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2016) by 멧가비


미래를 본다는 설정이 신의 한 수다. 그 설정이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사실 전체 스토리에서는 없어도 무방한데 그게 없어버리면 그지같이 밍기적대면서 자존심만 존나 센 연애 못하는 남자의 한심한 이야기에 불과하게 되어버리니까. 같은 맥락에서 주마등 설정 이것도 있어야 하는 거 맞고.


그런 것들이 있어도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퇴로 없이 감정을 표현하며 사랑에 있어 타산을 따지지 않는, 본체가 서현진인 여자가 남자들한테 인기없는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미 비현실적으로 뒤틀려있는데 미래를 보면 어떻고 다른 차원을 보면 좀 어떻겠어.


사실 하나하나 곱씹으면 다들 어딘가 뒤틀려있다. 박도경은 모든 문제의 원흉이면서 해피엔딩을 맞는 이상한 주인공. 애초에 해영과의 결혼을 동정심 같은 네거티브한 감정으로 접근하면서 여러 사람을 불행으로 끌어들인 사람이다. 지나치게 말과 표현에 인색한 남자, 타인으로부터 받는 고통을 감내하지만 자기가 타인에게 주는 고통에도 무감각하다. 현실에 있다면 친해지기 힘든 인간.


오해영은 정반대로 말과 표현이 과잉. 일상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나 직업인으로서의 오해영의 관점은 거의 묘사되지 않고, 오직 연애감정 하나를 위해 사는 사람처럼 모든 말과 행동이 사랑에 관한 것 뿐이다. 마찬가지로 현실에 있는 유형인데, 박도경과 다른 방식으로 주변 사람을 지치게 하는 타입이다.


오해영2는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위해 자신이 해야할 노력에 대한 고민이 없다. 한태진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묘사되지 않지만, 이야기의 전개에 필요한 기능적 캐릭터성만 갖고 있으며 어쨌든 아무 잘못도 없는데 벌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비틀린 세계관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마치 팀 버튼의 [배트맨 리턴즈]처럼, 정서적으로 큰 결함을 가진 인간들이 모여 벌이는 진 빠지는 연애소동. 그 위로 산뜻한 음악이 당의정처럼 깔림으로써 이 드라마는 아기자기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받아들여진다. 하필 OST 노래들은 또 귀에 꽂히게 잘 만들어져서, 오히려 일찍 질리는데 그 노래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온다. 


이 드라마 보면서 연애하고 싶어진다는 평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 저렇게 사람이 말라죽도록 서로를 못살게 구는데 저런 연애가 하고 싶다고? 아니 그냥 이 드라마는 서현진 얼굴 갤러리지.




연출 송현욱
각본 박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