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스카이 Vanilla Sky (2001) by 멧가비


몸 주고 마음 다 준 애인에게 싫증난 남자가 우연히 만난 제 2의 여성에게 접근하다가 모든 걸 망친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재미있어 하는, 소위 '먹히는' 이야기 중 하나다. 딱 여기까지는 사소한 연애담이다.


그러나 버림받은 여자의 멈추지 않는 분노는 이야기를 스릴러로 바꾼다. 남자가 죽음의 경계에 내 몰리면 이제 이야기는 사이코 드라마로 넘어간다. 우주 최고 미남 톰 크루즈가 얼굴을 잃었으니 미칠 수 밖에.


남자가 재활을 통해 전성기의 미모를 되찾게 되는 순간부터 영화는 판타지로 넘어간다. 얼굴을 찾긴 찾았는데 이제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는 게 관건인 게 되는 거지. 결국 이 영화도 나비가 된 장자의 이야기의 여러 버젼 중 하나인 셈이다.


영화를 몇 번이나 보고서도 어느 부분이 현실이었고 어느 부분이 꿈이었는지 여전히 헷갈리는데, 어느 쪽이든 페넬로페 크루즈는 일종의 '완벽한 사랑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건축학개론'의 수지한테서 풍기는 기운을 나는 이 영화에서 먼저 느꼈던 것 같다. 사실은 없었지만 왠지 있었던 것만 같은 완벽한 첫사랑의 냄새같은 것 말이다.


니가 그 때 꿈을 꾸었든 아니든간에 어쨌든 완벽한 사랑은 존재했었다, 는 식으로 낭만적인 듯 하지만 왠지 그냥 대충 뭉개는 듯한 결론도 여운 졸라 남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