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저스의 결성과 세계 치안의 대체, 어벤저스의 이합집산 그리고 타노스 레이드라는, 비교적 목적지가 분명했던 이전 페이즈들과 달리 페이즈 4의 특징은, 도대체 어디로 가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데에 있다. 한 마디로, 이것 저것 판만 크게 벌려놓는 느낌. 뭐 파이기가 어련히 알아서 큰 그림 다 그려놨겠지 싶지만 그래도 그걸 소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목적지가 어느 정도 보이는 게 편한데 말이다. 그런 페이즈 4의 특성을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게 이 드라마. 다짜고짜 이집트 신이 나와버린다고?
MCU의 특징이라 하면 코믹스에서 어떤 초월적 존재나 개념을 끌어오더라도 이 세계관에서는 최대한 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무언가로, "MCU풍 과학"의 범주 내에서 설명 가능한 것으로 각색을 시켰던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아스가르드인들은 고도로 과학이 발달한 외성인으로 설정하고 마법사들이 아무리 나와도 그 마법의 총체적 근원인 악마나 마신의 존재는 언급하지 않는 것 등으로 말이다. 덕분에 이 세계의 마법사들이란 조금 다른 형태의 초능력자들이나 마찬가지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고. '고스트 라이더'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어차피 [에이전트 오브 실드]에서 갖다 썼던 것들은 대부분 짬처리 시키는 게 현실이니 MCU에 고스트 라이더는 아직 나온 적 없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시리즈 발행이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실사 영화 드라마 시리즈이니 코믹스처럼 온갖 설정을 다 덕지덕지 갖다 붙여가며 폭주해서는 안 되는 것도 맞고.
그랬었는데 갑자기 현실 문명권인 이집트의 신앙의 대상이 떡하니 등장한 거지. 아니 그러니까 아스가르드니 TVA니 물리적으로만 팽창하는 것 같던 MCU에도 결국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소리다. 바꿔 말하면, 다른 문명권의 신들도 등장하던가 추가 언급이라도 없다면 결국 MCU에 존재하는 다른 모든 종교들은 사이비 종교 확정이라는 것. 물론, 여기의 이집트 신들은 그저 이집트에서 숭배의 대상이 됐을 뿐 결국은 도르마무나 에고 등 에너지로 구성된 존재들과 결이 같습니다, 라고 얼버무리면 할 말 없겠지만, 그러기엔 콘슈니 암미트니 하는 신들은 가상으로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이집트 신화 속 개념이고 게다가 이 드라마 어차피 후속 시즌 없을 계획이라며.
그게 진짜 미스테리인 거지. 나중에야 어찌 되든 일단은 후속 시즌 계획이 없는 드라마에서 전체 세계관의 정체성을 뒤흔들 개념을 떡하니 내놓는데다가, 몸값 가볍지 않을 베테랑 영화 배우들을 갖다 쓸 만큼 공 들였는데 (주인공 문나이트를 제외하면) 캐릭터 완구라든가 본전 뽑을 만한 변변한 수익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만든 드라마지?
재미가 있었다면 사소한 의문들이 들지도 않았을텐데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재미가 없다는 점이겠다. 어차피 후속 시즌 계획이 없는 드라마인데 배경 설정이니 등장 인물 히스토리니 하는 것들을 대사로 설명하느라 분량은 다 잡아먹고, 그러느라 타이틀롤인 문나이트는 활약 기획가 적고, 이제 좀 제대로 싸우나 싶으면 암전 후 승패만 보여주고. 적어도 고고학 모험 파트라도 [인디아나 존스] 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미이라] 정도만 됐더라면 잔재미가 있었을텐데 그것도 아니었어. 이거 평가가 왜 좋은 거야 대체.
연출 모하메드 디아브, 저스틴 벤슨 外
각본 제러미 슬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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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 나올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