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981) by 멧가비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1981)


영화판보다 훨씬 시니컬하고 칙칙하다. 그게 좋다.


영화판보다 '당연히' 특수효과가 훨씬 낡았고 저렴해보인다. 그게 존나 좋다.


잘은 모르지만 더글라스 애덤스의 작품은 기승전결 확실한 스토리나 납득가는 전개로 즐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산만함에 왔다리 갔다리 하는 미친 전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한테 좋은 것 같다. 그게 조금 힘들었는데 적응되니까 존나 좋다.


내가 생각하는 영국식 코미디는 크게 '시니컬한 풍자'와 '미친 것 같은 캐릭터 코미디' 두 개로 분류된다고 생각하는데, 그 두 가지 모두가 적절하게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작품이다. 영화판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영국식 코미디에 입문할 취향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가르는 일종의 테스트 관문과도 같은 작품인 것 같다.


온갖 미친 캐릭터가 많지만 주인공 일행 중에선 제이포드가 단연 압권. 인형으로 대충 붙여 만든 두번째 머리통이 가만 보면 은근히 꿈틀대면서 입도 오물거리는데 거기에 꽂히면 계속 그것만 관찰하게 된다. 제이포드는 그래서 존나 가만히 있어도 웃기다.




주변 캐릭터 중에선 먹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던 우주 돼지고기에서 터졌다. 근데 알고보니 그게 피터 데이비슨이어서 더 터졌다. 우주를 주름잡던 타임로드가 얼굴 다 가리고 돼지고기 역할이라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 타디스 이스터에그가 있다던데 도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