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Mad Max: Fury Road (2015) by 멧가비



마치 전작 3부작의 모든 장점들을 다 갖다 때려부은 것처럼 참 버라이어티하다. 그러면서도 매드 맥스 시리즈의 매력인 쌈빡한 단순함과 야만적인 폭력성 모두를 놓치지 않는다.


시리즈 전체가 마치 여죄수 사소리 시리즈처럼 간단한 설정이나 배경 정도만 느슨하게 계승되는, 사실상 평행 우주에 가까운 개별적 이야기들이라 설정에 대한 고민이 없어보이는 점이 좋다. 보는 입장에서도 설정 구멍 등으로 태클 걸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인터셉터 개박살 나도 또 나오면 좀 어때. 기왕이면 개도 또 출연시켜주지.


역시나 범용성, 호환성이 좋은 세계관. 보기만해도 까끌거리는 황무지와 프릭쇼 야만인들. 마개조 자동차들만 화면 안에 뿌려놔도 그럴듯한 그림이 뽑아져 나온다. 거기에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메시지와 훌륭한 연출이 들어가니까 영화가 좋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느끼는 건, 이 세계관의 미친 패거리놈들은 살기 위해서 자원 갖고 싸우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자원을 존나 써서 없애고 싶어서 자원을 욕심내는 게 아닌가 싶다. 미친듯이 기름 가솔린을 펑펑 써제끼는 걸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야기의 들쭉 날쭉과는 별개로, 시리즈를 거듭하며 액션 퀄리티만큼은 점점 좋아진다. 이 네 번째 영화의 추격전은 마치 스타워즈의 우주 공간 전투를 방불케한다. 자동차 추격적이라는 게 액션이 아무리 좋아봐야 도로를 선 혹은 면으로 삼는 2차원을 넘어서지 못 하는 게 보통의 경우 아닌가. 그런데 이 영화의 추격적은 위 아래 앞 뒤 좌 우 모든 공간에 유기적으로 액션이 배치되고 또 그 안에 이야기가 담긴다.


흔히 '남자는 주먹으로 말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매드맥스는 추격적으로 모든 이야기를 대신하는 듯 하다.



인물평.
임모탄. 매드맥스 세계관의 봉이 김선달. 이 새끼가 얼마나 존나 사악한 악당이냐하면, 세계관 자체가 물 없고 기름 없어서 죽기 살기로 싸우고들 앉았는데 이 임모탄이란 놈은 음악 장비 갖추는 데 자원을 몰빵하고 있는 놈이다. 존나 황금귀여 뭐여. 배우의 캐스팅과 연관 지으면, 1편의 토커터가 살아 남아서 저렇게 됐다고 생각하면서 봐도 재밌더라.


흔히 쓰는 표현인 '여전사'를 넘어 그냥 전사인 퓨리오사 캐릭터 좋다. 그런데 퓨리오사보다 마파도 할매들도 딱 그만큼 멋지다. 퓨리오사가 외모적으로나 성격, 육체적 모든 면에서 여성성과는 무관한 그저 한 명의 강인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멋지다면, 마파도 할매들은 생존의 수단으로 미인계도 불사하는 등 여성이라는 한계를 부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써먹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멋지다.


뭣보다 맥스,

과묵하고 잔정 없는 진짜 맥스로 돌아왔다. 톰 하디의 맥스는 1편의 멜 깁슨과 생김새마저도 비슷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이나 크리스천 베일의 배트맨처럼 원조 혹은 선배를 넘어설 가능성이 보여서 좋다. 다만 영화의 속도감과 날 것 느낌과는 동 떨어지다못해 분위기를 확 가라앉히는 인위적인 목소리 연기가 좀 거슬린다. 딱 그거 하나가.


개인적인 취향은 아닌 컨셉과 장르인데도 이렇게 재밌게 봤으니, 전작들의 팬이었다면 요실금 왔을 듯.


핑백

  • 멧가비 : 2015년 극장 영화 베스트 10 2016-05-24 14:11:05 #

    ... 청각적으로 '맛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게 해 준 영화.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패배자적인 아웃사이더 정서가 초현실적인 연출 분위기와 좋은 시너지를 갖는다. 1.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미쳤다는 말 한 마디로도 표현 가능한데, 꼴랑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게 아쉬울 정도로 훌륭했다. 올해의 영화. ... more

  • 멧가비 : 반도 (2020) 2020-12-28 21:55:34 #

    ... 데, 오픈 월드 게임 하면서 상호 작용에는 관심 없고 컷신은 전부 스킵해. 그냥 총 쏘고 운전만 해. 상상만 해도 너무 지루한데 계속 봐야 돼. 이 영화가 그렇다. [매드맥스] 우라까이 부분이 호평이던데, 아니 대체 왜? 무게감 중력감이라곤 1도 없는 종이 자동차들이 나풀거리는 걸 계속 봐야하는 게 제일 고역이었는데. 강동원은 중견 ... more

덧글

  • 로꼬 2015/07/08 18:22 #

    글 잘보았습니다. 전반적인 평에 동의합니다~

    매드맥스 전편들의 팬으로써 기대하고 봤는데 정말 올해 본 영화중 최고였습니다.
  • 멧가비 2015/07/08 18:33 #

    올드팬들을 만족시키는 후속작들이 올해 참 많이 나와서 좋네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