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Daredevil 시즌3 (2018) by 멧가비


변호사로서도 가면 쓴 자경단으로서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던 시즌2 초반과는 상전벽해인 모습, [디펜더스] 까지 포함되는 "엘렉트라 서사"를 거치며 맷 머독-데어데블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바닥까지 떨어진 데다, 그 전에 있었던 퍼니셔와의 인연은 맷으로 하여금"범죄자를 살해해서 범죄를 막는" 방법에 대해 적어도 고려해 보기는 하는 수준으로 신념 마저 옅어지게 만들었다.


[스파이더맨 3]에서 피터가 각각 고블린의 아들, 벤 숙부 살해 진범 그리고 힘에 도취된 자기 자신에서 탄생한 어둠과 차례로 대결하고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배트맨이 라스 알 굴의 레거시의 역습을 받은 것처럼, 이 드라마도 시즌1과 3이 수미쌍관으로 이뤄져 있는데, 공교롭게도 더 강하고 교활해진 킹핀에 맞서는 데어데블은 오히려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상태. 즉 주인공이 같은 악당을 다시 만난 것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최초의 적과 재회한다는 잔혹한 운명을 위해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수미쌍관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전 파트너인 포기 넬슨은 지방 검사의 협박에 맞서던 가난한 신인 변호사 시절을 마치고 그 자신이 지방 검사장 선거에 나설 정도로 성장, 마찬가지로 캐런 역시 그 이름을 떨친 유능한 저널리스트가 됐다. 오직 맷 혼자만이 그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애쓰며 여기 저기서 버림받기만 했던 유년기의 어둠 속으로 그 스스로 돌아가려 한다.


새로 등장한 악당 "불스아이"는 숫제 데어데블과 같은 옷을 입고 데어데블 행세를 한다. 벤 포인덱스터-불스아이는 맷이 그러했듯이 버림 받은 성장 환경과 뒤틀린 내면의 서로 얽힌 복잡함으로 인해 겉보기와 달리 사회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인물이며, 그 정서적 화약고를 다스리기 위한 그저 수단으로써 FBI 그리고 빌런의 길을 택한다. 즉 어떤 면에서는 과거의 맷 머독이 "될 수도 있었던" 또 다른 현재를 상징하는 셈이다. 어느 젊은 수녀는 한 아이의 엄마 대신 신앙의 길을 선택했고, 그 아이는 고아로 자라며 배운 암살자의 길 대신 도시의 수호자가 되길 선택했으며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한 또 다른 자신과 운명적인 대결을 벌인다. 그렇게 이 드라마는 "선택이 만든 현재"라는 오랜 딜레마에 대해 그렇게나 공들여 고찰한다.


여기에서 모든 일 뒤에 군림하는 킹핀이 "또" 있는데, 이번 시즌의 거의 모든 전개와 반전에서 "킹핀은 이미 알고 있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반전이 원패턴으로 계속 쓰이지만 지난 두 시즌을 공들여 쌓은 킹핀의 캐릭터성이 있기에 마냥 그것이 허무맹랑하거나 간편한 전개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헬스키친의 "빅 브라더"가 된 킹핀의 양 옆에 서서 거듭해 시험에 빠지는 데어데블과 불스아이의 앙상블이 이번 시즌을 끌고 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으며 특히 첫인상으로는 흠 잡을 데 없이 유능한 FBI 요원으로만 보였던 벤이(혹은 나딤이) 킹핀의 설계에 의해 절망에 빠지고 킹핀이 내민 썩은 동아줄을 붙잡는 과정의 설득력과 치밀함은, "스타워즈" 사가에서 시디어스가 아나킨을 끌어들이는 부분을 이렇게 묘사했어야 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물론 킹핀이 벤을 불스아이로 타락시키는 과정이 갖는 설득력과는 별개로 킹핀 캐릭터 자체가 재미없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흑막으로 군림하면서 대단하다는 평판만 줏어먹고 사는 "핑거 빌런"은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타입인데, 킹핀이 그렇게 될 줄이야.


최종 대결에서 불스아이가 먼저 퇴장하고 데어데블과 킹핀만이 또 남는다. 데어데블의 정체를 세상에 공개하겠다며 협박하는 킹핀에게서 선택의 여지를 빼앗아버리는 데어데블, 그리고 자기 자신은 그렇게나 바래왔던 "킹핀을 죽인다"는 선택지를 스스로 포기하고 도시의 수호자로 남는 길을 택한다. 즉 마지막 싸움은 선택의 싸움이었으며 마지막 까지 선택권을 가졌던 맷 머독-데어데블이 최종 승자가 된 것, 그리고 그 승리의 왼편에는 처음부터 아무런 선택권 없이 무력하게 휘말리기만 했으나 끝에 가서 자신의 죽음을 "선택"한 나딤 요원의 공 또한 있었다. 





연출 마크 좁스트, 루캐스 이틀린, 알렉스 가르시아 로페즈, 줄리언 홈즈 外
각본 드루 고다드 外
원안 스탠 리, 빌 에버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