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The Spirit (2008) by 멧가비


감독 꼽사리로 참여한 '씬 시티'의 성공으로 프랭크 밀러는 뽕을 맞은 듯 취했을 거다. 자신의 능력으로 영화가 성공한 것 같았겠지. 게다가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300'도 흥했다. 시바 나도 할 수 있는 거였네! 급기야 자기가 직접 각본, 연출을 맡아 영화 한 편을 대차게 말아먹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결과는 겨우 적자를 면한 수입에 만장일치 혹평.


누가 보면 '씬 시티' 속편인 줄 알았을 거다. 그 스타일리쉬한 비주얼과 형식'만'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잡지에 실리는 간지나는 지면 광고같은 비주얼'만'이 두 시간 내내 이어진다는 건 과유불급이요, 광고 화면 만드는데 집중하느라 스토리 텔링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주객전도다. 스타일로 흥한 자 스타일로 망한다고 했던가. 비장해야할 부분에선 웃기고 웃겨야 할 부분에선 왠지 침묵하게 되는 이 영화를, 코믹스 계열 영화의 임현식인 사무엘 L. 잭슨도 이번 만큼은 어쩌질 못했다. 스칼렛 요한슨도 어쩌질 못했다고 시발.


원작은 40년대부터 연재된 고전적 슈퍼히어로 만화. 만화로서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사료의 가치가 있는 중요한 작품 중의 하나다. 잘나가던 형사가 죽었다 살아나서 악과 싸운다는 명료한 스토리의 원작자인 윌 아이스너는 퓰리처상까지 받은 업계의 전설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그딴 거 알게 뭐냐, 가 된다. 자기 만화 갖고 뭐라도 할 것이지 괜히 남의 꺼 건드려서 레전드를 더럽혔어.




덧글

  • 지드 2014/04/29 09:45 #

    http://www.imdb.com/title/tt0831887/ 안타깝게도 이 실사판의 제작비는 6000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극장 흥행은 4000만 달러 수준이라 성공의 기준인 손익분기점(극장 등과도 수익을 분배해야 되서 제작비 2배가 안전선)에 도달하진 못했죠. 블레이드 러너처럼 재평가를 받으며 2차 시장에서 대박을 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조짐은 안 보이는 것 같고(...) 평 역시 오히려 1987년도에 TV방영용 영화로 만든거라 훨씬 저예산에다 열악한 한계 속에 만들어진 TV 무비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죠. http://4.bp.blogspot.com/-Nm0Iyv9JEeU/Um_0TYSb3bI/AAAAAAAAZck/x-Aa56BLsH4/s400/the-spirit-1987.jpg
  • 멧가비 2014/04/29 10:03 #

    재평가의 여지가 전혀 안 보이죠. TV 영화판도 있었는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 작두도령 2014/04/29 10:05 #

    비주얼은 참 끝내줬던 기억이 나네요.
    문제는 전개가 너무 똥덩이였던 탓에 보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답답했네요...
  • 멧가비 2014/04/29 10:07 #

    전개만 똥덩어리가 아니라 실제로 변기통을 들고 싸우던 장면이 있었지요 아마...
  • 작두도령 2014/04/29 10:12 #

    다시 생각해보니 비주얼이 암만 좋아도 그런 거슬리는 연출들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불러 일으키는데 한 몫을 한 것 같네요...
    아마 그때 당시 <씬 시티> 뽕에 너무 취해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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