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Louie (2010) 시즌1 - 4 by 멧가비


난 원래 럭키 루이의 광팬이었다. 특유의 궁상맞고 비참한 일상에서 어디까지 더 찌질해질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 같은 하드코어한 병맛같은 게 있어서 좋았거든. 마치 진흙 위에 핀 꽃 같은 느낌으로.


그러다가 후속작인 줄 알았던(사실은 전혀 상관없는) 루이 첫회를 봤을 땐 솔직히 개실망해서 다신 안봤었는데? 럭키루이같은 병맛을 기대했었으니까 좀 낯설었나보다. 시발, 그 때의 나는 존나 성급하게 이걸 포기할 뻔 했던 거다.


뻥 안치고 이거 인생 미드. 좋아하는 미드 탑쓰리안에 들고도 남는다. 보던 미드들이 다 휴방기라서 공백 메꿀려고 루이랑 쉐임리스 보기 시작했는데 둘 다 진짜 제대로 골랐어.



럭키루이랑은 달리 주인공 루이스 C.K.의 실제 삶을 베이스로 만든거라 굉장히 현실감 있어서 좋다. 럭키루이가 전형적인 미국식 루저 시트콤이라면 루이는 일상물에 가깝다.


아쉬운 건 입소문 탈만한 한 방이 없는 것 같기도한데, 그보다는 뭔가 짠하고 측슨하면서도 훈훈도 하고..아무튼 설명이 잘 안되는데, 녹아드는 느낌같은 게 있다. 소재 자체가 거진 다 실제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라 거부감도 안들고.


루이 개좋아 진짜. 생긴거랑 달리 마음씨 넓고 푸근한 아저씨는 절대 아닌데 은근히 잔정 많고 겁도 많아서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소시민 캐릭. 초반엔 딸들 돌보면서 빡치는 얘기랑 여자랑 자고 싶어서 안절부절하는 얘기가 대부분인데, 뭔가 자꾸 상황이 억울하게 돌아가는 게 재미있다. 어쩌면 매 회마다 소재도 루이스의 경험담 위주인건지, 어떻게 이런 얘기를 썼나 싶을 정도로 뻔한 얘기가 하나도 없다. 클리셰도 없고.


이 아저씨 억울하고 빡칠때. 후~~~하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이랑 머리 부비는 표정이 너무 좋다. 딸로 나오는 아이들은 귀엽고, 가끔씩 등장하는 포커 친구들, 가족들도 골때리고.


쉽게 보기 힘든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의 빈번한 출연이 좋다. 크리스 락과 짐 노튼이 반갑고, 리키 저바이스의 깐족대는 의사 캐릭터는 조연 중 단연 최고다. 업계의 전설인 로빈 윌리엄스가 느닷없이 등장했을 때는 별 거 없는데도 왜 그리 찡하던지. 조지 칼린이 살아 있었다면 분명히 출연해 줬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짠했다. 언젠가 짐 캐리도 나와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실연 당한 찌질한 중년 역할 같은 걸루다가.


제일 빵터지면서 본건 딸내미 인형 고쳐주려고 똥줄빠지는 에피. 그 외에도 진짜 실망스런 에피 하나없이 전부 웃기고 소중하다. 은근히 로맨스 부분도 좋아서, 서점 직원인 리즈, 헝가리에서 온 아미아, 겁나 적극적으로 들이대던 뚱녀 등 다들 기억에 남는다. 


최근 시즌에서 뉴욕에 존나 큰 태풍 왔을 때 루이가 전처랑 딸내미들 구하러 가는 건 진짜 개감동. 근데 그 감동을 음미할 새도 없이 바로 딴 얘기로 넘어가는 패기.


시즌 4로 오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꼈더라. 루이루이루이루이~~~하던 오프닝송이랑 오프닝 화면도 사라지고, 그 전 시즌은 그래도 일상 부분이랑 공연 파트가 어느 정도씩은 구분됐었는데 시즌4는 거의 일상 위주. 이야기도 계속 이어져서 뭔가 '스토리'라는게 생긴것 같고, 연출 분위기는 뭔가 초현실적이다. 현실인데 어딘가 모르게 꿈같다고 해야하나.  전 시즌들이랑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좀 낯설었는데 금방 적응됨.


시즌 4 마지막은 파멜라와의 관계 진전으로 마무리 되는데, 아 역시 루이한테는 파멜라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



덧글

  • 상실의 시대 2014/07/22 10:12 # 삭제

    사실 럭키루이는 배꼽잡고 봤지만... 루이는 리뷰만 보고 사람들이 너무 혹평일색이라서 시작조차안했는데..임금님 말씀대로 럭키루이의 잣대로 리뷰를 하다보니 그런 평들이나오지않았나 하는생각이 드네요...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도~저~언!!!
  • 멧가비 2014/07/22 17:58 #

    네. 아얘 다른 방식으로 감상해야 재밌더라고요.
    이거에 비하면 럭키루이는 쪼무래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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