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PACHINKO (2022) by 멧가비


일제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사회파 장르, 라던가 아무튼 되게 마음 무겁게 만드는 내용은 의외로 아니더라. 그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이민자 소수집단의 가족 멜로 장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확실히 상업적으로는 더 잘 먹히는 플롯이고, 원작이 미국에서 얻은 호응 역시 미국의 이민자 역사에 얽힌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기독교적 상징들 까지. 애플 TV 이전 제작사들이 백인들 이야기로 각색하고 싶어했다던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물론 그렇다고 이야기가 가진 진정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고.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식민지 시대를 거친 재일 1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진짜 날카로운 얘기는 피하고 조금 두루뭉술하게 에둘러 간다는 인상을 조금은 받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어떤 강단이랄까, 단전에 감추고 있는 단단한 힘 같은 것이 느껴져서 다음 시즌에 조금 더 본격적인 얘기가 펼쳐지겠다 싶어 기대되는 바이다. 그리고 별개로, 이 정도 얘기만 해도 일본 사회에서는 불편한 시각으로 백안시할 것이 뻔한데도 용기있게 참여한 일본인 배우들에게는 감탄하게 된다. 주요 배역들이야 한국계 일본인이라지만 그냥 생짜 일본인 배우들도 더러 있는 것 같던데.


영어 대사를 그대로 번역한 듯한 옛 문학 문어제 말투가 조금 귀에 걸리는데, 권진수였더래도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제대로 된 한국어를 구사하는 배우들이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만도 상전벽해인 노릇이다.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되지.






연출 코고나다, 저스틴 전
각본 수 휴
원작 민진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