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인물 - 클라라 오스왈드 by 멧가비




클라라 오스왈드 Clara 'Oswin' Oswald (제나 콜먼 Jenna Coleman)



시작부터 '기다린 소녀'라는 이명(異名)을 쌈빡하게 획득한 특별한 존재였던 에이미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존나 더 특별함. 이 쪽은 이명도 무려 두 개다. '수플레 걸' 그리고 '불가능한 소녀'. 게다가 맷닥은 'My Clara'라고 부르기도 하니, 닥터가 컴패니언을 두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파격 대우. (새라 제인한테는 그렇게 불렀던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은 어땠을지..)


에이미는 일단 닥터와 상당한 유대 관계를 보여줬지만 닥터와 여행하면서 로리와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기 때문에 조금씩 비중을 나눠갖는 느낌도 적잖이 있었다. 그리고 리버가 개입되면서 약간 히로인 느낌도 좀 옅어진 감이 있고. 비중이 밀렸다고 하긴 애매하지만 클라라처럼 독식하지도 않았다.


반면에 클라라만은 에이미와 헤어진 이후의 맷닥에게나 카닥에게나 완벽히 온리 원인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예로, 캡잭 - 리버의 계보를 잇는 무력 셔틀 포지션인 바스트라 일당은 캡잭, 리버와 다르게 호출하면 달려 올 뿐이지 닥터랑 같이 다니진 않는다는 것. 클라라가 타디스에 탄 뒤로 타디스는 딱 클라라만(그리고 클라라가 가르치는 꼬마들만) 탈 수 있게 되어버린 뉘앙스다.



또한 테닥의 컴패니언이었던 로즈, 마사, 도나의 특징을 고루 계승한 뭔가 밸붕같은 면이 있는 컴패니언이기도 하다.

닥터와 연애 감정으로 엮였다는 점에서 맷닥의 로즈라고도 볼 수 있겠다. 리버는 대놓고 부부 기믹이었지만 사실 자연스러운 연애 감정이라기 보다는 뭔가 꼬인 인과 관계로 만들어진 아이러니한 관계였으니 좀 다르지. 확실히 로즈-클라라 이 조합이 은근 대칭 구조인 듯.



사생활에서의 큰 고민이 없고 사회적으로는 똑똑하고 젊은 재원이었다는 점에선 마사와 통하는 부분. 로즈는 현실 생활에서 전혀 의미를 못 찾고 권태로움에 찌들어 있었으며 도나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처녀로서의 고민이 있었다. 또한 에이미는 본인이 인지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시간의 틈 때문에 부모를 잃었고 성장과정에서는 닥터한테 꽂힌 채로 결핍이 있었고.

반면 마사는 시험만 통과하면 곧 의사가 되는 인턴이었고 가족 내에서도 정신적으로는 가장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묘사된다. 클라라 역시 가족이 꽤 단란한 듯 보이며(모친상은 닥터를 만나기 훨씬 전이니까) 닥터와 여행을 하면서도 아무 문제 없이 교사에 임용되는 걸 보면 무리 없이 경력을 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짝사랑만 하다가 끝난 마사에 비하면 짧았다고는 하나 닥터와 제대로 연애 감정을 나눴다는 점에선 형편이 훨씬 낫다. 마사가 클라라의 반 만큼이라도 조련에 능했다면 테닥의 마음을 움직일 가능성이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존재 자체가 닥터의 목숨 그리고 지구의 안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운명적 인물이라는 점에선 도나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존재 자체가 그런 운명에 엮인 된 게 도나라면 클라라는 사실 다른 컴패니언에 비해 닥터와 만난지 꽤 짧은 시간 안에 닥터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가며 희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도나도 일명 '도나의 세계'라고 불리우는 평행 우주에선 닥터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지만, 그건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는 점에서의 책임감도 있었고 어쨌거나 그 도나의 세계는 도나의 희생으로 소멸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클라라는 오로지 그 순간의 자기 의지로 닥터의 모든 타임라인에 뛰어들었으며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였으니 현실 세계에서의 클라라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죽은 횟수 역시 도나에 비하면 셀 수도 없을 듯. 모팻이 러셀에 비하면 컴패니언 관련해서 판을 좀 크게 벌리는 경향이 있다. 또 한 가지, 도나가 손닥의 재생성 에너지를 일부 흡수하면서 타임 로드의 두뇌를 갖게 된 것과, 클라라가 닥터의 모든 생애로 분열되어 환생한 버전 중에 하나가 타임 로드였다는 점도 흡사하다.





다른 컴패니언들과 다른 클라라만의 특징, 온리 원으로서의 행보들을 정리한다.



사소한 거지만, 닥터의 손에 이끌려 뛰는 대신 자기가 닥터 손을 붙잡고 먼저 뛰기도 했다. (2013 크리스마스)

닥터에게 이끌려 따라나선 다른 컴패니언들에 비해 닥터 쪽에서 무슨 사랑고백하듯이 쩔쩔매며 동행을 제의함. (2013 크리스마스, 706)

심지어 카닥으로 재생성한 이후에도 과거의 맷닥이 전화까지 걸면서 잘 좀 봐 달라고 굽신굽신. (801)

타디스의 전화기로 통화한 유일한 컴패니언. 그것도 두 번이나. (706, 닥터의 시간)

정식 컴패니언이 되기 전에 닥터가 스토킹하며 뒷조사를 함. (706 프리퀄, 709)

스킨십 하면서 닥터가 긴장했던 것도 유일한 듯. (709)

약간 서브였던 리버를 제외하면 닥터의 본명을 알게 된 뉴닥 유일의 컴패니언 (710)

장난이라곤 해도 닥터가 엉덩이를 때린 유일한 컴패니언, 그것도 두 번이나. (710, 닥터의 시간)

닥터의 친 가족을 만나 본 뉴닥 유일의 컴패니언. (713에서 수잔 포어먼)

닥터가 자란 오두막에 처음으로 가 본 컴패니언 (닥터의 날, 804)

닥터의 올 누드를 본 유일한 컴패니언 (닥터의 시간)

맨살인채로 안고 부비적 댄 유일한 컴패니언 (닥터의 시간)

닥터의 자연사를 목격함. (닥터의 시간, 맷닥의 끝을 자연사라고 본다는 가정 하에.)

손가락 튕기기로 타디스 문을 열고 닫는 최초의 컴패니언 (닥터의 날, 806)

두 번이나 결별을 선언하고도 다시 타디스에 탄 유일한 컴패니언 (808, 2014 크리스마스)

타디스를 인질로 닥터를 협박한 유일한 컴패니언 (811)


그리고! 타디스와 삼각 관계를 이뤘으며 타디스한테 미움 받고 타디스한테 인정 받은 유일한 컴패니언. 후술.






비슷한 맥락이지만 더 중요한, 다른 컴패니언들 이상으로 닥터에게 끼친 영향이나 긴밀함을 정리한다.



시간 전쟁에 직간접 개입. 모멘트 발동을 막음으로써 트라우마와도 같은 죄책감을 씻어내 줌.

하지만 닥터의 침대 밑 트라우마를 심어 준 장본인.

타입40의 타디스를 골라줬음.

마지막 재생성이었던 11대에게 새로 재생성 패키지를 충전시켜 줌. 즉, 생명 연장 중개인.






마지막으로 꼽는 클라라만의 특이한 점 중 하나라면 뚜렷한 변화가 있다. 로즈처럼 성장세가 아닌, 닥터를 대하는 태도와 관계 자체의 변화라는 점. 닥터의 재생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감추지 못한 면도 있었으며, 재생성 후에는 숫제 클라라 쪽에서 닥터를 받아들이는 형국이기까지 했으니.


얼핏 보면 맷닥에서 카닥으로 넘어가면서 클라라의 캐릭터 자체가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클라라의 성격이나 성향 자체는 그대로지만 닥터의 태도 변화로 그 성격이 발산되는 방식이 달라졌음에 더 가깝다.


클라라의 '통제광 (Control freak)'적인 면모를 직접적으로 지적한 건 카닥이었지만 맷닥 때 부터도 분명히 통제광적인 면이 대놓고 드러나고 있었다. 상기한 예처럼, 닥터의 손에 이끌려다니기 보다는 자기가 먼저 닥터를 끌고 다니려고 하고 닥터의 선택을 받아 컴패니언이 되는 대신 클라라 쪽에서 닥터의 프로포즈를 받아주는 모양새에 더 가까웠다. 711에선 닥터로부터 '네가 보스야' 라는 말을 듣자 '그래 내가 보스야' 라고 읊조리며 흡족해 하기도 한다.


차이점이라면, 첫 만남부터 맷닥이 먼저 굽히고 들어갔고 맷닥 자체가 자기 컴패니언한테는 굉장히 살갑고 너그러운 성격인데다가 관계조차 러브라인으로 흘러갔기 때문에 다른 컴패니언들과 달리 둘의 관계에서 완벽히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는 점이다. 통제할 필요가 없으니 통제광 성향은 드러나질 않았던 것.


반대로 카닥은 클라라에 대한 애착과는 별개로, 성격 자체가 1대와 비슷하게 자기 중심적이고 고집 센, 즉 '너 하고 싶은대로 하자'며 받아주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당연히 주도권이 자기 것인 줄 알았던 클라라와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주님처럼 자길 모시던 스윗한 남친(인 줄 알았던 사람)이 갑자기 늙더니 치매 노인처럼 길바닥에서 거적데기나 주워입고, 정신 차렸나 싶으니까 가뜩이나 늙은 것도 별론데 말도 막 하고 틱틱대기까지, 클라라 쪽에선 태도가 곱게 나가는 게 가능할리가 없지. 로즈가 에클닥-테닥을 거치며 겪었던 감정의 변화와는 상반된 낯설음을 느꼈을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서 카닥으로의 재생성 이후에 알게 모르게 상처 받은 점도 영향을 끼쳤을 듯하다. 새 닥터에 대한 낯설음을 그리 많이 표현하기도 전에 바스트라로부터 일침을 얻어 맞은 것. 클라라 입장에서는 맷닥과 주고 받은 게 둘만의 애틋한 감정이었을텐데 그걸 이제 두 번 본 도마뱀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카닥조차도 자기가 언제 그랬냐는듯이, 널 헷갈리게 여지를 줘서 미안하다고 확인사살을 해 버렸으니, 심하게 말해 쌩까인 느낌이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점에서 클라라의 태도 변화에 대해 재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죽은 남친 살려내라며 땡깡을 피우고 급기야 타디스를 봉인시키려 한 건 짤탱이 없이 얘가 잘못한 거다. 닥터 본인이 용서했으니 아무래도 상관없나 싶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우여곡절로 시작된 새로운 관계지만 카닥 역시 클라라와의 유대감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승부욕 만땅의 통제광으로서 존나 난이도 높은 새 미션이 주어졌는데 그게 또 조금씩 잘 풀려가는 흐름이니 몰입도가 장난 아닐 거다. 맷닥 때처럼 직접적인 연애 감정은 아니더라도 더 깊고 더 복잡한 종류의 애착을 갖기에 충분했을 것. 물론 그 희생양은 대니 핑크.




대니 핑크

얘는 컴패니언도 뭣도 아니고 서브도 안 되는 그냥 제3의 인물이지만 클라라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인물이기는 하다.


초기 등장 시에는 맷닥을 잃은 클라라가 그 새를 못 참고 바로 돌변해서 현실 연애를 시작하는 게 참 태도가 가벼워 보인다. 그러다 조금 지나면 맷닥을 잃은 상실감을 자기도 모르게 대니로 채우려는 다분히 후유증적인 행동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다 나중에 가면 확실히 드러난다. 대니라는 인물은 닥터와 클라라의 관계 변화를 디테일하고 개연성있게 묘사하는 데에 필요해 투입된 기능성 맥거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 말이다.


대니를 속이고 닥터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행보는 유사 삼각관계이기도 한데, 이는 이성적으로는 닥터한테 실망하고 정이 떨어지는 줄 알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더 닥터한테 깊이 파고들어가는 클라라의 표리부동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대니의 죽음으로 닥터를 협박하는 대목에 가선, 클라라가 닥터와의 관계마저 내버릴 정도로 대니를 깊이 사랑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포용하는 닥터를 보여주기 위한 극적 연출이었다.


결정타는 2014 크리스마스 스페셜. 409에서의 도나와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도서관의 데이터로 갇혀버린 도나는 그 안에서 주어진 가짜 인생에 완전히 빠져들어 현실로 나가는 것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만, 꿈 게 어택에 당해 마찬가지로 가짜 인생에서 대니를 만난 클라라는 대니와의 헤어짐에 슬퍼하면서도 동시에 현실로 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테닥과 쿵짝 맞는 이성친구 이상은 아니었던 도나는 듣도 보도 못한 가짜 가족을 택한 반면에 클라라는 사별한 애인 대신 닥터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어찌보면 철저히 닥터와 클라라와의 관계 서사를 위해 희생된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닥터와 엮이면 언제나 끝이 안 좋다는 건 이 드라마의 불문율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인물들이 닥터에 대한 애정으로 기꺼이 희생된 측면이 있다면 대니는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과장 보태 조금 잔인하게 해석하자면, 닥터의 허락 없이 닥터의 영역에 침범한 죄로 그 댓가를 가혹하게 치른 건 아닌가 싶다. 결정적으로 대니는 타디스에 처음 들어가 봤을 때 전혀 놀라는 기색을 안 보였으니 닥터와는 애초부터 상성이 좋지 않았다.





클라라 총평

앞서 기록한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부분이지만, 이전의 다른 어떤 컴패니언들보다 대단하고 어마어마한 설정들의 몰빵이라는 점이 심히 걱정된다. 다음 컴패니언이 누가 되든 그 존재감의 잔재를 극복하는 게 가능할까 싶은 거지.


닥터와의 너무 깊은 유대감도 그렇다. 멀쩡히 가족이 있으면서도 가족의 존재가 병풍에 가까웠던 클라라. 그리고 클라라와 동시에 다른누구도 동행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닥터. 단 둘이 오로지 서로 밖에는 없는 너무 타이트한 관계인데 대체 어떤 식으로 이별 에피소드를 뽑아내려고 이 둘을 이렇게 만들어 놨나 싶다.


결정적인 건, 그간 닥터가 다른 컴패니언들에게 깊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건 수명이 다른 이유도 있었다. 즉, 너는 늙지만 나는 안 늙는다는 것. 그런데 2014 크리스마스에서 늙어버린 클라라가 닥터의 눈엔 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건 최소한 일부러 정을 떼고 관계를 정리할 이유조차 사라졌다는 뜻이다.


테닥의 컴패들을 생각하면 슬슬 하차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한 명의 닥터와 두 시즌 반을 같이 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 여유있나 싶기도 한데, 과연 이번 시즌에서 어떻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