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by 멧가비



엑스멘 시리즈에 대한 큰 선호도가 없는 나로서는 시리즈 중 가장 좋았다. 캐릭터들에 대한 낭비는 여전히 싫지만,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중심 인물들에게 입체감을 부여하는 방식이 좋다. 시간여행 소재를 이렇게 써먹을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퍼스트 클래스 직계 후속작인데도 그 분위기가 마치 낮과 밤처럼 전혀 다른 점도 재밌다.



일단 장면들부터 얘기해보자.

퀵실버 나오는 부분은 최고다. 스피드스터를 묘사하는 방식도 세련돼서 좋고 전반적으로 칙칙한 영화의 톤에 숨통을 트여주는 느낌이어서 캐릭터도 매력있다. 총격전 장면에서의 슬로우모션은 유쾌하면서도 우아하기까지 할 정도. X2의 나이트크롤러처럼 가장 인상적인 액션을 보여주는데도 스토리 전체에 기여하지 못 하고 한 장면만 활약하고 빠지는 캐릭터라는 점이 무척 아쉽다.

매그니토를 보고 '우리 엄마도 당신같은 사람을 만났다더라'하는 조크는 좀 재밌었다. 설정 파괴를 조크로 때우다니, 싶어서 피식했다.



에너지 셔틀이나 하던 놈이 출세했구나.


센티넬과 미래의 엑스멘들이 싸우는 장면은 처절하다.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마치 재난 그 자체인 듯 압도적인 센티넬들도 임팩트가 강하지만 그걸 또 유연하게 잘 피해내는 블링크의 공간 왜곡 액션이 더 인상 깊다. 판빙빙 예뻐.


매그니토의 자석 액션은 진작부터 식상했다. 금문교에 이어 이번엔 스포츠 스타디움을 옮긴다. 스케일만 크다고 그게 멋진 건 아닌데. 지 생각대로 한다고 설치다가 일 그르치는 부분에서 속을 박박 긁는다. 전작에선 잠재력에 비해 아직 뭔가 서투른 트러블메이커 같은 매력이 있었는데 이번엔 약간 선을 넘어서 민폐 캐릭터로 보인다.


젊은 찰스와 늙은 재비어 교수가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드라마 파트에서 꽤 좋다고 느낀 부분.



스토리에 대한 얘기,

이리 저리 굴리다가 말도 안되게 꼬여버린 설정들을 일신해보려는 시도는 좋았다. 그렇지만 그 한방으로 존나 간편하게 다 풀어보려는 개수작이 느껴져서 불쾌하다. 스토리 꼬였다고 투덜대는 관객들한테 입 다물라고 윽박지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다고 그게 메꿔지겠냐는 반발감이 되려 생긴다. 센티넬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 사이클롭스랑 진 까지 능청스럽게 살려내면서 전작들에 존재했던 사건들을 대부분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리는 뻔뻔함이라니.


3편에 나왔던 큐어' 비슷한 물건을 70년대에 비스트가 이미 만들었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더 울버린'에서부터 등장은 했지만, 가루로 흩어져 죽었던 재비어는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그냥 멀쩡히 다시 나와 돌아다닌다.



자잘한 얘기들,

시간 여행을 다루는 스토리에 비숍까지 출연 시켜놓고 정작 시간 여행은 울버린이 하네. 뭐하러 출연시켰냐.


장르 매니아로서 깊숙하게 이것 저것 신경이 쓰이는 것과 별개로, 애초에 그런 것들 기대 안 하고 보면 상당히 잘 만든 영화인 건 사실이다. '아직은' 낙관적인 70년대와 암울한 미래의 분위기 대비도 좋고, 액션 장면들도 좋다. 확실히 다양한 종류의 능력자들이 나오니까 액션도 화려하다.


뭣보다 생각보다 비중은 낮았지만 울버린이 멋지게 나온 영화라서 좋다. '더 울버린'에 이어서 이제야 울버린이 엑스멘 영화에서 제대로 멋지기 시작하는 듯 하다. 울버린 은퇴할 거라던 휴 잭맨이 이제야 영화 찍을 맛이 좀 나겠다 싶을만큼.


완결도 못 내고 얼마 전에 박살난 미드 '투모로우 피플'이 생각났다. 그 드라마도 기획 단계에서는 대충 이 영화같은 그림을 연상했던 게 아닐까 싶어서 또 짠해졌다.


핑백

  • 지옥616 : 플래시 The Flash S01E04 리뷰 및 인물 떡밥 정리 2014-11-02 22:01:12 #

    ... 는 보통 인간 간지. 역시 감기대장. 그 버프인가. 모처럼 플래시의 액션도 좀 느낌 있었다. 하지만 느려터져 보여서 답답한 건 여전히 마찬가지. 이 드라마의 플래시가 모 영화의 비슷한 꼬마처럼 되려면 얼마나 성장해야 되는걸까. 올리버 퀸에 이어 지원사격하러 등장한 해커 여신 펠리시티. 서로 짝사랑 위로해주다가 느닷없이 터지는 ... more

  • 멧가비 : 데드풀 - 레이놀즈의 복면가왕 2016-02-21 10:25:52 #

    ... 성도를 기대하면 실망. 하지만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공감하자고 들이민 외부 소재들에 익숙하면 깔깔유머집 읽듯이 존나 웃긴 100분을 보낼 수 있다. 덕후로서의 이야기 데오퓨 이후 역사가 변경된 현대의 엑스맨이 현장에 투입되는 모습을 다룬 첫 영화다. 노란 스판덱스가 공식 유니폼인 것 같다. 엑스멘 1편에서 노란 스판덱스를 조롱하던 ... more

덧글

  • 지드 2014/05/22 04:01 #

    프로페서 X는 더 라스트 스탠드(3편) 제작진 소개 스탭롤 이후 쿠키 장면 등에서 부활을 암시했고, 비록 일부 설명되지 않은 오류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시간여행, 멀티버스(여러개의 평행세계들)에 대한 조언을 받은 이후, 본인도 인터뷰에서 "대중들이 저희가 기존 시리즈를 삭제할 것이란 혼란에 빠지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멀티버스(여러개의 평행세계)들을 믿습니다."라고 언급했죠.

    즉 이번 7편의 "그 장면"은 단순 팬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1973년의 역사 변경 시도를 기점으로 기존 시리즈와 다른 대체 역사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구성된 평행세계를 추가하며 본인도 기존 시리즈와의 설정 오류를 잊고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한편으로, 실시판 시리즈에 있어서도 기존 시리즈와 동일한 설정의 내용의 후속편이 나오든, 다른 설정의 후속편이 나오든 멀티버스 중 하나로서 자유롭게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라 볼 수 있죠.

    물론 단순 립서비스일 가능성도 있고(...) 폭스가 3, 4편 연속으로 성공한 후 원래 매튜 본과 리붓 만들기로 계약하며 시작한 퍼스트 클래스를 나중에 프리퀄로 노선을 바꾼 것처럼 중간에 끼어들며 번복하지 않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 멧가비 2014/05/22 04:05 #

    부활을 암시한 건 알지요. 정신 능력자인데 그 정도는 일도 아닐거고. 그것보다는 가루로 흩어진 신체 복구를 어떻게 했냐가 문제인거지요.

    브라이언 싱어의 저 발언도 되게 두루뭉술 추상적입니다. 저게 대체 무슨 뜻인가요.

    결국 너덜너덜해진 세계관을 평행 우주로 삼겠다, 이런 거라면 진짜 구차하네요 폭스놈들.
  • 지드 2014/05/22 20:35 #

    일단 본편에서 확인된 건 "깨어나보니 죽은 줄 알았던 캐릭터들이 돌아왔다! 해피엔딩!"까지의 내용이고 그 이후는 그냥 기존 시리즈 중 필요한 부분만 쓰면서(...) 신규 시리즈 새로 시작하는 새판을 차린 것일테지만 애초에 이번 데오퓨 관련설정들끼리도 오류가 생기는 등 폭스가 허술한 모습에 기존 계획을 번복, 수정, 변경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왔고 저 역시 폭스 쪽은 "포기하면 편해"라는 심정으로 여기고 있는지라 앞으로 폭스가 제대로 된 설정정리 없이 그냥 인기 시리즈 신작 나왔으니 보러 와달라는 홍보만 할지도 모르겠네요(...)
  • 멧가비 2014/05/22 21:22 #

    차라리 그렇게 구멍 숭숭 뚫린거 인정하고 재밌게만 만들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은 꼬이지 않게 좀...
  • 포스21 2014/05/22 09:09 #

    멧가비 / 가루로 흩어진 육신이 아니고... 아마 3편 초반에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않는 사람....
    운운한 그 사람몸에 빙의 하는 형태가 된듯 한데요?
  • 시옷곰 2014/05/22 10:06 #

    영화에서 보면 육체가 바로 그 자비에니까요?
  • 멧가비 2014/05/22 12:02 #

    빙의하겠구나, 라는 생각은 영화 3편을 보고 짐작 했었지요.
    다만 왜 그게 여전히 재비어의 외모를 하고 있느냐, 가 이해가 안 됐었는데 아래 블랙하트님 댓글을 보고 대충은 이해했습니다.
  • 블랙하트 2014/05/22 10:29 #

    3편에서 부활에 대한 암시가 나오기는 했었죠. 재비어가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태어날때부터 혼수상태인 사람 몸에 다른 사람 정신을 옮겨서 살아나게 하는게 과연 윤리적인가' 라는 예시.

    참고로 영화상에서는 설명이 없었지만(...) 그 환자는 사실 재비어의 쌍동이 형제로 뱃속에 있을때 초능력에 각성한 재비어 때문에 태어날때부터 혼수상태 였다는 설정입니다. (환자 역으로 나온 배우도 패트릭 스튜어트)
  • 멧가비 2014/05/22 12:01 #

    아 그런 설정이 있었습니까. 배우도 같은 사람이?

    그럼 설명이 되네요. 하지만 역시나 다른 데서 들은 설정으로 납득해야 한다는 건 좋지만은 않네요. 온전히 영화만 보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될테니까요.
  • genO 2014/05/23 21:53 #

    퍼클이 개인적으로 인상에 더 남았습니다.
    유연하지만 밍밍한 연출보단
    거칠어도 신선한 게 낫게 생각되나 봅니다.

    얼마전 울버린 쿠키의 시점이 대체 언제인지 전 모르겠네요...
  • 멧가비 2014/05/24 00:40 #

    저도 퍼클이 더 좋았습니다.투박해도 신선한 에너지같은 게 있었는데 또 싱어 느낌으로 돌아와버렸어요.
  • ss 2014/05/24 15:23 # 삭제

    영화에서 50년간 미스틱의 유전자를 연구해서 센티널이 완성되는거죠.
    그리고 처음엔 뮤턴트들만 공격하다가 나중엔 보통 사람까지 공격하고
    이 센티널을 지배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았다고 나오죠.
    그러니 암울한 미래가 펼쳐지는거고요.
  • 더카니지 2014/05/25 01:53 #

    울버린 액션씬이 너무 쩌리로 나와서 싱어이인간이 울버린 실어하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아다만티움 클로가 아니라지만 후반 전투씬에서는 진짜 너무약하게 그려진듯.
  • 멧가비 2014/05/25 06:40 #

    대체적으로 싱어 영화에선 울버린이 늘 그런식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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