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한 복수극. 복수는 복수의 주체마저도 피폐하게 만든다는 그 흔한 복수극이 아니라서 좋다. 주체인 모리구치는 복수자를 넘어 복수의 신처럼 보일 정도. 복수라는 걸 처음 발명한 사람도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 복수의 과정이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너무 맛깔나게 짜여져있다. 도입부인 '유코의 고백'만으로도 하나의 영화가 완성될 듯 하다.
복수의 신 모리구치가 지옥을 설계하는 치밀한 과정이 너무 아름다워 소름 끼친다. 부글부글 끓는 활화산같은 분노를 차가운 얼굴로 가두고, 훈련 잘 된 무용수처럼 유려하고 우아하게 복수하는 모습은, 그간 많이 봐 왔던 칼잡이 복수자들을 조무래기처럼 보이게 만든다.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완벽한 복수자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의 전통 가면극 노(能)의 캐릭터 중엔 한냐(般若の面)라는 여성 캐릭터가 있다. 오니에 비견될 만큼 강렬한 질투 혹은 원망의 감정을 형상화 한 가면인데, 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마치 한냐의 탄생을 그리는 듯 하다.
연출 각본 나카시마 테츠야
원작 미나토 카나에


덧글
소설을 읽으면서는 이걸 어떻게 그려낼지 감도 안 잡히겠던데, 그런 글을 멋지게 영상화 한 감독의 역량도 아주 대단한 것 같습니다.
내면의 변화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된 정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