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탐구 07 - 프리저 편이 레전드인 이유 by 멧가비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구 외부에서 진행된 이야기. 그것은 곧, 카린이나 신 등의 멘토, 혹은 캡슐 코퍼레이션 등 기술적 지원의 부재를 의미한다. 게다가 Z전사들의 줄초상으로 인해 크리링, 손오반, 부르마만 외계 행성에 떨궈진 고립감에서 오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 작품의 타이틀 롤인 '드래곤볼' 쟁탈전이 이야기의 중심 소재로 다뤄진 마지막 에피소드다. 이후의 셀 편이나 마인 부우 편은 파워 인플레 따라잡기가 전부였고 드래곤볼은 뒷수습 용도로만 사용됐다.


● 거대 군단에 대항하는 게릴라전의 묘미를 살린 유일한 에피소드. 레드 리본군은 오공 혼자 여유롭게 괴멸시키는 등 전개 자체가 단순했던 데에 비해서, 프리저 군단과의 싸움은, 프리저의 부하였던 베지터가 배신해 프리저의 부하들을 차례로 살해하다가 더 강한 부하인 기뉴 특전대를 만나 크리링, 오반과 손잡는다는 조금 더 입체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 토리야마 특유의 다양한 캐릭터 디자인들이 많이 활용됐다. 프리저 군단을 그리는 동안 머릿속에 있던 온갖 악당스러운 디자인들을 전부 때려박으면서 즐거워하는 (혹은 귀찮아서 괴로워하는) 토리야마 선생의 얼굴이 연상된다.


● 프리저, 욕심 많고 잔인하지만 카리스마도 있는 대군단의 보스이며 그 자신도 압도적인 무력을 행사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기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악당 캐릭터의 집대성이었다.


● 그 외, 아마 크리링이 천진반을 제치고 지구인 최강자로 등극한게 이 시점에서였을 거다.


● 그 드래곤볼의 쟁탈전이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복잡한 양상을 띄어 흥미롭다. 간단하게 요약해보자면,


1. 입장의 변화, 관계의 변화
드래곤볼의 존재가 공론화 되면서 보스와 부하 관계였던 프리저-베지터는 경쟁 구도로 돌아선다. 베지터의 무력에 대응하는 방어자였던 크리링 일행 역시 쟁탈전에 참가하면서 동등한 경쟁 관계가 되며, 일부 더 유리한 측면을 갖기도 한다. 베지터는 압도적인 악당 기믹에서 벗어나 크리링 일행과 마찬가지로 프리저에 저항하는 약소 세력이 된다.


2. 드래곤볼 사상 첫 3파전
프리저 군단은 풍부한 인적 자원과 스카우터, 압도적인 무력을 갖고 있지만, 독자 세력인 베지터의 목숨을 담보로 한 지능 플레이를 쉽게 저지하지 못한다. 크리링 일행은 파워 밸런스로는 가장 아래에 위치하지만 기를 다루는 법에 통달해 있으며 드래곤볼 레이더를 가졌고 나메크 성인들의 도움도 받는다. 이는 이후에 그려진 'Z전사-인조인간-셀'의 3파전 구도 보다도 더 깊이 있게 다뤄졌으며 더 아슬아슬하고 흥미롭다.


3. 모일 듯 모이지 않는 드래곤볼
처음엔 프리저가 다섯 개 베지터가 한 개, 크리링이 한 개 갖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베지터는 프리저 군단의 다섯 개를 탈취하고 크리링의 한 개 마저 빼앗지만 자신이 본래 갖고 있던 한 개를 오반에게 뺏긴다. 기뉴 특전대의 등장으로 프리저가 일곱 개 전부를 갖게 되지만 소원의 발동 방법 자체를 몰라 헤메는 동안 크리링 일행이 다시 일곱 개 전부를 손에 넣는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메크 성 주민 덴데를 크리링 일행이 포섭해 두 개의 소원을 먼저 비는 것으로 쟁탈전이 일단락 된다. 오공과 프리저의 최종 결전 중 부활한 포룽가. 프리저는 이전에 우론, 차오즈가 했던 것 처럼 소원 가로채기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4. 소원 돌려막기
소원 갯수는 세 개지만 한 턴에 한 명씩 부활의 제약이 있는 나메크 성의 드래곤볼로 피콜로 소생-소환 소원을 빌고, 되살아난 지구의 드래곤볼로 희생자를 소생 시킨다. 뒤이어 한 개의 소원이 남은 나메크 성의 드래곤볼 역시 되살아남으로써 나메크 성인들이 지구로 소환되어 안전이 확보된다. 덕분에 무사히 차기 장로가 취임되고 나메크 성 드래곤볼을 새로 제작해 크리링, 야무차, 차오즈, 천진반을 순서대로 부활시킨 후 나메크 성인들은 새로운 별로 이주한다.


최고 장로의 약간 남은 수명을 트릭으로 이용한, 그야말로 타임 어택 요소가 가미된 소원 빌기 시퀀스였다고 볼 수 있겠다. 돼지 머리가 여자 빤쓰 한장 얻었던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진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겠다. 무슨 추리 소설 해설을 보는냥 아귀가 딱딱 맞게 돌아가는 스토리다. 알고보면 토리야마 아키라는 이 정도 복잡한 스토리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던 거다. 자기가 귀찮아서 안 하는 게 문제지.



덧글

  • 발컨 2015/03/07 14:37 #

    확실히 프리저 편은 액션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간에 전개되는 심리전도 정말 불꽃이 튈 정도로 긴장감이 넘쳤죠.
  • 멧가비 2015/10/21 19:58 #

    프리저 편이 레전드긴 한데, 그게 재탕 삼탕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하더군요.
  • 데벡 2015/10/21 00:26 #

    프리저편이 정말 각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각축이 일품이었죠. 그리고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완결되는 최종각성(당시로선)으로 끝나는 엔딩도 깔끔했고요.
  • 멧가비 2015/10/21 19:58 #

    공감합니다. 사이야인편부터는 딱히 기획 당시에 구상도 없었는데 마치 미리 뿌려놓은 떡밥처럼 딱 들어맞는 느낌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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