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 by 멧가비


M. 나이트 샤말란 특유의 스물스물 접근하는 불길한 초자연 현상에, 슈퍼히어로라는 이질적 소재를 대입해 나온 좋은 결과물. 엄밀히 따지면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슈퍼히어로가 될 가능성을 가진 남자와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 본 남자의 이야기.


미묘하지만 굳이 슈퍼히어로 장르로서 접근하자면, '어벤저스'와 완벽히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등장 인물은 제한되어있고 '슈퍼'한 사건이나 이벤트는 전혀 없다. 초능력을 발견한 중년 남성의 내면과 반응에만 완전히 몰두하는 영화다. 마치 '식스 센스'에서 그랬던 것 처럼,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건의 본질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에서 긴장은 발생한다.


한때 프리퀄이라는 코드가 유행하고 또 남발된 적 있었다. 이 영화는 마치 모든 슈퍼히어로 영화의 프리퀄과도 같다. 다만 샤말란식 해석이라는 점이 다를 뿐.


엘리야 프라이스는 슈퍼 영웅의 멘토를 자청하면서도 이중적인 속을 감추고 있는 함정같은 인물이다. 자신의 손으로 슈퍼히어로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둔 그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를 비난할 수 없다. 슈퍼히어로 말고는 삶에 아무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동정하게 한다. 존재론에 사로잡힌 오타쿠는 무섭다. 그가 돈과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모든 슈퍼히어로들이 싸우느라 바빠서 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브루스 윌리스가 대신 해준다. 슈퍼히어로 장르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 이해하고 싶다면 반드시 봐야 할 머릿말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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