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킹 손오공의 탄생 大鬧天宮 (2014) by 멧가비


손오공이 오행산에 갇히기 까지의 인트로만으로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상업적으로 굉장한 도박이다. 아무래도 삼장 법사와 저팔계, 사오정 등이 등장하는 로드 무비형 본편에 비해 잔재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


이야기는 서유기 원작의 그 인트로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듯 하지만 알고보면 캐릭터성은 완벽히 재창조한 마개조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작에서의 옥황상제는 천궁의 최고 통수권자이면서도 돌원숭이 하나 어쩌지 못해서 발동동하는 안쓰러운 노인네인데, 그걸 주윤발이 연기한 점에서 이미 원작과는 크게 거리를 둔다. 단순 호쾌한 악당 아닌 악당 우마왕도 곽부성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서 이간책이나 쓰는 소인배로 탈바꿈. 뭣보다 이랑진군은 내가 좀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그 역시 찌질한 협잡꾼으로 전락했더라.


손오공을 견자단이 연기했다고 해서 딱히 좋은 캐릭터가 된 것도 아니고, 굳이 견자단이 연기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분장까지 해 놓으니까 늙은 얼굴만 더 부각돼서 괜히 슬프기만 하고.


우마왕 캐릭터도 존나 이상한 게, 알고보면 존나 세면서 굳이 잡몹처리용으로나 쓰려고 오공을 낚았던 거라 실망스럽다. 여의금고봉을 들고 휘두를 수 있을 정도면 굳이 오공까지 끌어들여서 어그로 끌 필요 없었잖아.


막판에 손오공이 킹콩으로 변해서 싸우는 부분까지 가면 헛웃음도 안 나온다.


그래도 화안금정 얻는 이야기나 마지막에 오행산 형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건 좀 멋졌다. 그 짜잘하게 멋진 걸로 포장되기엔 영화 자체가 너무 구리고 애초에 만들어질 의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