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Jurassic World: Dominion (2022) by 멧가비


페로몬의 제왕 오웬, 새침한 도시 아가씨 클레어는 영화 세 편을 거치면서 가졌던 개성을 잃고 주어진 상황에 던져지기만 하면 어떻게든 뚝딱 해결해내는 진지하고 재미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이 두 사람 처음만 해도 공룡이 활개치는 극한 상황에서 스크루볼 코미디 찍던 사람들인데 이제는 그냥 징그러울 정도로 애정 충만한 미국식 부모로 밖에 보이질 않아. 성장을 표현하려던 것 같지만 캐릭터로서는 퇴색이다.


공룡이 살인마 포지션을 맡아 꽤나 그럴듯한 슬래셔 호러 저택 추격전을 보여줬던 전작의 가능성은 어디 가고, 익숙한 공룡 월드 어드벤처가 또 배경이다. 시리즈 대단원의 막에는 역시 오소독스한 플롯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그럴 거면 공룡들이나 많이 보여줄 것이지 메뚜기는 또 뭔데.


몇 가지 면에서 실망스럽지만, 시리즈의 막장으로서는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할 만한 왁자지껄한 난장판 대소동이다. 뭣보다 [스타워즈] 시퀄이나 [터미네이터] 최근작들처럼 레전드 원년 배우들 모셔다 놓고 푸대접 하진 않아서 영화 외적으로라도 마음이 놓인다. 앨런과 앨리는 먼 길을 돌아 결국 재결합을 하고이안은 횃불쇼에 성공해 체면을 회복한다. 기왕이면 거기에 더해 1편의 두 어린이도 돌아왔으면 좋았으련만 그 쪽은 패스해버리고 헨리 우 박사한테 뜻밖의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공존 공존 하더니 처벌 안 받는 게 공존이야?


대충 어찌저찌 수습해 만든 해피엔딩. 하지만, 돈이 많던가 과학계에 권위가 있던가 아무튼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수준에 있으면서 동시에 공룡으로 병기든 뭐든 자꾸 만들려고 헛짓하는 인간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세계관인데 이 앞으로도 안전한 공존은 없을 게 뻔하다.




연출 콜린 트러보로
각본 콜린 트러보로, 에밀리 카마이클

덧글

  • 듀얼콜렉터 2022/07/15 07:31 #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고 평이 너무 안 좋아서 별로 기대 안하고 봤는데 무난하게 봤습니다. 원작 캐릭터들에게 적당하게 분량 배정해준것도 나쁘지 않았구요. 근데 진짜 메뚜기 파트는 너무 뜬금없긴 했네요.
  • 멧가비 2022/07/15 16:16 #

    공룡들 잡으려고 메뚜기 떼를 풀어 이이제이를 한다던가 했으면 말초적인 장르 쾌감이라도 있었을텐데 그 마저 아니었지요
  • SAGA 2022/07/16 10:28 #

    딱... 적당한 후속작이란 생각 밖에 안들더군요.
  • 멧가비 2022/07/16 16:02 #

    네, 딱 이름값만 겨우 해 낸...
  • 다르 2022/11/03 02:32 #

    멧가비님은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생각이 전보다 많이 바뀌셨나요? 궁금해지네요.
  • 멧가비 2022/11/03 14:34 #

    여전히 한 편의 영화로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시리즈의 한 챕터로서는 굵직한 판단들을 조금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특히 만달로리안을 보고나서요
  • 다르 2022/11/05 11:22 #

    그렇군요. 멧가비님의 [라스트 제다이] 글들을 너무나도 재밌게 읽었어서 궁금했었어요. 저는 [라스트 제다이] 이후의 모든 스타워즈 행보들이 실망스러워서 [라스트 제다이]가 스타워즈의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꺼두고 있었는데, 요즘은 [안도르]가 그렇게 재밌더라구요. 만달로리안도 조만간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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