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탐구 05 - 불량 가장 같은 소리하고 있네 by 멧가비


드래곤볼을 둘러싼 여러가지 갑론을박 중, 오공은 허구헌날 쌈박질만 하느라 돈도 안 벌어온 불량 가장이라느니, 저런 남자라면 싫다느니...대체 뭔 잠꼬대같은 소리들이여.




1. 예수한테 돈 벌어오라는 꼴이나 마찬가지다.


피콜로 대마왕 때 한 번, 베지터 내습 때 한 번, 셀 게임 때 한 번, 마인부우 부활 때 한 번. 굵직한 것만 봐도 네 번이나 세상을 구원했음. 그 외에 레드리본 군 때 마을을 구했다든지 타오파이파이를 무찌름으로써 잠재적 피해자들을 구한 것 까지 일일이 따지면 세기도 바쁘지.


먹고사니즘도 일단 내가 사는 세상과 사회가 멀쩡히 돌아가야되고 내 목숨이 붙어있는 다음에 논할 문제다. 오공은 천하일무도회 우승 후 5년(사실 이 때도 수련 안하고 놀았다는 증거는 없음) 그리고 셀 게임을 앞둔 열흘을 제외하면 일생을 수련만했다. 그렇게 평생을 수련에 바치고도 새로운 적이 나타날 때 마다 거의 죽어가다시피 겨우겨우 이겼다. 실제로 죽은 적도 있다. 오반이 키우느라 5년 쉬었더니 그 다음 싸움에서 바로 죽었잖아.


그런 오공이 돈 버느라 직업 구하느라 수련에 소홀히 했다고 쳐보자. 이미 지구는 우주의 먼지가 돼서 치치는 커녕 세상 누구도 투덜거릴 수 없음.



2. 오공이 천성적으로 싸움 덕후인 건 맞다.


1번 글을 얘기하면 대부분 나오는 반박이 그거다. 오공은 지구를 구하려고 수련한 게 아니라 그냥 지가 싸움이 좋은 거다, 라고. 그래 맞는 말이다. 근데 그걸 인정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 반대로, 오공이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더라면 결과는 어땠을까 생각해 보자. 만약에 오공이 부르마한테 영감을 받아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더라면? 오공이 지구의 위기를 테크놀러지로 막을 수 있는 초 천재 과학자로 성장했을 거라고 보긴 힘든데...


게다가 싸움을 좋아하는 건 오공의 성격이 아니라 사이야인 특유의 성격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이건 작중 내내 언급되는 부분인데 많이들 간과하더라. 마인부우 전 때 베지터가 오공이랑 싸우고 싶다고 징징대다가 병신짓 했던 걸 떠올려보면 간단하다. 즉, 그건 오공의 잘못이 아니라 혈통 자체가 그런 거다. 그런 혈통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인 만화를 보면서 그거 갖고 까면 애초에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닌가.



3. 드래곤볼이라는 작품 자체의 특성을 고려해야 됨.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이 토리야마는 사소한 감정선을 작품으로 그려내는 걸 상당히 쑥스러워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그 사람 작품 전부를 통틀어도 가족간의 정이라든지 남녀간의 로맨스를 제대로 묘사한 작품은 전무하다.


게다가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을 대하는 작가 스스로의 태도를 생각해 보면 쉽다. 그 수 많은 설정구멍들이나 빠른 전개가 말해주듯이, 딱 그 때 그 때 필요한 것들만 효율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이 드래곤볼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와 재미를 만들어 낸 요인이었다.


베지터는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오공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난에 대한 반박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베지터는 캐릭터적으로 그래야할 '필요'가 있었다. 극악무도한 악당으로 시작해서, 피콜로와는 좀 다르게 지구에 자리 잡은 이후에도 동료로 바로 돌아서진 않았던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를 주연 그룹 중 하나로 편입시키려면 당연히 그 이면에 있는 인간적인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크리링이 18호에게 품었던 마음 역시 작품 전개상 필요에 의한 거였다. 작가는 셀이 결국 완전체를 이루는 과정을 위해 크리링이라는 카드를 꺼냈던 거다.


반면에 오공은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야생소년으로 시작해 모험가, 무도가를 거쳐 전사, 구원자가 되는 인물이다. 인간적인 성장이라기엔 스케일이 크지. 거기에 생활을 끌어들일 틈이 어디있을까. 누가봐도 평생 수련이랑 싸움만 하는데 시치미 뚝 떼고 독자가 보지 않는 사이에 어딘선가 돈을 벌어오고 있다고 할 수도 없는 거고. 게다가 치치가 투덜댄다든가 하는 부분들도 유머러스하게 넘어가는 부분들이지 애초에 진지하게 가정 불화를 다룬 게 아니다.


작품의 흐름은 오공을 기준으로 흘러가는데, 오공이가 '한 가장의 가장으로서도 제 역할을 한다'라는 걸 보여주자고 엉뚱한 얘기를 하느라 작품의 전개에 지장을 줬다면!! 그런 거에 신경쓰는 작품이었다면 이미 우리가 아는 드래곤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4. 돈벌이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우리 아버지(우마왕)의 재산이 다 떨어졌다'는 치치의 대사는 오공이 사망한지 7년이 지난 시점이다. 즉, 바꿔 말하면 오공 생후에도 꽤 오랫 동안 우마왕의 재산만으로도 일가 전부가 생활할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 볼 것은 어째서 남편인 오공만 욕을 먹어야 하는 가에 대한 부분이다. 결국 치치도 친정 아빠 재산 까먹을 줄만 알았지 자기가 나가서 돈 벌 생각은 안했다는 말이다. 애를 돌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오반은 전 세계 모든 아동 범죄자나 유괴범을 다 합친 것 보다 강하다. 날아 다닐 수 있고 기를 느낄 수 있으니 길을 잃어 미아가 될 염려도 없고 배고프면 지가 알아서 사냥해서 먹는 아이였다.


게다가 오공은 돈을 벌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벌 수가 있다. 어릴 때 길거리 파이터랑 싸워서 돈을 벌어 본 경험도 있으니 꼭 천하일무도회가 아니더라도 파이트머니가 걸린 여러가지 대회에 나가서 우승 상금만 받아와도 생활은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래 항목에 언급하겠지만 치치는 오공에게 "일 해서" 돈 벌라는 말을 한 적이 있을 뿐이지 돈을 안 벌어온다고 불만을 표시한 적은 없다. 이건 전사로서의 삶을 그만두고 평범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부탁하는 상징적인 말로 해석하는 게 옳을 것이다. 돈벌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5. 괜한 남 걱정들이라는 게 결론.


돈은 못 벌어오면서 셀 게임 전에 아들 하나는 또 만들었다고 욕하는 것도 봤다. 이건 좀 심하다. 멀쩡히 애 잘 낳고 사는 가정의 남편을 무능한 기둥서방으로 전락 시키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슬은 좋았다', 정도로 해석하는 게 상식적인 사고가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치치가 오공을 상대로 싫은 소리를 한 건 딱 한 번인데 그건 돈을 못 벌어온다든가 하는 부분 때문이 아니라 당시 아직 어렸던 오반이 다쳤기 때문이다. 치치는 작중 오공을 두고 단 한 번도 가장으로서의 무능력함에 대해 비난하거나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다. 애초에 치치도 성실하게 일 해서 돈 벌어오는 가장을 아버지로 두고 성장한 인물이 아니니 그러한 롤모델 역시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셀과의 싸움을 앞두고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가기 전에 딱 한 번 '싸움이 끝나면 오반은 꼭 다시 공부를 시킬 거야. 오공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줘' 라고 말한 적이 있을 뿐이다. 이 역시 본 대화를 나누던 상황이나 분위기로 봐선 '일 해서 돈 벌어와라' 보다는 '이제 그만 싸워라'에 더 가까운 뉘앙스다. 죽었던 오공이 무도회를 위해 돌아온다고 했을 때는 자기만 너무 늙은 거 아닌가 걱정하는 걸 보면 오공에 대한 이성으로서의 애정 역시 건재하다.




결론

어차피 쌈박질만 하는 소년 만화를 읽으면서 일상물같은 '생활 묘사'를 바라는 태도가 문제.


덧글

  • 루나루아 2014/05/12 21:09 #


    사실 이래저래 공상해보면, 친한 사이인 부르마는 세계제일의 재벌이고.. 먹고 사는거야 오공 특성상 뭐 사냥을하든 뭘 하든 어떻게든 돈을 벌 구석이 없지는 않았을거라 추측만 해도 되지 않을 까 하고... 셀전 이후에는 미스터 사탄도 원조해줬지 싶기도... 게다가 드래곤볼은 별을 오가며 싸우기 이전인 오공 어린 시절만 해도 무천도사는 대체 뭘 가지고 벌어 먹고 사나 싶었지요....

    결국 결론내신게 명언이라는걸로..

    애초에 순혈 사이어인 남자놈들은 죄다 그렇잖아요? 베지터라던가... 그나마 작중에서는 혼혈 중에서도 오반 정도만 직장을 제대로 구했던 것으로 기억이..
  • 멧가비 2014/05/12 23:17 #

    맞습니다. 오공은 어릴 적 부터 자동차만한 물고기를 잡아 먹었던 녀석이니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요.

    오반은 단순히 직장 정도가 아니라 사이야인 최초의 엘리트 아닙니까. 최초의 문관. 최초의 안경잡이.
  • ㅇㅇ 2014/05/12 22:53 # 삭제

    잠자리에서 힘쌔고 오래가는 초사이언 배터리를 싫어할리가 없죠
  • snackila 2014/05/13 00:56 #

    어쨌건 결국 미스터 사탄이 사기친걸 이용해 등골빼먹으니 이득
  • 멧가비 2014/05/13 09:42 #

    그건 18호의 경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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