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106 by 멧가비


배트맨 스핀오프 치고는 좀 심심하다, 싶을 때 쯤 되니까 아주 휘몰아치는구나. 1회부터 여태까지 방영분 중 제일 재밌었다.


이번 회차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첫째는, 하비 벌록은 왜 지금의 하비 벌록이 되었는가. 둘째는, 펭귄은 왜 지금의 펭귄이 되었는가. 셋째는, 펭귄-고든-벌록의 삼각 구도.


하비 벌록이 과거에는 짐 고든처럼 물불 안가리는 열혈파 형사였다는 과거가 공개됐다. 과거에 정의롭다가 모종의 사건이 만든 상처로 인해 절반 쯤은 타락한 게으름뱅이 형사가 됐다는 설정은 약간 뻔한 설정이긴하지만, 뻔하다는게 연출만 잘 하면 언제나 먹히는 거니까. 이젠 심지어 하비 벌록마저도 짐 고든보다 캐릭터로서 좋아지고 있다. 하긴, 생각해보면 배트맨 TAS에서도 하비 벌록은 꽤 재밌는 캐릭터이긴 했다. 코믹스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펭귄은 왜 지금의 펭귄이 되었는가, 하는 부분은 꽤 짧았지만 명료하다. 그간 펭귄이 보여 준, 그 순간에 갖고 싶은 건 어떻게든 당장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유년기적 심리와도 상통하는 행동들의 근거가, 펭귄이 징그러울 정도의 마마보이였다는 설정이 이번에 드러남으로써 설명 됐다.


한 가지 이상한 건, 펭귄의 성은 Cobblepot인데 왜 그 엄마의 성은 Kapelput일까. 펭귄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너무 몰락한 귀족 냄새가 나는 성이라서 고담의 암흑가에서 활동하긴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적당히 소리만 비슷하게 가명을 쓰는 걸까.


펭귄-고든-벌록의 삼각 구도 역시 재밌었다. 여태 방영분 중 아마 펭귄 분량이 제일 적은 회차였던 거 같은데, 펭귄이 안 나오니까 드라마는 조금 더 오소독스한 수사물 분위기를 내는데, 그에 이어서 고든과 벌록의 버디물같은 모양새도 취했다는 거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둘이 체포될 뻔한 순간에 극적으로 나타난 펭귄. 펭귄의 생존이 확인 됐으므로 결과적으로 체포는 안 되겠지만 이제 막 파트너쉽이 생기기 시작한 고든과 벌록의 관계는 또 어찌될지 모르겠다. 야 요거 재미나네.


캣이나 리들러도 이야기에 크게 개입하진 않으면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은근히 좋다.


악당 캐릭터도 괜찮았다. 지난 번에 나왔던 풍선 살인마에 이어, 염소 살인마 시리즈를 만들어서 고담을 정화한다는 망상에 빠진 미친년인데, 이런 애들이 자꾸 등장하는 게 브루스에게 있어서는 왜곡된 신념으로 시작해 살인을 배제하지 않은 자경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학습시키는 계기로 활용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