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102 1500만 메리트 Fifteen Million Merits by 멧가비


노예처럼 하루종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번 사이버 화폐는 사이버 인터페이스의 아바타를 꾸미는 데에 쓰거나 팝업 광고를 스킵하는 데에나 쓸 뿐이다. 화폐의 단위인 '메리트'가 상징하는 것처럼, 메리트를 소비해 제공받는 서비스들엔 어떠한 메리트가 있을까.


아무 의심없이 페달 노예의 생활을 받아들이는 회색의 사람들. 회색보다 더 아래 계층을 이루는 노란색 뚱보들. 자신도 간신히 뚱보가 아닌 경계선에 있으면서 노란 뚱보들을 조롱하고 괴롭히는 회색 남자에게서 현실 사회 저소득 계층의 어떠한 모습을 본다. 지독한 계급 구조를 뒤집을 최소한의 의지도 없으면서 자신보다 더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만 큰소리치는 비겁한 자본주의판 노예.


아침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도 사이버 인터페이스의 서비스이며 하루 종일 눈을 괴롭히는 팝업 광고 속 포르노 배우들도 결국 페달을 밟지 않을 뿐인 또 다른 사이버 노예들. 심지어 방을 나가는 출입문의 손잡이조차 픽셀 그래픽인 세상에서, 형제가 남긴 유산을 처음 본 여자의 노래에 쏟아 부을만큼 빙엄은 '진짜'인 무언가에 목 말라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자본주의와 매스미디어가 결탁한 천박한 계급사회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날 뿐.


좌절을 분노로 치환한 빙엄의 결사항전과도 같았던 연설조차 방송 퍼포먼스로 전락하는 결말에선, 근본적인 구조를 뒤엎지 않는 한, 견고한 계급주의와 부조리한 미디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씁쓸함만 남는다.


애비 역의 배우 Jessica Brown Findlay는 다운튼 애비에서는 더 예쁘게 나온다. 시대극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다. 이야기와는 별개로, 극중 삽입된 Irma Thomas의 'Anyone Who Knows What Love Is'라는 노래가 정말 좋다. 귀에 착 감긴다. 해당 곡은 이후 마치 시리즈의 상징처럼 꾸준히 반복 재생된다.





연출 유로스 린
([닥터 후] 102, 103, 202, 204, 207, 211, The Runaway Bride, 408, 409, The End of Time, 502)
([토치우드] 시즌3, [데어데블] 112, 212)

각본 찰리 브루커, 코니 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