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콘과 윈터솔저 The Falcon and The Winter Soldier (2021) by 멧가비


MCU의 첫 드라마 타이틀 [에이전트 오브 실드]가 [어벤저스]의 스핀오프였다면, 이 드라마는 [캡틴 아메리카] 삼부작의 스핀오프로 분류해도 좋을 것이다. 두 주인공은 캡틴 아메리카의 사이드킥 출신이고 주된 갈등 요소 중 하나가 캡틴 아메리카 타이틀 쟁탈전이기도 하며 [시빌 워]의 메인 빌런인 헬무트가 제 3의 포지션으로 재등장하니, 이견의 여지 없이 아무튼 그 쪽 라인이다. 이렇게 노선이 분명한 스핀오프 좋아한다.


캡틴 삼부작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미화하진 않을까 했던 당초의 우려와 달리, 시리즈 내내 다분히 그저 보편적인 정의와 자유를 추구한 캡틴의 개인적인 드라마였다. [퍼스트 어벤저]는 전쟁터 한복판에서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는 청년의 성장기였고, [윈터 솔저]는 타락한 조직에 맞서는 양심적 내부고발자의 분투기였으며 [시빌 워]는 대의와 사연(私緣) 사이의 균열을 메꾸지 못한 실패한 리더의 이야기였다. 즉, 개인적인 서사를 다루면서 동시에 영웅주의의 무용(無用), 공공 기관의 부정직함과 무능함을 드러내는 등 의외로 굉장히 현실적인 담론을 늘 견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물론 샘 윌슨과 버키 반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앞세우는 거시적인 이야기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인다. 결국은, (디즈니의 위선적인 PC함을 등에 업고선) 미국은 지금 흑인 캡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며 이상론을 제시하려고 만든 드라마더라. [블랙 팬서]가 서구 흑인들이 갖지 못한 근원적 신화(일명 흑뽕)를 대리충족 시켜줬다면, 이 드라마는 현대 미국에서의 흑인 커뮤니티의 위상이 여기까지 왔다는, 아니 정확히는, 미국 사회는 이제 흑인 리더를 따를 수 있을 정도로 PC해졌다는 자뻑에 가깝다. 그러니까 블랙 팬서는 대놓고 판타지, 이 드라마는 판타지가 아닌 척 하는 판타지.


물론 코믹스에서도 샘 윌슨은 캡틴 아메리카로서 활동한 적이 있다. 하지만 코믹스에서 사이드킥이 히어로의 코드네임을 물려 받아 2대, 3대 등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스토리의 다양성을 위한 임시직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다. n번째 캡틴 아메리카를 하다못해 이슬람 테러리스트 출신이 물려받는다고 해도 코믹스 팬들은 이제 걱정하지 않는다. 사필귀정 언젠가 다시 스티브 로저스에게 반납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배우가 하차하면서 코드네임을 물려주게 될 실사 영화, 드라마 세계관에서 이는 전혀 다른 성질의 일이다. 샘 윌슨이 캡틴 아메리카를 물려 받았다면 이제 그것은 온전히 샘 윌슨의 것,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남의 나라 미국을 인종주의로 주제넘게 재단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드라마 내내 미국 흑인들이 겪는 일들을 고발하는 척 하면서 예상치도 못한 자뻑으로 마무리 하려는 가증스러운 낙관주의가 우습기 때문이다. 또한 디즈니가 자사의 컨텐츠들로 벌이는 강압적인 PC운동의 중간정산을 보는 듯해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날개 단 흑인이 "이제 내가 캡틴 아메리카요"라며 주장하는데 시민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왜 가증스러운 모습인지는, 현실에서 오바마 다음 대통령이 누구였는지가 그 대답이다. 심지어 그 흑인 캡틴은 가면 쓴 테러리스트들에게 끝까지 온정의 손길을 내민다. 이 정도면 거의 프로파간다 아니냐. 아니 그냥, 뻥까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드라마에 배어있는 정치적인 자뻑이야 어쨌든, 주요 캐릭터들의 앙상블은 흥미롭고 액션은 끝내준다. 캡틴 삼부작은 내내 주먹질 타격감 맛이 좋았는데, 그건 아주 잘 계승했어.


샤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연출 카리 스코글런드
각본 데릭 콜스태드 外

덧글

  • 잠본이 2022/05/09 12:47 #

    아직 안봤는데 캡틴 신작이 이거 안보면 이해안되는 쪽으로 갈까봐 매우 불안한 것입니다(...)
  • 멧가비 2022/05/09 16:31 #

    여기서 2캡 짭캡 흑화샤론 다 나왔으니 영화만으로 이해 안되는 건 거의 확정이겠네요
  • 듀얼콜렉터 2022/05/10 11:39 #

    확실히 마지막화의 팔콘이 연설하는 부분은 손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습니다.
  • 멧가비 2022/05/26 15:34 #

    저걸 듣고 있는다고? 같은 느낌이었죠ㅋㅋ
  • SAGA 2022/05/23 23:25 #

    시빌워 이후로 샤론이 저리 고생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고, 저렇게 흑화될 거라곤 예상 못했죠...
  • 멧가비 2022/05/26 15:34 #

    배우도 예상 못했을거예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