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에서 온 우뢰매 (1986) by 멧가비


'김청기'라는 이름으로 상징되는 저연령 픽션 표절과 무단 카피, 그 역사의 정점에 서 있는 두 작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둘 중 하나인 [로보트 태권브이]는 그나마 백퍼센트 애니메이션에 나름대로 선구적인 로토스코핑 방식으로 제작되는 등 기술 축적의 의의라도 있었지만 이 쪽은 그냥 답이 없다.


영화의 핵심인 주인공 측 메카는 디자인 카피, 돈 드는 부분은 셀 애니메이션으로 대강 때운 무성의함, 박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이 졸속인 실사 초능력 배틀 씬.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름방학을 맞은 국민학생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시리즈화 되어 캐릭터 상품들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간 당시의 현실은, 그만큼 (SF는 커녕) 국산 오리지널 픽션 시장이 불모지였고 아동용 픽션이 얼굴에 철판 조금 깔면 코 묻은 돈을 갈퀴로 쓸어담을 수 있는 떴다방 한철장사 쯤으로 여겨지던 시대였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태권브이]는 명백히 [마징가Z]의 디자인 카피이지만 태권브이를 추억하기 위해 마징가 프라모델을 사는 사람은 없다. 1퍼센트의 오리지널리티 때문이다. 하지만 우뢰매를 추억하고 싶으면 카피 대상인 '봉뢰응' 완구를 사면 된다. 똑같이 베낀 원본이니까. 반다이에서 미니프라 시리즈로 조형 좋게 잘 나와있더라. 도찐개찐인 처참한 표절작들임에도, 한 쪽은 1퍼센트의 독창성과 국뽕에 힘입어 관련 완구가 나왔다 하면 프리미엄이 붙어버리고, 다른 한 쪽은 거의 완벽히 카피한 덕분에 원본으로 추억을 대체하기가 간편하다. 용호상박, 어느 쪽이 더 추하게 얼룩진 추억일까.






연출 김청기
각본 조항리

덧글

  • 잠본이 2022/05/10 15:52 #

    그 용호상박을 같은 사람이 둘다 감독했다는 게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죠(...)
  • 멧가비 2022/05/10 22:02 #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전설같은 사람입니다
  • 듀얼콜렉터 2022/05/12 05:58 #

    엌, 제가 그 당시 한국에서 이걸 극장에서 본 초등학생이라 뭔가 묘한 기분이네요 ㅎㅎ ^^;
  • 멧가비 2022/05/12 15:16 #

    책받침 받으셨었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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