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맨 로건 Old man Logan (마블 코믹스) by 멧가비


시궁창 스토리계의 재담꾼 마크 밀러의 2008년작. 마블 유니버스가 제시하는 하나의 미래.


힘을 잃고 옛 동지들도 모두 잃은채 초라하게 살고있는 노인 울버린. 매의 눈을 잃고 장님이 된 신궁 호크아이는 그 곁에 남은 유일한 동료다. 식인종이 된 무법자 헐크 일가는 울버린이 마을을 자신들의 뷔페 식당 쯤으로 여기고, 울버린은 그들에게 상납금을 바침으로써 가족들을 근근히 지켜나간다. 노인을 위한 마블은 없다.


지옥과도 같은 가상의 미래 이야기에서 이 노인 울버린은, 생애 마지막일지도 모를 힘을 짜내어 약탈자들에 맞선다. 뚜껑 열린 울버린 옹이 전성기의 검귀같은 카리스마를 뽐내며 녹거인들을 학살하는 것이 이 이야기의 클라이막스.


헐크 일가와 세상을 나눠가진 또 다른 지배자 레드 스컬. 레드 스컬을 둘러싼 과거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 역시 놓쳐선 안 될 포인트다. 뜬금없지만 심비오트도 등장한다. 아주 무시무시한 숙주를 품고.



이른바 마블판 다크 나이트 리턴즈(DKR) 랄까. 유일하게 남아있는 동료가 궁수인 호크아이라는 점이나 최종 적이 헐크인 점으로 미뤄봤을 땐 확실히 영향을 받은 것 같다. DKR의 세계가, 그래도 일단은 법치 국가라는 기반 위에 형성된 디스토피아라면 이쪽은 완벽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태다. 당장의 눈앞에 있는 고난을 해결해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밀러 형은 진짜 이런 거 참 잘한다.


원래 막장 깡패들의 뒷골목이나 다름없었던 마블 유니버스를 어디까지 벼랑으로 내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패러랠 스토리여서 좋다. 울버린이 아닌 스파이더맨이나 캡틴 어메리카, 아니면 다른 누구였더라면 절대로 그 맛을 살릴 수 없었을 것.


시공사여, 이 좋은 레퍼런스를 정발하지 않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