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버 The Guyver (1991) by 멧가비


평가하기가 참 애매한 게, 주인공인 가이버의 수트 퀄리티가 엄청나다. 당시의 양키 센스라면 번쩍거리는 금속성 수트로 재해석하기 쉬울 것 같은데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고 원작의 징그러운 느낌을 잘 살렸다. 그래놓고선 가라데인지 아이키도인지 알 수 없는 동양 무술을 하고 자빠졌다. 그 결과 좀 징그럽게 생긴 특촬물 히어로처럼 보인다.


조아노이드의 퀄리티도 마찬가지로 좋다. 그러나 디자인이 구리다. 다 비슷비슷하게 야식먹은 그렘린처럼 생겼다. 하는 짓도 가이버에 맞게 딱 특촬물 전투원같은 짓들만 한다.





영화 자체가 그런 식이다. 전체적으로 특촬물에서 영향받은 냄새가 짙다. 주인공도 불량배들한테 얻어 터지다가 처음 변신하는 등 슈퍼히어로물의 영향도 있는 등, 원작에서는 기본적인 설정이나 컨셉만 빌려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그런 와중에 조아노이들과의 전투에서 보여주는 고어의 수준은 꽤 높다. 원작 정도는 아니라고는 하나 영화가 마치 미국식 '메탈 히어로'에 가까워 보이는 것에 비하면 팔 잡아 뜯고 목 부러뜨리는 식으로 원작의 전투 방식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은 모양새. 어떤 장면에 가면 82년작 괴물(The Thing)에 준할 정도의 혐오스런 특수효과가 사용되기도 한다. 심지어 컨트롤 메탈에 붙은 살조각에서 주인공이 재생하는 것마저 구헌했는데, 이게 이 1편에서 나온 건지 2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나왔다.


대체 무슨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마 감독과 제작사 사이에서 줄다리기 당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물건이 나온 듯하다. 어떤 면에선 파워레인저 시리즈보다 시대를 앞섰다.


마크 해밀이 나오는데 아마 형사 역할이었던 것 같다. 재밌는 게, 마크 해밀이 주인공이었던 걸로 꽤 오랫동안 잘 못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 아마 비디오 가게 포스터에 마크 해밀 이름이 크게 박혀있었지 않나 추측한다.


하필 원작보다 이 걸 먼저 보는 바람에, 나중에 원작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요약: 가이버를 전대물 혹은 슈퍼히어로 장르로 바꾸려는 욕심이 낳은 기형아. 퀄리티 높은 부분이 결과적으론 쓸 모 없다.

덧글

  • 범골의 염황 2015/07/16 23:34 #

    오히려 이 실사영화 슈트보다 원작(및 애니메이션판과 피규어 등 원작 계열 매체들)의 가이버 슈트가 오히려 더 번쩍이는 질감이 강하더군요. 그 생체적인 징그러움과 금속성 비슷한 질감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게 가이버 슈트의 매력이었는데 실사영화판은 원작보단 좀 투박한 편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장르에 대해 논하는 부분엔 약간 오류가 있다고 보는 게... 애초에 강식장갑 가이버라는 원작 자체가 가면라이더류의 변신히어로 특촬물 장르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작품이라서, 실사화하면 전형적인 특촬 히어로물의 구도가 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단지 이번 영화판들이 좀 그랬던 건 저예산이라 원작에 비해 스케일이나 여러가지 부분들이 많이 줄어든 게 원인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 저도 저 실사영화판이 구리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실사판 내용물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건 원작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기인하는 면도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좀 구리긴 했어도 저예산 작품인 주제에 그걸 저렇게나마 재현한 걸 보면 나름 대단하다고는 생각하네요. 스토리는 너무 시망이었지만 본편 퀄리티의 스토리를 전개하려면 고작 실사판 1편에서 나온 분량의 슈트로는 뭐 어림도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멧가비 2015/07/17 00:02 #

    질감 얘기는 원작 컬러 일러스트를 기준으로 한 얘기였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자의 의도에 가장 가까울테니까요. 그리고 지적하신 부분이 본문의 '번쩍거리는'에 포커스를 두신 듯 한데, 의도는 '금속성'이 아니라 다행이다라는 거였습니다. 말씀하신 애니메이션판은 안 봤지만 구글링 해보니 딱히 반짝거리는 게 없네요. 피규어의 광택도 금속성이라기 보다는 유기체적인 느낌이 더 강해서 마치 절지동물의 외골격처럼 보이더군요. 어차피 그런 거야 개인적인 판단이겠지만요.

    원작이 특촬 장르의 영향을 받은 건 맞습니다. '영향을 받았다'와 '아얘 전형적인 그 쪽 장르의 작품'은 분명 다른 얘기죠. 특촬 히어로물의 구도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그건 만드는 사람들 재량 아니겠습니까.
  • 범골의 염황 2015/07/17 00:12 #

    저도 가이버 슈트의 질감이 딱 절지동물의 외골격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하고 쓴 덧글이었습니다. 유기체적이면서도 적당히 광택이 나는 번쩍거리고 단단한 질감이 장수풍뎅이같은 갑충들 갑각 느낌이더군요. '금속성'에 대해 언급한 건 특촬물의 슈트 소재로 많이 쓰이는 재료들 중에선 그나마 그런 광택이랑 가장 유사한 게 금속 계열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표현했네요. 그래도 전 강식장갑 특유의 광택을 금속성 소재 따위를 써서라도 어줍잖게나마 흉내내려던 게 성의 면에서는 차라리 더 낫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범골의 염황 2015/07/17 00:21 #

    사실 강식장갑 가이버의 팬이라서 실사영화의 조악한 퀄리티에 처음엔 정말 많이 실망했었는데... 애초에 원작에서는 바모아 따위 '말단 전투원'들이 쓰는 무기조차 위력이 전차를 박살낼 수준이고 그 말단 전투원(다른 특촬물에선 찍어내기 쉬운 단순하고 성의없는 디자인으로 때워지는 게 대부분인) 슈트조차 일개 괴인들 못지 않게 만들어내야 하니 뭐... 정말 원작하고 비교하자면 이 실사영화에서 나온 부분들은 거의 설정파괴 수준의 간소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이건 애초에 원작의 저런 제작비 잡아먹기 딱 좋을 구조를 생각해볼 때 어느 정도까지는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렇게 세부적인 부분의 내용들이 쓸데없이 꽉 차 있었던 게 가면라이더 시리즈같은 거랑 차별화되는 가이버만의 큰 매력이라고 보긴 합니다만.


    그리고 주연 배우가 슈트액터보다 키가 훨씬 커서 변신하니 작아지는 암걸리는 미스캐스팅(그 높은 슈트재현률을 갉아먹는 중대한 마이너스 요소. 설정상 변신하면 키가 커지는 건 가이버도 마찬가지인데) 생각해보면 이 실사영화판에서 그 '어느 정도'는 이미 넘어버리고도 남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