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후 인물 - 11대 맷 스미스 by 멧가비



정색도 잘 하고 잔 짜증을 많이 내지만 그래도 늘 우호적이고 친절했던 게 테닥이라면, 맷닥은 조증인가 싶을 정도로 산만하고 명랑하다가도 안면 싹 바꿔서 험상궂어진다. 기복이 심한 편. 특히 리버가 만만한지 성깔 엄청 부린다. 그 불쌍한 리버한테.


테닥의 신명나는 촐싹거림을 업그레이드하고 에클닥의 정색을 업그레이드해서 합치면 대충 맷닥 된다. 촐싹을 넘어 낮도깨비처럼 정신을 쏙 빼놓는달까. 숨은 쉬나 싶게 속사포로 떠들면서 손도 가만 두질 않고 계속 꼼지락 & 휘적거리는게 꼭 정신 빼놓고 물건 파는 약장수같다. 뭐 아는 거 나와서 말하고 싶어 꿈틀대는 거 보면 왕따 당하고 캐비넷이 갇히기 딱 좋은 영재반 어린이같기도.


닥터 자체가 우주급 유명인사지만 테닥 때 워낙에 우주 깡패들을 많이 발라서인지, 이 때 쯤부터는 이미 그 악명높음이 말도 못할 정도라서 우주의 곶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 테닥처럼 팔 걷어부치고 나설 것도 없이 맷닥은 마이크 들고 인상만 써도 달렉이든 손타란이든 일단 쫄고 보더라.



다른 닥터들처럼 역시나 우주급 영웅담을 뽐내지만 그보다는 개인사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더 풀어나간 편이었다. 시즌6의 판도리카를 생각해보면 우주를 구했다기보다는 누명 쓰고 억울하게 다구리만 당한 느낌인데, 시즌5의 시간의 틈 역시 그 여파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테닥은 자기 곁을 거의 비우지 않으면서도 늘 외로운 걸 감추지 못했던 반면 맷닥은 스스로 원해서 혼자 있으려던 적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테닥은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일들에 반응하기도 벅찼지만 맷닥은 대부분의 경우가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뭔가 징조가 보인적이 많았기 때문일 듯 하다.


그래서 테닥이 행동파 영웅이라면 맷닥은 구도자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전투와 희생의 데미지로 장렬하게 전사한 테닥과 달리 그래도 이 쪽은 역대 닥터 최초로 늙어서 자연사한 케이스라 뭔가 득도한 느낌이다.



컴패니언들과의 관계도 여느 선대 닥터들과 사뭇 다르다. 가깝게 테닥만 보더라도 세 명의 컴패니언이 각기 연인, 짝사랑, 친구의 포지션으로 지극히 현실에 흔히 접할 법한 알기 쉬운 관계이면서도 늘 공사를 구분한다는 느낌, 되게 친한 직장 동료마냥 어떤 선은 넘지 않았지만, 맷닥에 와선 그 벽이 허물고 완벽히 개인적인 관계들을 맺는다.


에이미의 경우엔 병아리의 각인처럼 처음 본 얼굴이라는 점에 큰 의의를 두며 유사 가족으로 발전했고, 클라라는 연인 기믹과 더불어 아예 운명 자체가 고정된 역사처럼 얽혀있는 사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테닥만큼 많은 사람을 옆에 두진 않았지만 옆에 뒀던 사람한테는 애착을 크게 가진 것도 차이점. 늘 우호적이고 친절했지만 의외로 잔정을 잘 주지 않았던 테닥에 비해 맷닥은 정말 마음을 다 퍼주는 식이었다. 자기 죽을 때가 제일 슬펐던 테닥에 비해 맷닥은 정작 자기 죽을 때는 해탈의 경지. 요다 저리가라할 정도.


테닥에 비해 스킨십도 자연스럽다. 테닥은 딱 친한 사이끼리 하는 서구식 인사, 기껏해야 포옹 어깨동무 그리고 본의 아닌 키스 정도였지만, 맷닥은 여자들이 그렇게 설렌다는 머리카락 부비부비에 머리에 뽀뽀, 볼 꼬집, 손에 뽀뽀, 백허그 등 전적이 화려했다. 에이미한테는 딸랑 하나 있는 조카처럼 되게 애지중지 예뻐한다는 느낌이었다면 클라라한테 이런 저런 터치 할 때는 쟤들 그냥 방 잡는 게 낫겠는데, 느낌.


같은 연장선상에서, 테닥과 비교하기 가장 좋은 예가 죽기 직전의 모습. 테닥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지켜보지만 직접적인 어필 없이 먼 발치에서 눈 인사를 했고, 맷닥은 주마등처럼 에이미의 환각을 보고 클라라에게는 시간을 거슬러 유언을 남겼다. 굳이 에클닥까지 비교하자면, 역시나 잠시 스쳐가는 사람처럼 '수고했다, 안녕' 정도의 느낌.




그래서 테닥과는 다른 의미로 또 죽음이 슬펐다. 거기서 아멜리아를 소환할 줄은 진짜 상상도 못 했다. 빡빡이끼리 가발 쓰고 뭐하는 짓거리들이야.



존나 잘 생겼다. 잘 말린 곶감같다.


덧글

  • 사장님 2015/07/10 11:18 # 삭제

    11대가 분명 나쁜건 아니거든요... 근데 문제는 10대 다음이 11대라는 거죠.
  • 멧가비 2015/07/10 18:06 #

    사실 좀 억울하죠.
  • 2015/09/26 04:30 # 삭제

    온몸으로 뿌려대는 개성, 폰드들과의 가족같은 케미, 전체적으로 동화적인 분위기까지 꽤나 마음에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좋아하는 닥터네요. 마지막 떠나는 순간엔 닥터후 보면서 처음으로 울었더랬죠..
  • 멧가비 2015/09/28 09:53 #

    그 장면 진짜 참 슬프죠. 계단으로 에이미 걸어 내려올 때...
  • ㅇㅇ 2016/02/29 01:20 # 삭제

    맷닥 특히 뭐라뭐라 요상한 비유로 주절거려놓고 1초도 안돼서 '아니다 그냥 잊어버려' 이런식의 화법이 유독 기억에 남네요 ㅋㅋ
  • 멧가비 2016/03/01 19:45 #

    저도 그거 좋아합니다. 마치 말보다 머릿속 계산 속도가 더 빠른 듯한 모습.
  • 테탁짱!! 2016/03/26 23:29 # 삭제

    시청자들도 각인당하는 건지 ㅋㅋ
    테닥으로 입문하면 테닥이 최고라 그러고 맷닥으로 입문하면 맷닥이 더 좋다 보통 그러더라구요 ㅎㅎ
  • 멧가비 2016/03/27 14:16 #

    에클닥을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