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후쿠오카(福岡) 여행 - 03 (게고 신사, 만다라케) by 멧가비


텐진 (天神)으로 이동한 후,
첫날 재워 준 카시이하마 여인을 만나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소바를 아침으로 간단히 먹었다.

가게 사진을 안 찍었다. 어딘가로 이동하고 뭔가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사진부터 찍는 게 아직 손에 안 익었다.
여행은 언제나 미련과 아쉬움을 남긴다.


오코노미야끼 나쁘지 않았는데 일행들은 별로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굳이 두 개나 시킬 필요도 없었던 게, 양도 양이지만 분명 다른 종류를 시켰는데 맛이 똑같다.

야끼소바는 진짜 맛있다. 좋아하는 일본 음식 베스트5 안에 들게 됐다.
야끼소바는 정말 맛있다.


평일 출근 시간이라 바빴는지, 일본 와서 처음으로 경험한 불친절한 가게였다.
새삼 일본 판타지가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역시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이야.





파르코 (パルコ, PARCO) - 그냥 세련된 쇼핑몰. 멋쟁이들이 옷 사러 많이 갈 듯.
텐진 비브레 (ビブレ 天神Vivre, 애니메이트 アニメイト) - 약간의 덕질이 가능한 쇼핑몰
로프트 (ロフト LOFT)  - 볼 거 존나 없는 쇼핑몰. 화장실도 층마다 있질 않아서 불편하다.

등, 별 소득없이 힘만 뺀(사진도 안 찍은) 쇼핑몰 뺑뺑이를 끝내고
나름대로 지름의 중간보스 쯤 되던 북오프 (ブックオフ, BOOKOFF)까지 섭렵한 후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본 게고 신사(警固神社)에 들어갔다.


게고 신사에 가기 전엔 의미 없이 돌아다니느라 컨디션이 떨어져서 잠시 기절.
커피라는 이름의 초신수를 마시고 약간의 쪽잠 후 20분만에 살아났다.
좌청룡 우백호가 늙은 나를 보필하느라 고생했다.






용인지 기린인지 모를 동물이 콧물을 줄줄 흘리는 초즈야(手水舎)


동네 사람들 마실 나와도 될 만큼 작은 신사였지만, 관광객 바글대는 네임드 신사보다는 낫다.
일본 신사하면 막연히 상상했던,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은 작은 신사에서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미코(巫女) 즉, 무녀도 봤다. 코스프레 말고 실제 무녀.
세일러 마스가 입었던 그 홍백의 무복을 입은 진짜 무녀.


잠깐 거기 여행객 분, 등 뒤에 뭔가 붙어있습니다.
정화해줄테니 잠시 저를 따라오시지요.


...와 같은 흔하고 일상적인 상황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게고 신사를 나가면 게고 공원(警固公園)이라는 이름의 광장이 있는데,
여긴 그냥 되게 넓은 흡연구역인 것 같다. 아주 맘 편히 담배를 피웠다.


코코카라파인 (ココカラファイン)이라는 이름의 드럭 스토어를 갔는데,
나한테는 여기가 진짜로 지름의 늪이었다. 딱히 약덕후도 아닌데 온갖 사고싶은 약들이 많았다.

면세도 쏠쏠하게 받았는데, 여권 들고가면 면세 받을 수 있는 상점, 이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오사카에서도 분명 있었을텐데, 진짜 바보같은 여행이었다.


사진을 안 찍으니 글만 구구절절 구차하게 길어진다.





만다라케 가는 길 어느 서점에 진열되어 있던 나마하게(生剝) 등신상.
오니(鬼)의 일종인데, 내가 좋아하는 요괴 중 하나다.
식칼 들고 다니면서 나쁜 아이 혼내주는 요괴. 한국으로 치면 망태기 할아버지랑 비슷하려나.






지갑 털리는 곳, 만다라케 (マンダラケ)
피규어 진열장이 너무 빽빽해서, 구경하다가 길을 잃는다.
레어한 고전 피규어들은 정말 비싸다. 페코짱이나 철인28호 등이 최고가 등급이었다.

본고장의 정통파 오타쿠들은 뭘 사는지도 구경하고
물 건너 온 파란 눈의 오타쿠들 뭐 사는지도 보고







카시이하마 여인을 다시 만나서 꽤 거창하게 저녁식사, 를 했는데 사진이 몇 장 없다.
후쿠오카 여행 중 제일 비싸게 잘 먹은 날인데 사진이 없다니. 원통하다.

룸 형태로 된 가게였는데, 커튼 열고 들어온 점원이 엄청 쑥스러워하면서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평소 케이팝을 동경하던 일본인 아가씨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장거리 연락을 하고 지내면서 인연을 키우는 등의 평범하고 흔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일본어를 못 해서.

에이 근데 어차피 못 생겼었어. 나이도 어려보였고.

라고 정신 승리를 해 본다.