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 by 멧가비


[퍼스트 어벤저]에 대한 세간의 평과 달리 나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영화였다고 평가하는데, 그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돌연변이 하나가 튀어나왔다. 많은 면에서 [다크 나이트]와 두고두고 비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쪽이 더 좋은 점이라면 '슈퍼히어로'라는 장르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는 점. 그러면서도 장르의 관습에 묶이지 않고 선보인 세련미. 사실 [다크 나이트]를 슈퍼히어로 장르의 카테고리 안에서 평가하려면 조금 복잡해진다. 나는 이 영화의 손을 들어준다.


기존의 마블 영화들이 극한의 킬링타임적 재미를 추구했다면 본작에는 내러티브의 다층구조와 사회에 대한 통찰 등이 배어있다. 전에 없던 진지함을 추구하면서도 영화를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만드는 힘은 역시 마블이 그간 쌓아온 오락 영화의 노하우겠지. 오히려 속도감은 더 붙는다. 정말 영화 내내 캡틴은 달린다. 영화는 캡틴에게 고민 거리를 자꾸 던져주는데, 캡틴은 단 한 번도 고민하지 않고 내달린다. 이런 불도저 구식 영웅 같으니!


자유를 제 1의 가치로 두는 무소속 영웅과 하이드라의 인간 통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집약된 인간 병기의 대결. 캡틴은 캐주얼한 사복 혹은 방탄, 방검 기능이 없는 모조품 수트만 입은 채 빛 바랜 방패 하나 들고 싸운다. 그에 대적하는 윈터솔저는 붉은 별이 그려진 철완으로 온갖 화기를 뿌려대는 가면 암살자. 자유와 통제의 대립이라는 주제 의식을 겉돌게 하지 않고 두 인물의 시각적 이미지와 전투 씬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이 영화의 백미라 하겠다.
(캡틴은 이 영화에서 어벤저로서 싸우지 않으며, 쉴드와도 협력 관계일 뿐이다.)


고가 도로 전투에 가서는 실제 육성으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 시퀀스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다. 단조로워질 수 있는 총격전 안에서도 캡틴과 팔콘, 블랙 위도우 세 명의 주역이 각자의 개성과 역할을 잊지 않는다.


액션의 짜임새 자체도 훌륭하다. 이젠 완전히 끝난 건가 싶은 홍콩 권격 영화의 쾌감을 여기서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당황스러움. 카 체이스, 총격전, 공중전, 거기다가 거대 전함 전투까지 이어지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고 있으면, [커뮤니티] 같이 아기자기한 시트콤 만들던 양반들이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건가 싶어진다. [퍼니셔] 시리즈를 제외하면,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이렇게나 총알을 주고 받는 영화가 또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드라마도 놓치질 않는다. 원래 자신의 세상과 현재 속해있는 세상 그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채 덩그러니 있는 시간의 이방인 스티브 로저스의 쓸쓸함이 보인다. 별 다른 연출이나 음악 없이도 완벽한 영웅의 완벽함 이면에 있는 고독함이 느껴진다. [퍼스트 어벤저]는 그 자체로도 좋은 영화지만, 이 걸작을 위한 더없이 좋은 포석이었다.


페기의 등장도 전혀 예상 못한 바. 캐스팅에 헤일리 앳웰을 확인했으나 그저 회상 장면 정도려니 했다. 자신이 세상이었던 40년대를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캡틴, 그 상징이 바로 지키지 못한 페기와의 데이트 약속이다. 시간의 이방인인 캡틴에게 자신을 과거로 되돌려 보낼 사람이 딱 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기억 잃은 암살자가 됐고 나머지 하나는 치매 걸려 병실에 누워 죽을 날을 기다린다. 캡틴의 고독함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직접적인 대사나 표정 연기 보다 이런 장치들을 이용한 점이 세련됐다. 치매 걸린 페기의 모습은 영화의 큰 플롯인 '쉴드의 변질'에 대한 복선이기도 할 것이다.




연출 조 루소, 앤서니 루소
각본 크리스토퍼 마커스, 스티븐 맥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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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자잘한 썰


- 역시 거대 전함은 침몰해야 제 맛.


- 블랙 위도우는 몸매 자랑 그만두고, 이제야말로 당당히 한 명의 전사 캐릭터가 된 듯.


- 쉴드가 이 모냥으로 피박살이 나는데 콜슨 형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나. 에오쉴 빨리 나와라.


- 시트웰형 죽어버리다니. 국장 한 번 못 해보고 한 많은 나치 인생을 마감하셨다. 안녕.


- 그 바쁜 와중에 떡밥도 엄청 많이 풀더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예 본명이 나왔고, 찌질이 쌍둥이에, 샤론 카터에, 크로스 본즈에...근데 스트레인지는 진짜 헬리 캐리어 미사일 맞고 바로 죽어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아니면 그 반대로, 스트레인지한테 공격이 가해지는 시점에서 이미 하이드라는 전멸 확정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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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상실의시대 2014/03/28 00:03 # 삭제

    호평일색이더라구요!!
    아이맥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광클에 밀려버리네요!ㅎㅎ
  • 멧가비 2014/03/28 00:16 #

    아..스포 주의 문구를 깜빡 했어요. 보지 마시지..
  • 상실의시대 2014/03/28 11:14 # 삭제

    사실상 스포가 있어도 재미있게 볼수있는 영화니까 별걱정하지않습니다..괜찮아요~
    눈이 얼마나 호강하는 멋진 영상미를 보여주냐가 기대되는거죠~ㅎㅎ
  • 2014/03/28 00:28 # 삭제

    감칠맛나는 리뷰 잘봤습니다. 다크나이트 부분은 저도 백배 동의..
    님글보니 또 보고싶어졌어요
  • 멧가비 2014/03/28 00:45 #

    두 번 보세요. 저도 두 번 볼 겁니다.
  • wow 2014/03/28 10:08 #

    어디서 주워듣기론 사건이 동시에 우르르 터진거라서 서로서로 협력을 할 수가 없었다(만다린/말레키스/히드라)라고 들었는데 타겟팅장면 보면 아닌거같기도 하고 --;
    로키 지팡이로 뮤턴트 뽑아낸 떡밥은 꽤 놀라웠지만 뮤턴트를 마블 영화에선 활용하려해도 반쪽짜리가 되어버리니 안습 ㅠ
  • 멧가비 2014/03/28 10:41 #

    동시다발적으로 사건이 터져서 서로 개입 못한 건 일단 맞습니다. 스타크의 타겟팅 얘기하시는 듯 한데, 확실히 그 부분은 부연설명이 좀 필요해 보이긴 하더군요.
  • wow 2014/03/28 10:53 #

    캡아2에서 스타크 타워가 어벤저스 타워로 이름이 바뀌었으니 그부분이랑 같이 아이언맨 차기작이나 어벤2에서 한번 언급하고 넘어가지않을까 싶네요.
  • 코스모 2014/03/28 11:41 #

    어쩐지 관객 평점이 9점을 넘겼더라고요 !
    스포천국의 은혜입음은 사양하였으나 다크나이트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니 꼭 보러 가겠어요 !!

    보고난 뒤에 감상문을 제대로 읽겠습니당 =)
  • 멧가비 2014/03/28 12:19 #

    다크나이트 운운은 그냥 제 주관적인 얘기라...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다고 비겁하게 일단 한 발 빼겠습니다.
  • garleng 2014/05/11 21:58 # 삭제

    시트웰형 죽어버리다니. 국장 한 번 못 해보고 한 많은 나치 인생을 마감하셨다. 안녕.

    여기서 웃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 에오실 쪽에서도 그렇고 그간 마블 무비버스 영화들에 꾸준히 얼굴도장 찍은 캐릭터라 그가 배신할 줄은 몰랐죠. 배신자라는 게 밝혀져 죽는다는 욕먹기 딱 좋은 포지션에는 확실히 시트웰처럼 '팬들이 분노해 들고 일어날 정도의 비중이나 인기까지는 없는 조연이어야함+하지만 임팩트를 위해선 아예 듣보잡 엑스트라여서도 안 됨'이라는 두 조건을 고루 충족하는 캐릭터여야 하는데 나중에서야 거기 생각이 미쳤습니다.

    닥스는... 무비버스 설정 상에서는 아직 재수 없는 천재의사 A일지도 모릅니다.
  • 멧가비 2014/05/11 23:56 #

    말씀하신 그 조건을 위해서 여태 그렇게 꾸준히 나왔나 싶기까지 합니다. 아이템47에서는 심지어 멋지기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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