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식 보케-츳코미 개그와 여름 모험물, 청춘물같은 가벼운 장르들이 적절한 비율로 잘 섞여있는 좋은 코미디 영화. 그런가하면 시간여행 소재를 경쾌하게 다루면서도 시간여행 SF의 정도를 벗어나진 않는 등 SF 장르로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좋은 영화다.
타임 패러독스나 평행 차원이 생기는 과정에 대해서 가볍게 짚고 넘어가긴 하지만 정해진 답을 제시하지도 않고 은근슬쩍 퉁치고 넘어간다. 얼버무린다기 보다는, 어디까지나 본질은 코미디 영화라는 것을 잊지 않는 모양새여서 좋다. 시간여행 소재는 그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거겠지. 뭣보다 재미있는 건 두 번 이상 다시 보게 만드는 디테일한 복선들. 영화의 도입부부터 시간여행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중반부까지의 구석구석 어느 하나도 흘려 볼 수 없게 만드는 화면 구성이 재미있다.
시간여행 장르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가득한 애정의 흔적도 영화 여기저기 보인다. 1960년작 '타임머신'이나 '백 투 더 퓨처' 등 시간여행을 다룬 선배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스타트렉' 레퍼런스는 좀 뜬금없긴 하지만 범 SF장르에 대한 오마주인지, 어쨌든...
그러고보니 그 극장에서 상영한다던 (가상의) C급 우주 영화가 엄청 궁금했었다. 두 샐러리맨이 납치된 UFO 안에서 그저 기다리기만 할 뿐인 영화라니, 묘하게 컬트적이어서 더 궁금하다.
이 정도로 재미나게 잘 만든 시간여행물이 이 정도로 묻혀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명절에 더빙해서 틀어주면 가족들이랑 보기에도 좋은 영화인데. 다 떠나서, 우에노 주리가 엄청 예쁘게 나온다.
연출 모토히로 카츠유키
각본 우에다 마코토
덧글
했지만 영화가 너무 재밌어서 서너번 봤습니다.
일본영화는 이런 미친 센스를 발휘하는 영화가 좋아요.
C급영화 내용은 어째 '고도를 기다리며' 생각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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