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든 킹덤 功夫之王 The Forbidden Kingdom (2008) by 멧가비



평가도 미미하고 흥행도 역시나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상하게 좋은 영화. 각본가든 감독이든 누군가는 중국 고전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게 엿보이는 부분들이 꽤 있다. 남의 돈으로 덕질 하려면 최소 이 정도는 해야지.


성룡의 '루얀'은 원래 각본엔 없었다가 급조된 캐릭터라는 점이 무색하게 영화 내내 최고의 존재감을 보인다. 그 점에선 과연 성룡이구나 싶다. 한국의 영화 정보 등에선 노언(魯彦)으로 알려져있는데 중국어 위키에는 노염(卢炎)으로 표기되어 있더라. 발음은 둘 다 '루얀'이고 작중에선 영어톤으로만 불리기 때문에 성조로 구분하기도 힘들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중국 위키 쪽이 더 신뢰가 가긴 한다.


루얀이라는 이름은 원래의 '팔선' 중에는 없는 이름이고, 위키피디아 에서는 여동빈(呂洞賓) 항목으로 링크 되지만 작중 행색으로 봐선 장과로(張果老)에 가까워보인다. 진사에 급제하지 못했다는 설정은 여동빈이지만 나귀에 거꾸로 타고 다니는 괴인에 어린 제자를 뒀다는 설정으로도 역시 장과로가 더 가깝다. 그냥 성룡의 취권 캐릭터에 대충 팔선을 섞어놓은 하이브리드 캐릭터인 듯.


이연걸의 묵승 캐릭터는 이연걸의 소림사 시리즈를 연상 시키는 캐릭터인데, 사실 캐릭터 자체는 별 매력이 없다. 다만 후반부에 가면 사실은 손오공의 신외신 술법으로 만들어진 머리카락 분신이었다는 반전이 밝혀지는 점이 재미있다. 캐릭터 설정 자체에서 서유기 원작에 대한 디테일한 이해를 엿 볼 수가 있다.


금연자와 백발마녀는 꽃병풍 역할 외에는 등장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게 낫다. 하지만 유역비는 진짜 존나 예쁘다.


중국 고전들을 다루는 오마주들이 잔재미를 주는 건 맞지만, 역시나 성룡 VS 이연걸이라는 드림매치가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의의인 건 확실하다. 단 한 장면 뿐인 대결이었지만 과연 8, 90년대를 찜 쪄 먹은 두 쿵푸 스턴트 장인의 약간 뒤늦은 본격 맞다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나머지 부분은 사족으로 보일 정도. 누가 우세했다고 말하기 힘들게 미묘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점도 훈훈하고 좋다.


가만 보면 전체적인 플롯은 서유기가 아니라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중국 고전을 가지고 만든 '미국 영화'라는 점이 확 와닿는 부분이다.



덧글

  • Esperos 2015/08/04 21:47 #

    저도 이 영화, 이상하게 싫지가 않더라고요. 아녀자들도 이뻤고 (음?) 그래서 참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 멧가비 2015/08/05 19:07 #

    리빙빙도 예뻤죠. 백발이 안 어울렸을 뿐..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