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by 멧가비



사랑의 크기에 비해 방법을 너무 몰랐던 멍청한 순정남 탐과 최고의 연애를 수행하고 마지막 순간에 자존감을 챙겨서 떠난 애증의 여자 썸머의 한 여름 정오같은 나른한 연애 후일담.


남녀가 서로 만나 관계를 키움에 있어서, 파장이 맞고 서로에게 느끼는 온도가 같다는 것은 엄청난 우연이고 행운이다. 톰과 썸머는 파장은 맞았을지 모르나 온도는 달랐다. 대개의 관계가 그렇듯이, 조금 더 뜨거웠던 톰이 조금 덜 뜨거웠던 썸머를 잃는다.


영화는 사랑하는 순간과 헤어진 이후의 시간을 극적으로 대비시키지도 않고, 버림받은 사람의 마음을 유별스럽게 과장하지도 않는다. 버림받은 남자가 주인공이지만 쓸데없이 어둡거나 우중충하지 않은 영화는, 남자의 주관적인 기억과 시간 배열의 뒤섞임으로 구성되어 오히려 산뜻하고 유쾌하기까지 하다. 어쩌면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것이, 생각해보면 그리 별 게 아니다. 운명이나 우연같은 것은 없다. 그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람은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서로 상처와 추억을 남긴 아련한 연애의 끝을 울고 짜고 그딴 거 없이도 섬세하게 잘 묘사한 게 괜찮다. 진짜 섬세 끝판왕인데 막상 감독 생긴 건 미국 소도둑처럼 생겨서 한 번 더 놀란다.


연애란 그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열심히 철길을 달리다가 연료가 떨어져 기차가 멈출 때 쯤 하차하면 되는 그저 해프닝같은 일일 뿐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누가 먼저 내리느냐로 심정적인 승패가 갈릴 뿐.


사실 썸머같은 여자, 현실에선 흔하다. 그게 연애의 함정.




덧글

  • 1212 2014/09/17 16:31 # 삭제

    내가 만나자고 할 때는 안만나주더니 연락 뜸하게 한다고 차버리냐.... 제 얘기에요ㅜㅜ
  • 멧가비 2014/09/24 20:38 #

    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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