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인물 - 에이미와 폰드 가족 by 멧가비



에이미 폰드 Amy Pond (캐런 길런 Karen Gillan)


20 데니아 반투검스에 제복 코스프레. 창백한 피부에 주근깨 그리고 진저.(닥터의 평생 숙원인 그 진저!) 한 눈에도 확 튀는 만화 주인공같은 외모로 이미 등장 시점에서 튀고 들어간다. 영국 어디엔가 있을 법한 평범한 미인들이던 테닥의 컴패니언들과 확연하게 차별화 되는 비주얼. 러셀에 비해 모팻은 화면 때깔에도 꽤 신경쓰는구나 싶은 게 시즌5의 첫 인상이었다. (시대의 흐름이지만 촌스러운 부츠컷 바지도 이 때부터 화면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평범한 가운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자기 캐릭터를 드러내던 선임들과 달리, 닥터와의 만남 자체가 시간 여행과 관련이 있고 작중에서 드러난 인생 전체를 닥터에 대한 기다림으로 모두 썼다는 설정. 그런 다분히 노린 설정으로 인해 처음부터 특별했던 컴패니언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어릴 때의 동경으로 잠시 닥터와 로리 사이에서 헤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연애 감정 없이 깔끔하게 완벽히 유사 가족의 포지션을 획득한 컴패니언이기도 하다. 연애 감정도 아닌데 닥터와 깊은 애착을 주고 받은 게 특별한데, 인연을 모두 정리하고 고통 속에서 혼자 외롭게 재생성한 닥터가 새 인격으로 만난 첫 동행자였기 때문에 더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독특한 애착 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전에 없던 '돌아갈 곳'을 닥터에게 만들어줬다는 것. 2011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말미에, 몇년 간 죽은 척 잠수탔던 닥터가 폰드네 집을 찾아가서 쭈뼛거리는데 오매불망 기다렸을 에이미는 전혀 호들갑떨지 않고 엊그제 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맞이한다. 상당한 배려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눈물 흘리는 닥터는 스스로를 낯설어 했다.


로리 아빠가 '쟤들(에이미, 로리)은 여행 때문이 아니라 너(닥터 그 자체)를 떠나지 못 하는 거야'라고 한 말은 에이미(혹은 폰드 부부)가 닥터와 주고받는 애정과 긴밀한 애착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후로 닥터는 여행을 떠나지 않고 폰드 부부의 집에서 며칠간 생활하는데, 잠시도 한 곳에 머물러있지 못하는 닥터로선 폰드 부부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 셈이다. 거의 가족처럼 지내면서도 정작 진짜 가족처럼 생활을 공유한 적이 없음에서 오는 에이미의 섭섭함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에이미와 로리를 맨해튼에서 잃어버린 사건은 닥터에게 있어선 엄청난 감정적 데미지를 줬을 것이다. 로즈는 가족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명분, 그리고 손닥을 곁에 남겨뒀다는 자기 위안이 가능했지만 에이미는 그야말로 눈 앞에서 뿅 하고 사라져버렸으니까. 


동물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존재를 어미로 인식하고 따르듯이, 맷닥도 처음 만난 에이미와 가족으로 엮일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죽음(재생성)의 순간에 클라라가 아닌 에이미를 환영으로나마 만나고 떠난 거겠지.


감정선이나 여러가지 상징적인 의미들을 제외하고 닥터하고 노는 모냥새만 딱 보면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같다.(그러고보니 키다리 아저씨도 존 스미스..) 그리고 거기에 로리가 끼면 막내동생 커플 데리고 다니면서 놀아주는 큰 오빠같기도. 근데 큰오빠같던 닥터가 사위가 돼 버렸어.


물리적인 시간으로 10년이니, 올닥 때는 몰라도 최소한 뉴닥 이래로는 가장 오래 닥터와 함께한 컴패니언이기도 하다. 10년이면 대충 서른 줄 가까이가 될 때 까지 닥터를 따라다닌 건데, 나이를 먹으면서도 닥터한테는 영원히 막내 동생나 조카처럼 부비적대고 솔직하게 애정을 드러낸다던지 다른 어떤 컴패니언보다도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하는 등, 독특하게도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았던 컴패니언이기도 하다. 에이미 개인적으로는 꽤 강해지고 성장했지만 닥터 앞에서만큼은 영원히 꼬마 아멜리아로 남는 느낌.

다 떠나서, 닥터를 자기만의 애칭으로 부른 컴패니언이 또 있었던가. 올닥 때는 몰라도 최소한 뉴닥에선 전무후무.










로리 윌리엄스 Rory Williams (아서 다빌 Arthur Darvill)

사실 로즈-마사-도나-에이미로 이어지는 정식 메인 컴패니언 계보에 넣긴 좀 뭐한데, 그렇다고 미키처럼 완전히 주변인이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꽤 있으니 서브 컴패니언 정도로 보는 게 맞겠다. 1+1 정도.


로즈를 데려간 닥터를 질투하면서도 정작 따라나서는 건 무서워했던 미키와 달리, 어리버리하면서도 배포 자체는 처음부터 컸다는 점이 미키와의 결정적인 차이다. 닥터와 여행하면서 점점 터프해지는 성장세도 뚜렷했고 남자 서브치고는 드물게 '마지막 백인대장'이라는 간지나는 닉네임도 획득했다는 점도 멋지다. 뭣보다, 결국 닥터를 따라나섰고 성장도 했지만 결국 로즈를 뺏겼던 미키와는 다르게, 닥터의 배려와 입장 정리가 있었다고는 하나 어쨌거나 자기 능력으로 결국 에이미를 쟁취했다는 게 중요하지.


황장군이 천년 기다리지 않았나? 얘는 무려 그 두 배네.










리버 송 River Song a.k.a. Melody Pond (알렉스 킹스턴 Alex Kingston)

이 쪽도 내 기준으론 메인 컴패니언은 아니지만 아닌데 일단 편의상 컴패니언으로 분류.


맷닥으로 시작한 모팻의 뉴 뉴 시즌 자체가 온통 타이미 와이미인데 리버는 닥터와의 관계 자체가 타이미 와이미이기 때문에 맷닥 시즌 전체를 더욱 타이미 와이미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골치아픈 캐릭터다.


태생도 그러하거니와 나머지 전 생애를 닥터를 위해 쓰다 간 셈이라서 생각하면 참 짠한 인물이다.


시즌4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는 왠 중년 아줌마가 닥터의 아내라길래 닥터와 결혼한 후 점점 나이 들어서 저렇게 됐나보다 했는데, 막상 뚜껑 열어보니 나이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재생성 자체를 중년 아줌마 얼굴로 한 거였다는 점이 반전.

다른 어떤 컴패니언보다 로맨스로 몰빵한 캐릭터일거면 왜 굳이 큰 이모뻘인 배우를 캐스팅했나 싶기도 하지만, 얼굴은 중년인데 닥터와 있을 때 언뜻언뜻 소녀같은 표정이 묻어 나오는 부분에서 감탄하게 되더라. 그런 아이러니한 인연을 연기로 완벽히 소화하는 배우가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가만 생각해보니, 로리 폰드야 닥터가 드립친 거니까 그렇다 쳐도, 얘까지 멜로디 폰드라고 부르는 게 존나 자연스러운데 그래도 괜찮은가 모르겠다.




총평

닥터와 엮이면 결국엔 불행해진다, 는 암묵의 룰 같은 게 있나본데, 생각해보면 테닥의 컴패니언들은 딱히 그렇지도 않다. 로즈는 어쨌거나 아버지까지 찾아 가족이 완성된데다가 손닥까지 얻었고, 마사는 훌훌 털고 자기 발로 떠나서 적성에 맞는 직업도 찾고 더 어울리는 짝도 찾았고. 도나는 기억만 잃었을 뿐 원했던대로 남자 잘 만나서 결혼도 하고 돈 방석에도 앉았으니까.


정작 제대로 인생이 말린 건 이 사람들이다. 딸을 잃고 부모와도 생이별했으니 말이다. 단순히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서 로즈랑 비교하기엔 너무 잃은 게 많다.


가장 기구한 건 역시 리버. 태어나자마자 젖도 못 먹고 부모한테서 떨어져 암살자로 길러진 것부터 시작해, 마지막 외모가 중년의 여인이다 뿐이지 사실 얼추 계산해봐도 30년이나 채 살았을까 싶다. 그것도 자기 인생이라고는 전혀 없는 채로 말이다. 게다가 꼬맹이적에 이미 첫 재생성을 겪었다는 건 어린 나이에 죽음을 경험했다는 거지. 에이미, 로리와 성장기를 같이 보냈으니 간접적으로나마 부모의 사랑을 맛 본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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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멧가비 : MCU 탐구 - 엔드게임 소회 2019-04-30 15:5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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