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Toy Story (1995) by 멧가비


캐릭터들의 개성과 티키타카 그리고 그 이전에 디지털 시각효과의 시대를 연 공로 등이 있지만 사실 내러티브 자체는 그 전 부터 너무나 익숙한 기성품인 게 맞다. [호두까기 인형]의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머나먼 여정] 각색판이라고 봐야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의 텍스트를 "그냥 기성품"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 월트 디즈니 산하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이야기가 디즈니 지붕 밑에서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 클래식 장편 들은 일률적으로 권력지향적이다. 선악이 뚜렷한 세계관에서 결국에는 주인공이 권력을 쟁취하며 맞는 해피엔딩. [인어공주]는 변방 소수민족의 공주가 유럽의 전제 왕국 왕세자비로 영전하는 이야기, [미녀와 야수]에서는 평민 출신 벨이 귀공자비가 되고 [알라딘]에서의 하층민 알라딘은 부패한 관리를 몰아낸 공로로 무능한 왕국의 부마가 된다. 심지어 [라이온 킹]에서는 아프리카 포식자를 권력 집단으로 은유하기 까지 한다. 이후의 작품들도 대충 [포카혼타스] 정도를 제외하면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 우디가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하고 다크호스 버즈와 평화롭게 권력을 나눠가지면서 끝난다. 물론 그 결말에서 우디가 앤디의 총애를 되찾고 권좌를 되찾는다는 전제 까지는 맞지만, 장난감 세계에서의 보잘 것 없는 권력 위에 생사여탈권을 쥔 거대한 존재의 무서움을 새삼 뼈저리게 느낀 이후라는 점이 크게 다르다. 바로 그 부분이 기존 디즈니의 페어리테일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우디와 버즈 등 장난감들이 제아무리 신통방통하게 활극을 펼쳐도, 그들의 삶에 결여된 주체성을 완벽히 회복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슬픈 정치 우화다. 왕의 측근에 붙어있고 싶어하는 권신들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지만, 권욕을 버리면 해방되는 인간들의 정치 논리와 달리 장난감인 우디는 석가모니 이상으로 해탈을 수백번 해도 근본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영화는 그리고 이후의 후속작들은 전형적인 페어리테일 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더 가깝다. 특히 이 1편은 시리즈 중 유일하게 최종보스가 인간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토이 스토리는 언제나 불완전한 해피엔딩이며, 그 불완전함이 디즈니 장편 최초로 극장용 속편 까지 나오게 만든 원동력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래도 근본은 어린이 동화의 톤을 유지하기 때문에 실존적 고민을 깊게 파고 들어가진 않는다. 그래서 더 무섭다. 픽사 작품들은 어른들도 볼 수 있는 전연령가 애니메이션의 아이콘이기도 한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토이 스토리는 어딘가에 소속된 노동자 관객에게, 어린 시절에 이미 받았으나 그 때는 미처 몰랐던 미래에 대한 염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연출 존 라세터
각본 앤드루 스탠튼, 피트 닥터, 조스 위든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