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배트맨 by 멧가비


슈퍼맨은 상공에 올라 뜨는 해를 바라보며 평화를 생각한다.
배트맨은 뒷골목 어둠에 몸을 감추고 범죄의 냄새를 맡는다.


슈퍼맨은 화재 현장의 시민을 구하고 소방관과 악수를 나눈다.
배트맨은 방화범의 지문을 채취하고 발자국을 추적한다.


슈퍼맨은 은행 강도단을 체포하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배트맨은 그 은행 강도들이 훔친 위조 지폐를 만들고 추적 장치를 달았다.


슈퍼맨은 시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일들을 해결해 낸다.
배트맨은 불안을 조장하는 폭력의 손을 어둠 속에서 낚아챈다.


슈퍼맨은 인간이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찾아온 방문자다.
배트맨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추악함이 낳은 사생아다.


슈퍼맨은 인간으로서 누릴 인생과 화목한 가정을 꿈꾸며 잠 든다.
배트맨은 잃어버린 가족과 인생에 집착하며 가위에 눌린다.


슈퍼맨은 인간이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티타늄을 구부리고 하늘을 난다.
배트맨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육체, 지성, 감각의 극한의 상징이 바로 그다.


슈퍼맨은 클락 켄트다. 그러나 진짜 자신일 때 오히려 안경을 쓰고 눈빛을 감춘다.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이다. 그러나 가면을 쓰고 망토에 몸을 감출 때 진짜 자신이 된다.


슈퍼맨은 사실 슈퍼맨일 때나 클락 켄트일 때나 늘 자기 자신 그대로다. 위장은 수단일 뿐이다.
배트맨은 사실 배트맨일 때나 브루스 웨인일 때나 늘 자기 자신이 아니다. 자아에 가면이 씌워져 있다.


슈퍼맨은 언제나 솔직하다. 세상 모두를 믿고 싶어한다.
배트맨은 자기 자신에게도 늘 의문을 던지고 재차 확인한다.


슈퍼맨은 대중의 신뢰를 얻는다. 몇 마일 밖에서도 눈에 띄는 옷을 입고 맨 얼굴을 드러낸다. 희망의 상징.
배트맨은 시민과 공권력의 불안 요소다. 바로 옆에 있어도 그가 원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불안한 치안의 상징.


슈퍼맨은 배트맨이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뭔지는 모두 알고있다.
배트맨은 슈퍼맨이 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 그것이 뭔지는 배트맨만 안다.


슈퍼맨은 소년들의 건강한 꿈이다.
배트맨은 범죄자들의 악몽이다.



번외

렉스 루터는 자신이 갖지 못한 슈퍼맨의 것들을 질투하며 미워한다.
조커는 자신의 빈 부분을 배트맨이 채워줄 거라 믿으며 집착한다.



다시 보니 좀 시발 오그라드는데, 그래도 꽤 반응 좋았던 글이라 일단 옮겨 놓는다.



덧글

  • 카미유실크 2014/04/08 23:15 #

    팬이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면 배트맨은 진짜 슈퍼맨에 비하면 뭣도 아니게 생각되는데, 이러한 놀라운 분석도 이 분석글에서 느껴지는 공감도 모두 사실 배트맨의 팬(=DC의 팬)이 된 후에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죠. 슈퍼맨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의 모습보다도, 배트맨과의 비교되는 그의 모습에서 더욱 큰 선함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 이고요.
  • 멧가비 2014/04/09 07:02 #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전 되려 배트맨의 인기로 슈퍼맨이 약간 흘러간 옛 스타 취급 받는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둘은 다르지만 동등하다, 는 느낌으로 써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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