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Drive (2011) by 멧가비


무신경하게 쓰곤 하는 "도시의 카우보이"라는 진부한 수사가 의외로 굉장히 철썩같이 영화를 표현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 아닌 게 아니라, 떠돌이 마초가 한 가족을 구원하면서 겸사겸사 아이 엄마와 썸도 좀 타는 이야기, 즉 [셰인]이 플롯인데, 단지 그 배경이 매트페인팅으로 근사하게 구현된 미 서부 평야에서 LA 로케로 대체되었을 뿐이다.


주인공 "드라이버"는 흔히 떠올리는 방랑 카우보이의 어떠한 전형, 그러나 실은 자주 보진 못한 캐릭터, 욕망없이 계획없이 그저 가담할 수 있는 범죄라면 기꺼이 가담하고 일은 일로써 깨끗하게 선을 긋는 남자. 친절하고 너그럽지만 도발해 오는 폭력에는 주저하지 않고 더 큰 폭력으로 잔혹하게 대응하는 순도 높은 마초. 카우보이의 순정을 짓밟으면 그 땐 깡패가 되는 거야.


셰인에게서 이따금 보이던 미묘한 폭력 성향을 극단적으로 확대시키고 대사를 조금 덜 주면 이 "드라이버"가 된다. 물론 셰인보다는 조금 더 폭력성을 "기꺼이" 드러낸다는 차이점이 있지만, 철저하게 과거가 감춰진 셰인과 달리 이쪽은 그가 발을 담그고 있는 범죄의 세계가 영화의 시작부터 드러나기 때문에, 셰인처럼 마지막 선 까지 참는 인물이었다면 오히려 위선자처럼 보였을 것이다. 젠틀하게 구는 쪽이 위선인지, 폭력적인 쪽이 위악인지 끝내 뚜렷하게 규정되지 않는 미스테리어스한 인물이며 그게 이 인물에 대한 몰입감을 완성시킨다. 원래 카우보이는 자신을 많이 드러내는 게 아니지.


캐릭터 하나가 영화 전체를 장악하고 주도하는 종류의 영화다. 과묵한 남자를 향해 사부작대며 다가오는 불길한 파국의 기운,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은 데뷔작인 [푸셔]에서부터 이미 폭력을 토핑처럼 올린 탐미주의를 재주로 부리던 사람이었고 이 영화로 만개한 느낌이다. 마이클 만 이후로 LA를 이렇게 찍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며 또한 감탄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분위기로 조져주는 영화.




연출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각본 호신 어마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