헌신했듯이, 늙은 마술사는 자신을 따라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다. 락스타에 열광하느라 마술사에겐 관심 조차 주지 않는 냉정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술에 온전히 빠져버린 앨리스에게 늙은 마술사는 아버지가 되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시작은 아버지였지만 그 끝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아름다우면서 쓸쓸하다. 장성한 딸을 출가시키는 아버지처럼, 연인을 만난 앨리스를 바라보며, 더 이상 줄 게 없는 늙은 마술사는 등을 돌린다. 나는 자크 타티의 작품 세계가 일정 부분 오즈 야스지로의 영향을 받아 완성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주는 따뜻하면서도 허탈한 정서는 [꽁치의 맛]과도 닮아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유작이다.


원래부터 자크 타티에 대한 존경을 표하곤 했던 실벵 쇼메는 본작에 이르러서는 시그니처와 같던 "뚱뚱한 미국인"에 대한 조롱 섞인 풍자도 자제하고 있고, 카메라는 거의 내내 와이드 쇼트로 유지된다. 뭣보다 급격한 산업화와 시대 변화를 미처 대비하지 못한 구세대의 방황이라는 타티의 영원한 테마는 타티 본인보다 직관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점. 자신의 에고를 지우고 온전히 자크 타티의 영화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화면 곳곳에 증거처럼 묻어난다. 타티는 자신의 모든 필모그래피에서 찰리 채플린으로부터의 영향을 감춘 적이 없으며 때로는 자신만의 채플린 영화를 만드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이기도 했는데,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실벵 쇼메가 만든 자그 타티의 [라임라이트]라고 여긴다.


영화는 타티가 생전에 소홀하게 대했던 딸에게 보낸 사과의 편지에서 기초한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스크립트를 공개한 소피는 2001년에 폐암으로 사망, 그리고 자신이 편지의 진짜 주인공이라 주장하는 큰딸 헬가(소피와는 이복 자매)는 어릴 적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버려진 자식이다. 결국 이 영화는 자크 타티 본인이나 그의 딸들 어느 쪽에게도 의미있게 가서 닿지 못했기에 더욱 쓸쓸하다.






연출 실벵 쇼메
각본 실벵 쇼메
원안 자크 타티, 앙리 마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