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울버린 The Wolverine (2013) by 멧가비


오리진에 데여서 기대도 안 했는데 의외로 괜찮다. 초장부터 글러먹은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좋아지는 것도 드문 일이다. 심지어 엑스멘 구 3부작에 비교해도 딱히 꿀린다는 느낌이 안 들 정도.


일본이 배경이라길래 결국 울버린도 엘렉트라처럼 B급 아메리칸 닌자로 추락하는 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와패니즈 냄새도 덜 나고, 꼭 스마스마에 휴 잭맨 출연한 것처럼 묘하게 이질적인 느낌이 의외로 비주얼적으로 재미있다.


여자한테 정신없이 얻어터지던 젊은 날의 울버린이 무색하게 이제 꽤 잘 싸운다. 요시오카 70인을 베었던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혼자서 펼치는 무쌍이 꽤 멋지다. 눈 오는 골목길에서 닌자들이랑 싸우는 장면은 흡사 슈라유키히메가 연상되면서 운치도 있고 근사하다. 근데 싸우는 대상들이 아무리봐도 자코 이상은 못 쳐주겠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닌자라는 게 문제일 뿐. 게다가 그 야쿠자 뭔데. 뭔데 열차 위에서 뮤턴트랑 대등하게 싸우는 거냐고.


울버린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남자 선역 캐릭터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전부 다 찌질하게 사망. 반면에 특별히 능력자도 아닌, 게다가 그것도 아시안 여자들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능동적이고 극의 전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건 고무적이다. 제법 체술 좀 쓰던 마리코가 결정적일 땐 로간 로간 불러대며 끌려가는 모습은 좀 이상하지만 피랍 전문 히로인의 본분을 다 하는 아름다운 모습 쯤으로 봐주자.


실버 사무라이 설정이 말도 안되게 파괴된 건 참을 수 있는데 그걸 무슨 아이언 몽거처럼 병신같은 로보트로 만들어 놓은 건 참을 수가 없다. 한술 더 떠 힐링 팩터를 뺏을 수 있는 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오버 테크놀러지냐고.


엑스멘 영화랑 거의 무관한 독립적 작품인적 시침 뚝 따놓고 막판에 할배 콤비를 대뜸 등장시키는 건 진짜 존나 기발한 반전이다. 닥치고 엑스멘 다음 영화도 보라는 거잖아. 그런데 분명 찰스 재비어는 3편에서 가루로 흩어져 죽었는데 어떻게 나온 걸까. 다음 영화에서 설명이 되려나.



핑백

  • 지옥616 : 엑스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2014-05-22 12:35:23 #

    ... 대비도 좋고, 액션 장면들도 좋다. 확실히 다양한 종류의 능력자들이 나오니까 액션 쪽도 화려한 건 사실이다. 뭣보다 생각보다 비중은 낮았지만 울버린이 멋지게 나온 영화라서 좋다. '더 울버린'에 이어서 이제야 울버린이 엑스멘 영화에서 제대로 멋지기 시작하는 듯 하다. 울버린 은퇴할 거라던 휴 잭맨이 이제야 영화 찍을 맛이 좀 나겠다 싶을만큼. 완결도 못 내고 얼 ... more

  • 멧가비 : 슈퍼히어로 탐구 - 때려치우기 좋은 날 2018-11-01 21:38:43 #

    ... 치우다 스파이더맨 2 - 스파이더맨을 때려치우다 다크나이트 - 그 멋진 엔딩이 사실은 배트맨 때려치우러 가는 길 헬보이 2 - BPRD 때려치우고 백수가 되는 부부 더 울버린 - 불로불사 때려치움 아이언맨2 - 회사 때려치우고 돈 많은 백수로 윈터솔저 - 쉴드를 때려치움. 쉴드 자체를 때려서 치워버림 토르 2 다크월드 - 왕세자 때 ... more

덧글

  • TokaNG 2014/05/03 00:25 #

    저도 의외로 재밌어서 깜짝 놀라다가 끝판왕에서 빵 터졌었습니다. 초반의 흥미를 쩌리로 만들 정도로 어이가 없어서 남들에게 차마 추천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그 실버 사무라이가 나오기 전까진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 멧가비 2014/05/03 12:04 #

    차라리 끝판왕이 존재감이 없는 게 낫지, 그런 식은 좀 아니지 않습니까.ㅋㅋ
  • nenga 2014/05/03 00:30 #

    흥행에 성공했고 최소한 오리진보다는 나은데
    왜 자꾸 망했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와페니즈 때문?
  • 멧가비 2014/05/03 12:04 #

    그런가하면 또 생각보다 와패니즈스럽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자기가 안 봤으면 그냥 망한 줄 아나보죠.
  • Sdam 2014/05/03 00:47 #

    저는 이거 극장에서 보면서 일본어는 도데체 왜 번역을 안한건지 의문이었습니다.
    진짜 짧은 귀로 언뜻언뜻 들어도 그냥 지나치기엔 대사가 긴것들이 많은데 전부다 스킵;;;
    저도 울버린 혼자 소소하게 활약하는게 맘에 들더군요.
    엑스맨 시리즈가 울버린 전편까지만 해도 '얼마나 많은 뮤턴트들을 스크린에 보이는가' 가 목적이었던것 처럼 보이는것에 비해서 뮤턴트 물량 공세 없이 울버린 단독진행이 맘에 들었습니다.
  • 멧가비 2014/05/03 12:05 #

    네 맞아요. 뮤턴트 전시장 아닌 느낌이 좋더군요.
    그런데 그럴거면 그 몇명 안 나오는 뮤턴트들만이라도 좀 멋있게 해 줬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 지드 2014/05/22 02:33 #

    http://www.youtube.com/watch?v=yd_1HJbMngE

    http://images.tvrage.com/shows/6/5468.jpg

    http://cdn.unleashthefanboy.com/wp-content/uploads/2013/11/13801_20080319031324_large-455x700.jpg

    http://img1.wikia.nocookie.net/__cb20131212225820/marveldatabase/images/e/e2/Red_Ronins_%28Earth-9997%29.jpg

    http://static.comicvine.com/uploads/square_small/3/31666/2702069-angel_samurai_1.jpg

    http://raker.egloos.com/5225471

    http://blog.daum.net/dominna/1153

    http://mirror.enha.kr/wiki/%EB%8D%94%20%EC%9A%B8%EB%B2%84%EB%A6%B0


    더 울버린은 더러운 폭스가 물가도 오른 마당에 제작비 등 지원도 대폭 줄이면서도 수십군데 가위질 및 재처리 강요하며 작 중 울버린처럼 약화된 상태로 사지에 내몰았지만 평도 좋게 받고, 지원사격도 약해진 마당에 흥행도 초대박을 거두며 작중 내용처럼 울버린이 다시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다음 시리즈로의 교두보까지 해낸 근성의 승리작 중 하나였죠.

    본래 감독을 맡기로 한 대런이 꼭 맡고싶은 작품이지만 가족들과 떨어지는 로케 촬영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하차하고, 일본에서 도호쿠 대지진 참사가 일어나면서 프로젝트 연기 및 내용 수정을 해야했고, 제작비 또한 이전 작품들보다 대폭 삭감된데다, 폭스가 데어데블 및 관련 작품들 영화화 판권 소유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마블에 반납해서 원작의 닌자 집단 "더 핸드"(엘렉트라 실사판에 먼저 나온 악역들)도 사용 불가가 되어 판권에 문제가 안 되는 설정으로의 추가 수정이 불가피해지고, 이 와중에 폭스는 PG-13 등급에 맞춰 가위질할 것까지 요구해 수십군데가 변경, 삭제 및 정 자르기 곤란한 장면은 원래는 헤드샷으로 맞은 장면을 다른 부위에 맞는 것으로 고치거나, 화면에 보이는 피 연출도 CG로 제거하며 줄이는 등의 재처리까지 강요한데다 후반의 주요 액션씬까지 통째로 짤린 삭제판으로 개봉시킨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http://www.movie-censorship.com/report.php?ID=274643

    [극장판에서 삭제된 부분을 복원한 확장판과의 비교분석글]

    작품 자체는 원작 에피소드의 특성 상 생길 수 있는 편견과 달리 일본에 대해 왜곡된 찬양도, 맹비난도 아닌 그냥 원작처럼 일본에 간 외국인의 입장에서(미국의 문맹률 문제로 자막 반발이 심해서 극장엔 자막을 덜 넣은 것도 있겠지만) 선인도, 악인도, 그리고 일본 관련 인기 소재들도 접하는 내용. 즉 정치적 의도가 아닌 개인끼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죠.(오히려 한국이 배경이었으면 반발이 생길 정도로 교활하게 묘사된 악역 일본인들도 나오고,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2차대전 추축군 일본인 세대에게 두번째 기회를 줬음에도 정신 못 차리고 같은 과오를 반복하자 후손 세대들이 이를 스스로의 손으로 단죄했다는 내용 해석도 나왔을 정도)

    때문에 소재 특성 상 선입견과 반발이 심한 내용이지만 국내에서도 관객 100만 명을 넘기고, 해외에선 더욱 좋은 평과 흥행 성적을 올렸는데 삭제판을 개봉했음에도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 등도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평작 이상이거나 호의적인 평가들을 더 많이 받으며, 이후 극장판에 삭제된 장면을 보강한 확장판이 나와서 더욱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흥행 역시 제작비 삭감 등 여러 악재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억 1700만 달러를 돌파해 더 라스트 스탠드에 이어 시리즈 중 두번째로 높은 흥행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덕택에 신바람 난 폭스도 곧장 휴 잭맨과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게 3편도 맡아줄 것을 제안했으며, 얼마 전 맨중맨 휴 잭맨은 본인의 현실을 직시하는 조크를 한건지 원작의 여러 스토리라인들을 고려 중이지만 "올드맨 로건"을 실사화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인터뷰도 가진 듯(...)
  • 멧가비 2014/05/03 12:08 #

    와....이거 직접 쓰신 거면 여기다가 댓글로만 다시긴 좀 아깝네요. 그냥 블로그에 글 쓰시고 트랙백 하나만 남겨 주셨어도 냉큼 가서 재밌게 잘 봤을텐데,
    한창 길게 써 주셨는데 그에 맞는 답글을 뭐 쓸 게 없어서 머쓱합니다.

    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Sdam 2014/05/03 12:45 #

    그래도 흥행은 했나 보네요??? 다행입니다 ㅠㅠ
  • genO 2014/05/03 23:09 #

    저도 꽤 괜찮게 봤어요.
    일본 여배우 둘 중 그 펑키한애는 얼굴 골격이 신기해서... ...
    아이유랑 하나도 안닮았는데 관련검색어였던 그 절벽아가씨는 나름 취향이어서.... ........;

    본편보다 쿠키가 강렬했다면 강렬했다고 기억합니다.
  • 멧가비 2014/05/04 01:44 #

    절벽..이라는 말은 별로 쓰고 싶지 않고 아이유는 닮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은 저도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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