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벤저스] 1편에 이어 역시나 아이언맨단독 시리즈의 후속작 같은 느낌이 강하다. 사건의 원인부터 해결책인 최종병기까지 전부 토니 스타크의 손에서 나왔다는 점이 그러하며, 팀 내분의 시발점도 해결책도 모두 토니라는 점은 1편과 같다. 같은 맥락이지만, 어벤저스 멤버들이 각자 연관된 조연들의 등장에서도 마찬가지. 팔콘이나 헤임달이 까메오 수준이라면 워머신의 분량은 그들에 비하면 월등히 많다. 이쯤되면 정말 [아이언맨] 단독 시리즈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아도 아쉽지 않을 수준이 아닌가.
한 편에 모두 소화하기엔 조금 많은 새 인물들. 덕분에 기존 인물들의 분량은 조금씩 손해를 본다. 막시모프 남매와 비전 중 어느 한 쪽으로 확실히 비중을 몰아주던가 아니면 한 쪽만 나오는 게 나았을 것이다. 덕분에 비전은 마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뚝딱 하고 나와버리는 인상이 강하며, 폴 베타니의 얼굴 데뷔라는 점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울트론 양산 버전들이 쉴 새 없이 뻥뻥 터져대서 정신이 없다. [아이언맨 3]의 크리스마스 파티 프로토콜이 영화 내내 계속되는 듯한 피로감이 발생한다. 양산형 악당은 늘 약한 법. 덕분에 울트론 군대는 김밥 만 은박지처럼 가볍게 찢어진다. 속도감 있는 액션 연출에는 좋으나 "진짜 울트론"이라는 메인 악당 캐릭터의 존재감에는 오히려 자충수. 때문에 이어지는 액션 시퀀스에도 무감각해진다. 각자 포지션을 분담했던 전작의 시가전의 쾌감에는 미치지 못한다.
어벤저스 6인방의 팀웍이나 내분 등의 '관계'적인 스토리는 긴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그 중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건 헐크와 블랙 위도우 뿐. 하지만 그 둘의 러브라인도 왠지 쇼 비즈니스같은 느낌. 슈퍼히어로 둘이 우결을 찍고 있다.
울트론은 기묘한 악당이다. 압도적인 무력의 금속 대마왕을 기대했으나, 로키보다도 더 입만 산 개구쟁이 악당. 어떤 면에서는 정말 그 부모나 마찬가지인 토니 스타크의 안티테제이기도 하다. 일장일단이 있겠다. 곱씹으면 재미있는 캐릭터겠으나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
하이드라는 이제 거의 다 잡은 듯 하고 쉴드의 잔여 세력은 어벤저스의 백업 팀으로 흡수된 듯 하다. 닉 퓨리도 돌아오고 헬리캐리어도 건재한데다가 본 스트러커 남작을 잡고 나서 자축 파티까지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콜슨 팀은 왜 애먼데서 개고생들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든다.
아무튼, 여러모로 산만하고 빽빽하고 정신 없는 가운데 또 분량 못 챙기고 소외된 "대장" 캡틴. 그리고 까메오 수준인 닉 퓨리.
비판의 여지가 많으나 멋지고 재미있는 영화인 것이 사실이다. 기대만 엄청 부풀려놓고 1편보다 크게 뛰어나지 않다는 점이 실망스러울 뿐이지, 바꿔말하면 1편보다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소리다. 큰 흐름이 좋지 않으나, 부분적으로 좋은 장면들의 총합이 더 크다. 어쨌든가 한 번은 더 보겠지.
연출 각본 조스 위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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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
주변 인물들 한 번씩은 얼굴을 비춰 준 점이 좋았다. 특히 페기 카터는, 환영으로나마 약속을 지킨 셈이어서, 보기 좋으면서도 쓸쓸하다. 페퍼와 제인은 혹시나 기대했지만 역시나 등장 없고.
액션 시퀀스가 굵직한 몇 개로 구성되기 보다는 파편화 되어 여기저기 배치된다. 질리는 감 있으나 그 와중에 멋진 장면은 정말 멋지다. '베로니카' 시퀀스는 이미 공개된 장면, 알면서도 놀란다. 그 한 장면으로도 산만한 구성을 충분히 보상한다.
잡다한 생각들
- 엘리자베스 올슨은 약간 미친년으로 나와도 예쁘다. 근데 사실 생각보다 그렇게 미친년도 아니었음.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모킹버드가 영화 시리즈에 편입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가 거의 공식 커플처럼 여겨졌었는데 반전 아닌 반전이다. 하긴 그러고보면 둘이 커플이라고 대놓고 보여주는 단서는 사실 하나도 없었다.
- 비전과 스칼렛 위치 커플 성사는 과연 가능할 것인가. 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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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활과 화살 뿐이라는 호크아이의 자조적 농담은 코믹스의 분위기를 꽤 반영한 듯 해서 웃긴데 슬프다.
- 헬렌 조,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랐다. 전편의 호크아이처럼 메인 캐릭터가 세뇌되면 분량을 손해보지만 조연이 세뇌되니까 되려 이득이네.
- [윈터솔저]에서 인사이트 실행 버튼 안 눌렀던, 그 깡다구 좋던 쉴드 IT 요원도 반갑다.
- 드라마 쪽을 의식한 설정들이 꽤 보인다. 닉 퓨리의 '난 이제 누구의 보스도 아니야' 발언은 에오쉴에서
콜슨에게 국장을 넘겨 준 스토리를 반영한 것일테고, 싸움의 무대를 다른 나라로 설정한 것도 드라마 쪽 세계관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인 듯 하다.
- 캡틴이 언급한 '리얼 쉴드'는 현재 에오쉴의 파벌 싸움 스토리와 관련이 있는 떡밥성 발언일까 아니면 그냥 관용적인 어구일 뿐일까.
- 이제 워머신, 팔콘도 정식으로 어벤저스 멤버가 되는 듯 한데, 이미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군인 출신들이 비전, 스칼렛위치같은 초짜 초능력 괴물들이랑 같이 훈련을 받는다는 게 좀 웃기다. 심지어 워머신 로디는 복무 기간으로만 보면 캡틴아메리카보다 짬밥이 밀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 어벤저스 어셈블 왜 안 해. 밀당 잘 하네.
- 비전까지 추가 됐으니 이제 이 구도가 갖춰졌구나.
덧글
2편에서는 호크아이만 빼고 모두 세뇌당하죠..
묘하게 2편에서 신분상승한 호구아이...
대신 아이언맨 빠지고 워머신이 들어오니 색깔은 대충 맞는듯?
http://marvel.com/characters/64/vision
그나저나 비전 비주얼은 저 게임버전이 친숙한데...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