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탐구 - 프리퀄의 문제 01 by 멧가비


결과적으로, 다스 베이더를 너무 대단한 인물로 부풀리려고 재밌는 걸 다 놓쳤다.



클래식 삼부작이 적당한 시간 텀의 이야기를 여유있게 풀어냈던 걸 생각하면 아나킨도 루크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좀 어린 나이대로 시작하는 게 좋았을 거다. 어차피 루크나 오비완도 어린 시절 그냥 다 스킵했는데, 굳이 아나킨이 제다이 오더에 입문하는 과정으로만 영화 한 편을 때려 박았어야 했나 싶다. 아나킨이라는 캐릭터를 놓고 봤을 때, 제다이 오더에 들기 전 어릴 때가 그렇게 중요한가? 신화에 가까울 정도로 부풀릴 만큼? 어차피 마지막은 인간인 채로 간 인물한테 그런 게 필요했을까?


그냥 처음부터 파다완인 채로 시작했다면 남는 시간에 집착과 타락으로 가는 과정을 더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무슨 뻑킹 예수쟁이도 아니고, 캐릭터의 발단에 후까시 좀 넣고 남는 시간에 그 많은 사건들을 욱여넣으려니 과부하가 올 수 밖에.
 

아니면 적어도, 포드레이싱 개같은 거 씨발 빼버리고 1편에서 오비완 만나는 것 정도만 보여주고 바로 넘어가서 파다완 생활을 좀 보여줬어도 괜찮았을 거다.


역시 루카스답게, 대충 얼개는 잡고 설정은 그럴듯 했지만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풀어낼지 갈피를 못 잡았던 건 아닌가 의심이 된다. 바빠 죽겠는데 시간 잡아먹는 레이싱 지랄을 하고 있질 않나, 더럽게 유치한 연애 시퀀스도 짜증나고 오비완-아나킨-파드메 셋이 괴물들이랑 3:3 로얄럼블 붙는 것도 존나 불필요한 장면이었다. 딱히 멋있지도 않고.



쓸 데 없는 소년기는 존나 길게 보여줘놓고선, 정작 중요한 청년기 흑화 부분은 개연성있게 풀어내질 또 못한다.

2편에서 보면 애가 반항아가 돼 가는 과정이 점층법으로 잘 짜여진 게 아니라 무슨 조울증 있는 새끼처럼 멀쩡하다가 갑자기 개기는 식이다. 그래서 도대체 얘가 어떤 앤지 종잡을 수가 없다. 차라리 2편에선 말 잘 듣는 애였다가 모종의 이유로 오비완한테 반감을 가지게 되고, 3편에선 확실하게 안티테제인 걸로 묘사하는 게 나았을 거다. 오비완과의 결투를 더 비장하고 비극적으로 보이려는 거였는지, 갑자기 3편에선 이제 딱히 사이드킥도 아닌데 되려 더 말 잘 듣고 착하게 굴더라. 근데 대체 엘리베이터에선 왜 짜증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마 이 정도면 적당한 3부작 구성 아니었을지, 적당히 재구성 해 보자면


1편에서 파다완인 채로 등장. 오비완이나 팰퍼틴, 파드메와의 관계가 대략적으로 소개 됨.
2편에서 오.팰.파.와의 관계가 각자 방향대로 깊어짐. 여기서 바로 팰퍼틴한테 슬슬 넘어가고 있음.
3편은 아나킨의 타락, 제다이 몰락에 몰빵.


덧글

  • mmst 2015/08/13 16:39 #

    그래서 스타워즈를 제대로 보는 방법 1위가 4,5,2,3,6순으로 보는거라고 하더군요.
  • 멧가비 2015/08/13 16:55 #

    그런 말이 있긴 하던데, 썩 맘에 드는 이론은 아니더군요.
    나중에 그거 관련 포스팅도 쓸 거긴 한데, 아무튼 그건 좀 아닌 듯.
  • nenga 2015/08/13 19:52 #

    스타워즈를 제대로 보는 방법중엔 1,2,3을 안보는 방법도 있더군요

  • 멧가비 2015/08/14 15:51 #

    아얘 안 보면 욕할 수가 없잖아요
  • 잠본이 2015/08/16 03:01 #

    에피1은 뭐랄까 베이더 주인공으로 에피4 리메이크하려다 헛발질한 느낌이 강해서 참 정이 안갑니다...
  • 닛코 2015/08/18 00:53 #

    레이싱 장면은 루카스가 절대 집어넣으려고 작정한 것 같죠.

    이거야! 여기서 멋지게 펼쳐줘야 관객들한테 먹어준단 말이야! 라고 강조한 느낌.
  • 멧가비 2015/08/18 12:21 #

    벤허 오마주 어쩌구로 좀 어필하고 싶었던 것도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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