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루트다 I Am Groot (2022) by 멧가비


일본 아니메 시장에는 "초단편 애니메이션"이라는 분류가 있는데, 미국 메이저 시장, 그것도 초특급 IP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런 계열의 컨텐츠를 내놓을 거라고는 또 상상도 못했네. 내용물은 그냥 캐주얼한 코미디 일상물 장르의 단편 영화 여섯 편 연작 구성.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 그루트의 관점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모험을 다루고 있는데, 장난 치다가 우주선을 망가뜨린다던가 이름 모를 작은 외계 생물들과 하찮게 싸운다던가 하는 식으로, 딱 그루트가 할 법한 무성영화식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하면 맞겠다.


작은 문명을 멸망시키는 이야기는 귀여우면서도 끔찍한 면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본 단편집의 연출 각본을 전부 맡은 키얼스틴 르포어의 성향이 제일 많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겠다. 키얼스틴 르포어는 오래 전부터 주로 스톱 모션으로 제작한 단편들을 발표하고 [어드벤처 타임]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애니메이터이며, 그녀의 단편 중 [Natural History Museum]와 같은 작품을 예로 들자면 귀여우면서도 동시에 불쾌하거나 크리피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SF적 발상에 꽤 재능이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단편 중 [Bottle]을 가장 좋아한다. 아름답고 쓸쓸한 정서가 담백하게 깔려있는 단편인데, 이번에 확실하게 메이저 시장에 들어온 거라면 [Bottle]같은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메이저 사이즈로 확장한 좋은 애니메이션들 제작해줬으면 좋겠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아티스트다. 디즈니 놈들아 밀어줘라 좀.


이후에 나오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까지 포함해서 추측해보면, 디즈니 플러스 런칭과 동시에 시작된 전방위적 미디어믹스의 시범 모델로 가오갤 IP가 선정된 게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이런 초단편이라던가 명절 스페셜 같은 다양한 규격에 어울리는 마블 히어로라면 가오갤이 금세 떠오르긴 한다. 어지간한 황당한 사건이라도 "우주에선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질테니 말이다. 




연출 각본 키얼스틴 르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